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측 “검출 물질 농도, 기준치 이하로 근무하는데 문제 없어”

   
▲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직원들이 납땜(上)하거나 세척(下)하는 사진. <사진 제공 은수미 의원실>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삼성서비스센터 내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직원 뿐만 아니라 고객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서비스노조의 자체 조사 결과 20년가량 재직한 직원들이 루게릭병과 백혈병 등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은수미 의원 “작업환경, 유해물질에 그대로 노출”
고객들 대기 장소도 영향 미칠 수 있어
고용부·안전공단 현장 실태조사 실시 필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이 삼성전자서비스(원청)가 전국 162개 서비스센터(하청)를 대상으로 자체 실시했던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서비스센터 내부에서는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Trichloroethylene, TCE), 납(Pb)을 비롯해 생식독성 유발물질인 톨루엔(Toluene), (P,O)크실렌((P,O)Xylene) 등이 검출됐다.
 
또한 2005년 태국 이주노동자들의 ‘앉은뱅이 병’ 발병 원인 물질인 노말-헥산(n-Hexane), 이소프로필알코올(Isopropyl alcohol, IPA), 1,2-디클로로에틸렌(1,2-Dichloro ethylene) 등도 나왔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이러한 검출량이 기준치 미만이라고는 했으나 허용된 물질(기준 물질) 외에는 모두 폐기처분하도록 지시했다.
 
실제 서비스센터에서는 2008년 이전에 전자제품을 수리하면서 전자 기판을 세척할 때 시너를 사용했다. 2010년 이전에는 TCE를 세척제로 사용했으나 최근 들어 IPA로 세척액을 변경했다. 납땜용 실납도 납이 포함돼있는 유연납(有鉛鑞, 주석(Sn) 60%·납(Pb) 40%, 용융점 183℃)을 무연납(無鉛鑞, 주석(Sn) 95.6%·은(Ag) 3%·구리(Cu) 0.5%, 용융점 217℃)으로 변경하게 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서비스센터에서는 유연납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은수미 의원은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는 하청인 서비스센터에게 매일 분단위의 작업량을 목표치로 부여했는데 무연납으로 작업할 경우 잘 달라붙지 않아 작업이 쉽지 않고 시간이 많이 걸려, 도저히 이 속도를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에 관리자들의 묵시적 허용 하에 아직까지도 유연납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게다가 무연납을 사용하더라도 호흡용 보호구나 국소배기장치 등이 지급돼야하지만 실제 작업현장에서는 사용되지 않았고 ‘물질안전보건자료’의 게시나 ‘화학물질용기’ 경고 표시도 없었다는 것. 덧붙여 이렇게 보호구와 국소배기장치 등이 없는 장소에서 각종 세척제를 이용해 작업하면서 약품과 신체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 은수미 의원은 설명했다.
 
세척제 대체물질인 IPA도 예전보다 안정성이 높아졌다하더라도 장기간 신체접촉이 이뤄질 경우 불임, 유산, 정자기형, 무정자증의 증세를 유발시킬 수 있는 물질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서비스는 작업자들에게 ‘사고 발생 시 개인적 불이익이나 어떠한 처벌도 감수할 것을 서약합니다’라고 적힌 안전수칙준수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해 사업장 안전관리를 책임져야 할 사업주가 정작 져야 할 사고예방책임은 등한시 하고 사고 발생 시 책임을 하청업체 직원에 떠넘기려고만 했다고 은 의원은 꼬집었다.
 
이러던 와중에 최근 노동조합의 자체조사 결과 지난 20여 년 간 서비스센터에서 내근직으로 전자제품수리를 담당해오던 직원 A씨가 근위축성측색경화증(일명 루게릭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1993년 입사한 후로 2012년 루게릭병이 발병해 퇴사할 때까지 만 20년 동안 서비스센터에서 청소기, 선풍기, 전자레인지, 전화기, MP3 등을 수리해왔으며 각종 유해물질과 납 등을 사용해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외에도 25년 동안 일하면서 납과 신너 등 유기용제를 사용했던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 의원은 “최근 의학계 논의에 의하면 루게릭은 유전적 요인들과 환경적 요인들의 복합적인 상호 작용에 의해 유발되는데 루게릭 발병의 직업적 외부환경요인으로 납, 수은 등의 중금속과 농약, 유기용제, 전자기장 등이 제시되고 있다”면서 “실제로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 결과 납, 유기용제, 전자기장 노출과 루게릭 발병의 인과관계가 인정된 사례들이 있다”고 밝혔다.
 
또 “서비스센터는 외형적으로 깔끔한 인테리어와 청소상태를 유지하면서 고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과정을 통해 작업자들은 작업환경이 유해물질에 그대로 노출돼있고 또 이런 유해물질들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고객들의 대기 장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우려된다”며 “고용부와 안전공단이 즉시 현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역대 근무자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할 것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해당 업체들에게 전면적 안전실태점검을 실시하도록 하고 배기장치 등 작업환경안전장치의 설치를 적극적으로 하도록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2010년 자료.. 현재 작업 환경과 차이 있다”
“검출 물질 농도, 법적 노출 기준치 이하로 매우 양호해”
 
이러한 은 의원의 주장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를 통해 “작업환경측정 결과는 2010년에 나왔던 것”이라면서 지금 환경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그 자료에서도 검출 물질들의 농도가 모두 법적 노출 기준치 이하로 매우 양호했고 근무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면서 “또 원청으로서 협력업체에게 유연납을 무연납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할 수는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보호구와 국소배기장치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지적에 그는 “협력사가 많기 때문에 전부 다 조사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으며 안전수칙준수 서약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정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노조의 자체 조사 결과 드러난 루게릭병에 걸린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루게릭병은 정확한 발병 원인이 드러나지 않았으나 유전적인 요인이 있는 병”이라면서 서비스센터의 작업 환경과는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서울아산병원이 제공하는 건강정보에 따르면 루게릭병의 발병 원인은 바이러스, 대사성, 감염성과 더불어 환경오염으로 인한 중금속 축적설, 면역성, 그리고 특별한 생활 사건들로 추정되고 있다. 부모로부터 유전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문제가 되고 있는 작업 환경에 대해 금속노조삼성서비스지회 위영일 지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2010년과 현재는 큰 차이가 없다”면서 “유연납을 무연납으로 바꾸라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국소배기장치를 1인당 1대 설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위 지회장은 “2~3년 전에 바꿨다고 하더라도 이미 과거로부터 계속 안 좋은 환경에 노출됐던 것이 갑자기 없어지진 않는다”며 “현재 작업 환경이 루게릭병 등의 발병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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