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천연물 신약정책에 항의하는 전국 한의사들. ⓒ뉴시스
천연물신약, 아스피린처럼 세계시장 노렸지만…
혈세 약 1조 원 투입, 14년 간 수출 겨우 ‘1건’
1군 발암물질 검출‥인체에 안전하다?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2000년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이 제정된 후 14년 동안 약 1조 원의 재정이 투입된 ‘천연물신약’ 사업을 두고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시 세계 시장을 노린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수출이 이뤄지지 않아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벤조피렌 및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발암물질까지 검출됐기 때문.
 
이러한 천연물신약 사업을 두고 대한한의사협회는 “식약처 내 약사 출신 공무원들의 검은 커넥션인 ‘팜피아’의 작품”이라고 거세게 비난하고 있어 더욱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재원 의원 “천연물신약 사업, 약 1조 원 재정 투입”
“수출한다더니 발암물질 검출, 선진국 신약 허가 X”
 
논란이 되고 있는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은 지난 2000년부터 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신약연구개발 및 해당 개발기술의 산업화 촉진을 위해 제정됐다.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7개 정부부처(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중점전략사업으로 키워왔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식물을 이용, 아스피린(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살리실산을 가공)이나 탁솔(주목나무에서 추출된 항암물)처럼 특정 성분을 추출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한다는 취지다.
 
천연물신약개발촉진법이 제정되기 전 1999년 개발된 구주제약 아피톡신주(골관절증)를 포함, 2000년 이후로 7종의 천연물신약이 개발됐으며 현재 8종의 천연물신약이 시판되고 있다.
 
   
▲ 자료 제공 김재원 의원실
이 중 SK케미칼 조인스정(퇴행성 관절질환), 동아에스티 스티렌정(위점막 병변 개선), 모티리톤정(기능성 소화불량증), 녹십자 신바로캡슐(골관절증), 안국약품 시네츄라시럽(진해거담제), 한국피엠지제약 레일라정(골관절증)은 환자가 직접 복용하는 약이며 영진제약 유토마 외용액(2%)은 피부에 바르는 약, 구주제약 아피톡신주는 주사로 처방된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지난 14년 간 천연물신약에 약 1조 원의 재정을 투입했지만 글로벌 신약 개발에 실패했다”면서 “해외시장에서는 팔리지도 않는 천연물신약에 대해 무리하게 보험급여를 적용,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국내 환자에게만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천연물신약을 복용하도록 방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4105억 원, 2011년부터 2015년까지 359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으나 2010년까지 집행한 금액은 4105억 원의 43%인 1762억 원만 집행했다.
 
그러면서 2011년부터 7개 부처가 집행한 금액에 대해서는 얼마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또 계획이 수립되던 2000년 당시 보건복지부는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사업이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사업’이라며 신약 1개를 개발하면 세계적으로 연간 1조~2조 원의 매출과 매출의 20~50% 수준의 순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목표를 잡았지만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4년 동안 천연물신약의 해외 수출 실적은 2012년에 필리핀, 몽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스티렌정 1억500만 원을 수출한 것이 전부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의 계획 및 목표에는 전혀 다다르지 못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연물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지급액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천연물신약 건강보험급여는 ▲2009년 1066억 원이던 것이 ▲2011년 1235억 원 ▲2013년 1674억 원으로 600억 원 넘게 증가했으며(▲2014년 6월 말 849억 원) 최근 5년 6개월 간 지급된 금액은 총 7616억 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1700억 원에 달하는 혈세를 쏟아붓고 있는 것이라고 김 의원은 비판했다.
 
김 의원은 천연물신약이 임상시험 단계를 생략하거나 완화했기 때문에 안전성과 유효성을 제대로 검증받지 못해 국내에서만 신약 허가가 났고, 아직까지 유럽이나 미국에서 신약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6개의 천연물신약에서는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벤조피렌’이 검출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유토마 외용액(돼지폐 추출물)과 아피톡신주(봉독 추출물)를 제외한 내복약 6종은 약의 원료로 한약재 등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에서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 등 1군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김 의원에 제출한 ‘6개 천연물신약 유해물질 검출시험 결과’에 따르면 포름알데히드는 천연물신약의 ▲원료 한약재 최대 24.8ppm ▲추출물 최대 15.7ppm ▲완제품 최대 12.81ppm이 검출됐다. 벤조피렌은 ▲원료 한약재 최대 25.8ppb ▲추출물 최대 152.8ppb ▲완제품 최대 16.09ppb가 검출됐다.
 
   
▲ 식약처가 김재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출처 김재원 의원실
천연물신약의 발암물질 검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에도 발암물질 검출로 인해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이것과 관련해 식약처는 ‘천연물신약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은 사실이나 문제가 없다. 인체에 안전한 수준’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러한 식약처의 입장에 대해 김 의원은 “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이 나올 수 없는 것이 상식인데 발암물질이 나온 약을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작년 3월에 발암물질 검출이 문제가 됐는데도 아직까지 발암물질 관리기준도 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약품의 제조유통과정에서 발암물질의 농도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고 환자 몸에서 발암물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 수 없어, 발암물질이 안전한 수준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인체에 안전한 수준이라는 식약처의 입장에 대해 반박했다.
 
이어 “식약처는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의약품에 포름알데히드와 벤조피렌 기준을 정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의약품에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선진국은 이러한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천연물 자체를 소재로 한 의약품을 신약으로 허가한 적이 없기 때문에 별도의 기준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협 “식약처, 발암물질 모니터링 한다더니 오히려 검출량↑”
 
대한의원협회(이하 의원협)도 천연물신약에서 발암물질이 여전히 검출되고 있으며 오히려 검출량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의원협은 “지난해 발암물질 검출에 대해 식약처가 향후 모니터링을 통해 잔류기준설정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며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식약처의 설명대로 발암물질 검출이 개선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본의 최대 화학물질 종합분석센터 ‘스미카분석센터’에 3가지의 천연물신약의 분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의원협이 받아본 분석 결과에 따르면 천연물신약에서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이 여전히 검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티렌정은 벤조피렌이 ▲2013년 식약처 11.2~16.1ppb·일본식품분석센터 17ppb 검출됐으나 ▲2014년 대한의원협회(스미카분석센터) 19ppb, 포름알데히드가 ▲2013년 식약처 0~2.5ppm·일본식품분석센터 3.5ppm에서 ▲2014년 대한의원협회 8.0ppm으로 지난해보다 더 많은 양이 검출됐다.
 
신바로캡슐의 경우 벤조피렌이 ▲2013년 식약처 0.2~0.3ppb·일본식품분석센터 불검출, ▲2014년 대한의원협회 <0.043ppb(정량하한보다 검출농도가 낮음)로 거의 검출되지 않았지만 포름알데히드는 ▲2013년 식약처 9.2~15.3ppm·일본식품분석센터 14ppm, ▲2014년 대한의원협회 21ppm으로 지난해보다 더 높은 수치가 기록됐다.
 
조인스정의 경우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의 검출 결과가 지난해와 거의 비슷했다.
 
의원협은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할 정도로 강력한 발암물질”이라며 “천연물신약은 한약재가 원료이기에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뿐만 아니라 수은, 비소, 납과 같은 중금속이나 농약 등이 잔류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식용유지류, 라면스프 원료 등에서 벤조피렌이 검출됐을 때 즉각 회수조치를 내렸던 식약처가 이보다도 더 높은 용량이 검출된 천연물신약에 대해 안전하다며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식약처의 무사안일과 업무태만을 잘 입증하고 있는 것”이라며 “가격도 싸고 효과에서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대체의약품이 수두룩한데 왜 굳이 국민들이 발암물질로 뒤범벅된 약을 먹어야 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천연물신약은 다른 신약과 차별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현숙 의원 “제약회사 편의 위해 국민 부담 가중”
“천연물신약 급여평가 재검토해야”
 
지난 16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천연물신약에 대한 급여적용 평가에 있어서 다른 신약과 차별된 기준을 적용했다”며 천연물신약의 급여적용 평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2012년 8월 열린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레일라정’ 평가 결과를 두고 “대체약제의 1일 소요비용 대비 고가임이 비용 효과성 항목에 명백히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개발 및 연구 노력이라는 제약회사의 입장을 고려해 비용 효과성이 수용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며 “결론이 논리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2011년 5월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신바로캡슐 평가 결과에서도 “기존 NSAIDs(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와 병용투여하면 투약비용 상승으로 비용 효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국내 산업 촉진의 의미로 지금까지의 평가 흐름을 따라 급여화한다는 것은 급여 기준의 기본 원칙인 ‘효과와 가격적정성’ 측면에서 어긋난다”고 말했다.
 
2011년 8월에도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모티리톤정에 대해 ‘국내개발신약의 경우에는 이런 정도의 자료로는 보통 허가될 수 없다’, ‘플라시보 효과(약효가 전혀 없는 거짓 약을 진짜 약으로 가장, 환자에게 복용하도록 했을 때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만으로도 개선이 가능할 수준’, ‘이 정도 근거로 외국에서 신청품을 허가해줄지도 의심됨’이라면서도 모티리톤정을 허가해줬다.
 
김 의원은 “모티리톤정은 견우자(牽牛子)라는 식물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 성분은 동물실험 시 유전독성(DNA가 개체에 대해 유해한 변화를 받아 그것이 자손에 전해져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약재”라며 “이런 독성이 강한 성분이 들어가 있는데도 단지 목표 효과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임상적 유용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티리톤정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으면서도 급여의 적정성이 있다고 결정된 근거가 부족해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급여평가를 할 때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제약회사의 편의를 위해 국민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또 국민 건강에 위해를 미칠 수 있는 독성 물질에 대한 엄격한 지침 없이 넘어가는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국내제약사들이 천연물신약 수출계획을 제시하고 있으나 실제로 수출을 이행하지 못할 시 불이익을 주는 등 제한적인 조건을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대한의원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와 국회의원들까지 천연물신약과 관련한 여러 가지 논란에 대해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식약처에서는 지난 2013년 4월 설명자료를 통해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 검출량은 극미량으로 인체에 노출되더라도 매우 안전하다”, “식약처는 해당 업체에 유해물질 저감화를 위해 공정을 개선하고 원료 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지시해 이행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며 또한 향후 모니터링을 통해 잔류기준설정 여부 등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 외에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또한 지난 ‘2014 국정감사’에서 정승 식약처장은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의 ‘천연물신약 정책은 일부 제약업체의 배만 불리는 것은 아니냐’는 질의에 ‘식약처 소관이 아니고 심사를 신속, 정확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답하면서 태도에 대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한의협 “천연물신약 사업은 엉터리”
“검은 커넥션, 팜피아의 작품”
 
이러한 정 처장의 답변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는 지난 21일 성명서를 통해 “현행 엉터리 천연물신약 사업은 식약처 내 약사 출신 공무원들의 검은 커넥션인 ‘팜피아’의 작품”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한의협은 “정 처장의 답변은 마치 현행 천연물신약 정책과 사업이 식약처와는 큰 상관관계가 없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이라면서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마치 천연물신약 사업과 식약처는 깊은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답변했다면 신성한 국정감사장에서 거짓말을 함으로써 국민과 언론을 기만한 행위이며, 만일 몰랐다고 한다면 ‘무능’의 소치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5년 6개월 간 7600억 원이 넘는 건강보험 재정이 엉터리 천연물신약의 건강보험 적용으로 낭비된 사실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식약처와 관계자들의 사과와 엄중한 문책을 촉구한다”며 천연물신약 정책이 바로 잡힐 수 있도록 총력으로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재원 의원의 국정감사 질의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서면을 통해 ‘선진국에서 임상시험 추진 및 기술이전 성과가 달성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보건복지부에서 김 의원에 제출한 해명자료에 따르면 “(김 의원이)지적한대로 천연물신약 수출실적 1건 등 글로벌 신약개발 목표가 미달성된 부분이 있지만 연구기간이 약 15년이라는 짧은 역사(일반 신약의 경우 약 25~30년) 및 논문과 특허 등 성과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구 성과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면서 “동아에스티의 모티리톤의 경우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는 등 미국 및 유럽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암물질 검출과 관련해서는 “천연물신약을 포함한 의약품의 허가·심사 및 안전성에 관한 사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소관이라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다”면서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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