윤 일병 사망시점 ‘왜곡’ …헌병대·군검찰 사건 은폐·축소

【투데이신문 이수형 기자】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을 폭로한 군인권센터는 7일 숨진 윤 일병의 사인에 대해 앞서 군 당국이 발표한 ‘음식물로 인한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이 아닌 ‘선임들의 폭행’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일병은 가해자들의 구타에 의해 심정지 이전에 이미 의식을 소실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당시 윤 일병이 선임들에게 구타를 당했던 과정에서 의식 소실이 선행됐고, 이어서 이차적으로 의식 소실에 의한 기도 폐쇄가 발생해 사망에 이르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의 부검 결과로 나타난 ‘기도폐색성 질식사 추정’이라는 직접사인의 원인이 되는 ‘경증 외상성 뇌손상에 의한 의식 소실’이라는 선행 사인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윤 일병의 사망 시점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는 “윤 일병이 2014년 4월6일 집단구타 당한 후 병원 이송돼 치료 받다가 4월7일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왜곡됐다”고 말했다.
이어 “연천군보건의료원 의무기록에 따르면 내원 당시 환자의 상태에 대해 ‘no pulse & no respiration’이라고 정확하게 적혀 있다”며 “이는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 즉 의학적으로는 DOA(dead on arrival)라 불리는 상태로 연천군보건의료원 도착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군인권센터는 “군 검찰관이 이런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가해자들이 심정지 환자에게 시행하는 심폐소생술을 윤 일병에게 했다고 진술했다는 이유로 살인죄 성립이 어렵다고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헌병대와 군검찰을 겨냥해 “수사기록상 이러한 진술들이 버젓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상해치사로 기소가 됐다는 것은 헌병대와 군검찰을 비롯해 지휘관들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고, 직무유기의 죄를 묻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라며 “당장 수사본부장인 6군단 헌병대장과 28사단 검찰관 등 모든 수사관계자를 보직해임하고 직무유기에 대한 수사를 개시해야된다”고 촉구했다.
주범인 이 병장이 윤 일병이 사망해 사건 전모가 밝혀지지 않길 바랐고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주변인 진술도 추가로 공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목격자인 김모 일병(당시 입실환자)은 4월6일 밤 피해자가 뇌사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된 후 주범인 이 병장이 “뇌사상태가 이어져 이대로 윤 일병이 말을 하지 못하게 되면 가슴에 든 멍은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다가 생긴 거라고 말을 맞추자”고 모의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군인권센터는 “윤 일병의 사망이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라면 윤 일병이 죽지 않고 살아나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며 “주범 이모 병장은 사건 이전부터 피해자 윤 일병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뇌사상태 빠진 윤 일병이 살아나지 않을 것을 확신하고 사건 은폐를 공모하고, 가해자들은 윤 일병이 죽기를 원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이 상해치사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군인권센터는 가해자들의 살인 고의성을 입증하는 진술들을 확보하고도 헌병대와 군 검찰이 이들을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했다며 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하면서, 더불어 가해자들에게 강제추행의 여죄와 불법성매매, 절도 혐의가 있는데도 군 검찰관이 이를 공소사실에서 누락시켰다며 전면 재수사를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