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국방안보포럼 양욱 선임 연구위원

   
 ▲ 한국국방안보포럼 양욱 선임 연구위원 ⓒ투데이신문

군 사건사고 매번 접하지만… 윤 일병과 같은 사례 드물어
軍, 윤 일병 사건 스스로 밝힐 기회 놓쳐
코 곤다고 방독면 씌우는 등… 군에서 황당하게 죽거나 다치는 경우 많아
폭행사건 일어나 군사법원 가도… '초범' 이라며 봐주는 경향 있어   
군대 내 가혹행위 근절하려면… 군 지휘 사각지대 보강해야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아들을 군에 보낸 대한민국 모든 어머니들이 가슴으로 울었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대에 갔던 윤모(20) 일병은 입대한 지 4개월여 만에 싸늘한 시체로 돌아왔다. 입대 후 한 번도 면회에 가보지 못한 어머니는 아들이 차가운 시체가 된 후에야 안아볼 수 있었다. 

“너를 잃고 살아가는 시간이 고통이다. 가슴으로 피눈물을 삼키며 살아간다”… 윤 일병의 어머니 안모(58) 씨는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아들을 향한 편지를 읽으며 통곡했다. 방학이 되면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아르바이트하고 부모님에게 용돈을 챙겨주던 속 깊은 효자 윤 일병. 어머니는 아직 아들을 하늘로 보내지 못했다. 

꽃다운 청년 병사의 죽음. 그 뒤에는 선임 병사들의 믿기 힘든 잔인한 가혹행위가 있었다.

윤 일병은 작년 12월에 입대해 올해 2월 18일, 28사단 포병연대 본부 포대 의무병으로 배치됐다. 각종 진술에 따르면 그는 선임 병사들에 의해 올 3월 3일부터 사망한 4월 6일까지 매일 지속적으로 인격모독, 성희롱, 구타 등 괴롭힘을 당했다.

지난달 31일, 군 인권센터는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윤 일병의 사망 사건의 진상을 알렸다. 윤 일병 사망은 초기 군 당국이 발표한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발생한 뇌손상’이 아니라 ‘선임들의 잔혹한 폭행’이 원인이었다고 군 인권센터는 폭로했다. 당시 군 당국은 해당 사실을 파악했었지만 이 추하고 잔인한 사건은 석 달이 넘어서야 세상에 드러났다. 

   
▲ 숨진 윤 일병 ⓒ 뉴시스

윤 일병에 대한 가해 병사들의 가혹행위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먼저 대답이 느리고 인상을 쓴다는 이유로 4명의 선임 병사들은 매일 윤 일병을 집단 폭행했다. 특히 이모(26) 병장은 마대자루가 부러지도록 허벅지를 때렸고 하모(23) 병장, 이모(21) 상병, 지모(21) 상병 역시 번갈아가면서 복부, 가슴, 턱 등을 폭행했다. 의무지원반 의무지원관인 유모(23) 하사 또한 일부 폭행에 가담하고 이를 방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해 병사들은 윤 일병이 살려달라고 호소했음에도 2시간에서 많게는 3시간 이상 기마자세를 강요, 잠드는 시간에도 가혹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이들은 윤 일병이 잠을 자지 못하도록, 돌아가며 감시했으며 심한 폭행으로 절뚝거리는 윤 일병의 다리를 또 때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치약 한 통을 짜서 먹이거나 가래침을 뱉아 이를 핥아먹게 했다. 더불어 윤 일병의 성기에 안티푸라민을 발라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고통을 줬다. 링거 수액을 주사한 후 원기가 돌아오면 또 다시 폭행을 자행하는 상상할 수 없는 잔인함을 보였다.

결국 올해 4월 6일, 윤 일병이 냉동식품을 쩝쩝거리며 먹는다는 이유로 이 병장을 비롯한 가해자 3명은 가슴, 정수리, 배 등을 무차별적으로 때렸다. 이에 윤 일병이 오줌을 싸며 쓰러졌지만 ‘꾀병을 부린다’며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윤 일병은 온 몸과 마음에 멍이 든 채 세상과 작별하며 하늘로 떠났다.

   
▲ 윤 일병 사망 당시 현장검증 사진 ⓒ 뉴시스

군 인권센터를 비롯한 시민들은 “이번 사건은 상해치사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살인죄 적용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군대 내 가혹행위 실태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또한 군 당국은 윤 일병 사망 사건을 숨기기에 급급했고 제대로 된 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덩달아 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가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부관의 지속적인 인격모독으로 자살한 공군 김 일병을 비롯, 병사들의 따돌림으로 인해 GOP에서 총기를 난사한 임 병장까지. 그 이면에는 군대 내 가혹행위가 깔려 있었다.

더욱이 올해 4월 육군 조사를 통해 군대 내 가혹행위 접수가 3천 900여건에 달했지만 육군 측은 폭력근절 명령만을 내리는 등 미흡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제2, 제3의 윤 일병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국방안보포럼 양욱 선임 연구위원을 만나 윤 일병 사건과 군대 내 가혹행위 근절 방안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투데이신문

◆ 윤 일병 사건, 보기 드문 사례  

Q. 처음 윤 일병 사건을 접했을 때 심경이 어땠나 

: 일단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병장으로 전역했고 군대를 30세가 다 돼서 갔다. 내가 군대갔을 때만 해도 병영 민주화다 뭐다 해서 분위기가 미묘한 시기였다. 심한 폭언은 있었지만 구타는 없었다. 내가 복무하던 부대의 경우, 대대장이 사병 관리를 잘 한 이유도 있었다. 어쨌든 윤 일병이 당했던 가혹행위는 옛날에도 상상할 수 없었다. 매번 군대 내 사건사고를 접하지만 이런 사례는 드물다. 창군 이래 가장 치욕적인 사례라고 본다.

Q. 윤 일병은 입대 후 35일 간 선임 병사들의 폭행에 시달렸다. 당시 가해자들이 어떤 심리로 윤 일병에게 가혹행위를 한 것인가  

: 이번 사건을 수사단계에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리적인 단계에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해자들은 윤 일병을 어떤 심정으로 폭행했을까. 애완동물도 이렇게까지 때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는 병리적인 상황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이 ‘군대라는 게 다 이렇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우리 군대가 그렇게 타락하거나 몹쓸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이래 저래 비난이 많은 건 알지만, 윤 일병 사건은 극도로 예외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일단 가해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함이었는지, 사회에서 왕따를 시켜봤던 것인지 등 여러 분석이 중요하다.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사건의 원인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Q. 윤 일병 사망사건의 전말이 한 병사의 고백과 군 인권단체의 군 수사기록 폭로로 세상에 밝혀졌다. 이런 폭로들이 없었다면 향후 사건은 어떤 방향으로 흘렀을까

: 이번 사건의 전말은 언론과 시민단체를 통해 알려졌다. 군이 스스로 밝히지 않은 것이다. 외부에 의해 사건이 공개되지 않았으면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지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군 당국도 심각성을 깨닫고 어느 정도 노력했다. 악의적으로 은폐하고 국민을 속이려 했다기 보다는 군 집단 자체가 워낙 사회에 노출되는 것을 꺼린다. 언제나 내부적으로 해결하려는 습성이 강하다.

우리 안보 상황은 다른 나라와 다르다. 하나의 국가를 적국으로 놓고 장기간 대치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군의 약점 등이 노출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 어쨌든 그래도 이번 사건은 군이 밝히려면 밝힐 수도 있었는데 기회를 놓친 것이다. 

윤 일병이 사망한 날이 4월 7일인데 그 시기는 무인기로 시끄러웠을 때다. 군은 이 시점에서 윤 일병 사건의 내용까지 공개되면 일이 일파만파 커지고 수습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 있어 (공개를) 늦췄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후에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세월호 사건이 수습될 국면에 얘기해도 됐을 텐데 이어서 GOP총기난사사건이 터졌다. 선의인지 악의인지 함부로 판단해선 안 되지만, 어쨌든 군이 스스로 밝힐 기회를 놓쳤다.

그렇다면 이는 군 스스로 개혁할 원동력이 부족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사실 군에서는 ‘인권’이라는 말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보통 군에서 인권을 강조하면 전투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편견을 버린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에 따라 정의로운 군대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Q. 윤 일병 사건, 4월 초에 발생했지만 3개월이 넘은 지금에서야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다. 
특히 군대 내 문제는 유난히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에 대한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군 조직 자체 (특성이) 그렇다. 예를 들어 몇 명이 근무를 서고 몇 명이 왔다 갔다 하는 것. 이런 것조차 적에게는 취약점이 된다. 이를 막기 위해 군대에서는 병사들 생활 자체가 보안이다. 이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명백히 잘못되고 개선해야 할 문제까지 장막 속에서 덮어져 안 보일 수 있다는 게 함정이다.

예를 들면 싸우는 국가, 이스라엘의 경우에는 내부 구타를 상상할 수 없다. 왜 그럴까. 만약 후임에게 가혹행위를 하거나 때리면 전쟁에 나가서 어떻게 서로를 믿고 싸울 수 있겠나. 폭언, 폭행을 일삼고 인격적으로 뭉개고 그런 이와 함께 나가 싸운다? 상상할 수 없다. 그 총이 자신에게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 군대 내에서 황당하게 죽거나 다치는 경우 많아  

Q. 윤 일병 사건이 터지면서 ‘군대내 가혹행위’ 와 관련된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군대 내 가혹행위, 대표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

: 이번 사건처럼 특정 병사가 중점이 돼 불거진 사례는 크게 없었던 것 같다. 유형별로 말씀드리면 일명 ‘원산폭격’이라고 불리는 자세가 있다. (기마자세를 선 다음에 손을 뒤로 하고 삼각형으로 엎드려뻗쳐하는 것) 이 자세를 취하다 보면 자갈이나 돌이 머리에 박혀 상처가 나기도 한다. 그런데 이를 소독하지 못한 채로 시간이 흐르면 이른바 ‘봉와직염’(피부의 작은 상처로 들어온 세균이 안쪽 조직까지 침투해 생기는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또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 잠자는 사람들의 습관이 다 다르다. 한 사례의 경우, 코를 많이 곤다는 이유로 방독면을 쓰고 자게 해 병사가 사망에 이른 적도 있다. 이처럼 군대에서는 황당하게 죽거나 다치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문에 매달려 ‘맴맴’ 거리며 매미 흉내를 내는 것도 있고 서로를 동그랗게 앉힌 후에 정자세로 2-3시간씩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 역시 엄청난 가혹행위가 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가혹행위인지 아닌지 그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사관이 많아야 한다. 윤 일병 사건의 경우에도 초임 하사가 병장이 하는 대로 휘둘리지 않았나. 만약 노련한 부사관이 몇 명이라도 있어 생활관리를 철저히 하고 다녔으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으리라 본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Q. 군대 내 가혹행위가 적발될 경우, 가해사병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 군대 내에서 폭행 정도는 ‘영창’을 가는 선에서 끝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영창을 갔던 가해자가 다시 부대로 돌아올 경우, 피해자와 가급적이면 따로 떨어져놓거나 다른 부대로 보내버리는 게 좋지만 군부대 행정절차가 쉽지 않아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이 생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생기기도 한다. 아울러 심한 폭행사건이 일어나 군사법원까지 가게 되더라도 초범이라는 이유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개월’ 식의 판결이 나오니까 실질적인 제재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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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병제, 대안될 수 있지만… 국민 합의 필요해 

Q. 끊임없이 계속되는 군대 내 폭력문제, 이와 관련한 대안으로 ‘모병제’를 주장하기도 하셨다

: 궁극적으로 모병제(지원하는 자에 한해 군인을 모집해 군대를 유지하는 병역 제도)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 상황에서 곧바로 모병제로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단 모병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1개월(육군의 경우) 군 복무를 하는데 그 많은 직업 군인에게 월급을 주려면 최저임금 이상은 줘야 하지 않나. 그렇다면 국민 세금 부담이 얼마나 될 것인지 따져야 한다. 만약 국민 한 사람당 국방 관련 세금을 매달 20만원씩 내라고 한다면 어떻겠나.

어쨌든 모병제를 시행한다면 필요한 병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국민 개개인의 부담을 고려하는 등 제대로 알아보고 물어본 상황에서 실시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모든 행위는 세금이 가장 중요한 바탕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합의가 필요하다.

Q. 그럼 모병제 외에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있다면

: 군대에서 늘 문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고는 관리 사각지대, 지휘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다. 이런 사각지대가 있는 부대가 어디인지 파악하고, 보다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인력 배치 등을 고민해야 한다. 그게 단기 대책이 될 수 있겠다.

반면, 아직도 ‘말 안 듣고 일 못하는 병사에게는 약간의 폭언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욕 먹어야 잘하지’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인데 이런 인식을 바꾸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이나 시스템을 통해 상과 벌의 내용을 명확히 해야 한다. 병사들에게 줄 상은 없고 벌만 있다 보니 손쉽게 할 수 있는 게 폭언과 폭행이다. 병사에 대한 상벌제도가 현실화돼야 한다.

좀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군 복무 개월 수를 18개월에서 24개월로 정한 후 병사의 성취도에 따라서 진급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다. 성취도가 높으면 진급을 빨리 시켜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상점이 많이 쌓이면 18개월 만에 전역시키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24개월을 채우는 방식이다. 물론 부작용도 많이 생길 수 있겠지만 말이다.

Q. 병영생활 상담관 제도가 활성화돼 있었다면 윤 일병 사건과 같은 참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 병영생활 상담관을 3천여 명을 확충하겠다는 것이 국방부 장기 계획이다. 현재는 수백 여명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3천여 명을 확보한다고 해도 상담관이 소단위 부대까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접근권 확보가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상담관이 부대에 수시로 들어가 개별 면담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상담관이 3개월에 한 번, 6개월에 한번이라도 들어가 상담해주는 시스템이 생겼으면 한다.

사실 처음 군대에 들어가면 분위기에 압도된다. 그래서 병사들은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군대가 신병교육 단계에서부터 ‘상관의 부당한 행위의 선은 여기다’라고 가르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연락할 수 있는 곳을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

Q. 많은 국민들이 외부감시 확대, 스마트폰 사용 허용 등 많은 대안을 내놓고 있다. 이런 대안들이 적절하다고 보시는지

: 일단 군대 내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힘들다. 군대는 작전이 일어나고 보안이 중요한 곳이기 때문에 함부로 촬영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윤 일병처럼 가혹행위에 시달리는 병사는 오히려 스마트폰을 빼앗기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Q. 관심병사 제도는 선정 과정에서 지휘관의 주관적 판단이 작용하고 도리어 관심병사 여부가 부대 안에 쉽게 알려져 ‘낙인만 있고 효과는 없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관심병사 제도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데

: 사실 처음 군에 입대하는 이들은 누구나 관심병사다. 이후에도 어떤 문제가 보이는 병사를 관심병사로 구분한다. 내 생각에는 관심병사를 가급적이면 위험한 임무에는 투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총 들고 수류탄 드는 일에 보내지 말아야 한다.

이번 GOP총기난사사건을 일으킨 임 병장의 경우도 관심병사였는데 분류를 잘못해 발생하지 않았나. 관심병사를 제대로 분류하는 것이 중요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심병사 제도는 그 취지를 볼 때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추진은 지금과 같은 과정으로 해선 안 된다. 관심병사로 지정하지 않아도 안다. 그들을 잘 적응하고 버틸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제는 이런 병역문화를 개선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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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 내 가혹행위… 잘못 명확히 파악하고 적발·처벌률 높여야  

Q. 군대 내 가혹행위가 선임에게서 후임, 그 후임이 선임이 됐을 때 다시 반복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군대 내 ‘폭력의 되물림’이 발생하는 이유는

: 일본군에서는 일부 서로의 뺨을 때리게 하는 벌을 준다. 처음에는 서로 살살 때리지만 나중에는 감정을 실어서 더 세게 때리게 된다. 이처럼 한번 시작된 폭력은 계속 돌고 돈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잘못된 행동을 막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처벌이 능사다. 잘못에 대해서는 명확히 파악하고 적발률을 높여야 한다. 그 중 하나의 방법은 군 지휘 사각지대를 보강하는 것이다. 적발률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처벌률을 높여야 한다. 솜방망이 처벌은 의미가 없다. 평생 뭔가가 따라다니도록 하는 등의 시스템을 만들면 군 안에서 가혹행위 못 한다. 예를 들어 전역 후 취업할 때 군대 생활 기록을 제출하도록 해 회사가 그 사람의 인성을 평가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수다.

국민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국방부가 잘못했다는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말도 받아들일 수 없고 100% 군이 잘못했다. 하지만 그 비분강개함을 어떻게 풀 것인지 집중해야 한다. 내 자식을 지키고 싶다면, 군에서 일어나는 가혹행위에 대해 처벌하고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Q. 앞으로 윤 일병 사건의 가해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 많은 분들이 윤 일병 가해 선임병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일단 군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양심에 따라 수사하리라 믿는다. 최대한 증거를 확보하고 기소해야 한다. 또한 주도자와 가담자가 있을 텐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잘 가려내야 할 것이다.

Q. 군대 내 가혹행위의 이면에는 인격모독, 폭력, 따돌림 등 구시대적인 군대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악습을 뿌리 뽑을 수 있는 방법은?

: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다. 그리고 적발과 처벌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문제점을 한번 파악하면 어느 조직보다 빨리 해결할 수 있는 게 군 조직이다. 아울러 구타나 폭력이 일어나는 것은 자존감이 낮기 때문이다. 일단 병사들의 자존감을 높여줘야 한다. 사고가 없는 부대는 병사들의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장교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초급 지휘관들에게 필요한 자질은 3M( Man, Mission, Me)이다. 미국에서도 초급 장교에게 이런 말을 쓴다. 설명하자면 Man(사람) 부하들의 복지를 최대한 챙겨야 한다. 그 부하들이 곧 자신의 전투력이기 때문이다. 또 Mission(임무) 임무가 정의롭고 합법적이고 전술적으로 타당하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완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Me(나) 나는 마지막에 오는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 지휘한다면 병사들을 잘 관리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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