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경찬 문화칼럼니스트】‘댄버스 부인’이 부르는 ‘레베카’가 한 동안 귓가에 맴돌았다. 그만큼 강렬했다라는 의미일 것이다.

<레베카>는 1938년 출간된 영국 소설가 대프니 듀 모리에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기반이다. 그리고 그 소설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영화로도 올린 바가 있다. 이 동명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뮤지컬이 <레베카>다. 뮤지컬 ‘엘리자벳’, ‘모차르트’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와 극작가 미하엘 쿤체의 의해 탄생됐다.

<레베카>가 다른 미스터리 소설과 다른 점은 기발한 반전이나 추리보다는 여성들의 ‘불안’한 감정을 절제된 문체로 표현해 공포심을 극대화 시키는 심리극이라는 것이다.

이야기는 사고로 죽은 전 부인 레베카를 잊지 못하는 막심 드 윈터가 주인공 ‘나(I)’와 사랑에 빠지며 시작된다. ‘막심’과 결혼하게 된 ‘나(I)’는 막심의 집 맨덜리 저택으로 오게 되고 비극의 서막은 그때부터 시작하게 된다. 그 곳에는 죽은 레베카를 숭배하는 맨덜리 저택의 집사 ‘댄버스 부인’이 있다. 그녀는 '레베카 숭배자'로 누구도 그 자리를 대신 할 수 없다는 신념에 가득 찬 사람이다.

이에 맞서 사랑하는 막심과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벌어지는 사건들은 한치도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한다.

 

존재하지 않는 ‘레베카’이기에 오히려 더 큰 공포감이 밀려온다. 보이지 않는 것과의 대립. 이것은 단순히 ‘댄버스 부인’만 사라지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진실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레베카는 미궁이다. 의문의 주인공 ‘레베카’를 파헤칠수록 예기치 못한 사고 등이 연이어 등장하며 극은 시종일관 음산한 분위기로 관객들을 긴장시킨다.

이 뮤지컬의 백미(白眉)는 레베카를 향한 댄버스 부인의 집착과도 같은 숭배가 터져나오는 장면에서 부르는 넘버 ‘레베카(Rebecca)’이다. 이 노래로 관객들은 더욱 극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갈등이 심화될수록 그것을 극복하는 ‘나(I)’의 성장은 눈이 부시다.

마침내 ‘나’가 ‘레베카’의 존재를 극복하고 “미세스 드 윈터는 나야!”라고 외칠 때 관객은 희열과 용기를 얻는다.

레베카를 중심에 두고 이뤄지는 사건과 비밀은 관객 집중도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그물처럼 서로가 얽혀있는 중심에는 ‘레베카’가 있다. 관객들의 이 비밀의 열쇠가 하나씩 풀려 나갈 때 마다 더욱 숨을 죽이며 몰입하게 된다. 이런 몰입을 돕는 것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무대이다. 영상을 활용한 무대는 스케일로 관객에게 볼거리를 제시한다.

특히, ‘나’와 ‘댄버스 부인’의 이중창 ‘저 바다로 뛰어’에서 무대가 회전하면서 공간에 대한 경계를 허물고 두 배우를 실은 발코니는 자동으로 움직여 객석 앞까지 이동하는데 관객들은 둘의 심리적인 상태를 더욱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배우들의 열연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레베카’는 자기만의 고유한 색을 강렬하게 품어내며 관객들을 유혹한다. 관객들도 극장을 나오는 순간 그 여운이 일상에서도 길게 남을 만큼 강렬할 것이다. 레베카!

한편, 뮤지컬 ‘레베카’는 오는 11월 9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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