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가수 이승철씨가 일본에 입국하려다가 일본당국이 상륙허가를 해주지 않아 입국이 불허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일본은 자신의 입국이 불허된데 대하여 항의하는 이승철씨 에게 뚜렷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4시간이나 하네다 공항에 억류했으며 결국, 이 씨는 우리나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입국을 불허하며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만 같이 방문한 이승철씨의 부인까지 공항에 억류하고 입국승인을 하지 않은 처사는 대한민국 국민을 무시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일이다.

이승철씨와 그의 소속사는 이 씨가 일본입국이 불허된데 대해 “지난 8월, 탈북합창단과 더불어 독도를 방문해 통일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처음, 이 씨가 입국을 거절당하고 공항에서 대기할 때, 그 이유를 묻자 일본출입국사무소의 직원은 “최근 언론에서 나온 것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언론에 나온 일”이 과연 무엇인가? 가수로써 이승철씨는 항상 언론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가수로서의 행동 말고 이 씨가 일본입국을 불허당할 만한 일을 한 적이 있는가? 어떻게 생각해봐도 이 씨가 입국을 불허당한 이유는 독도문제 때문이다. 탤런트 송일국씨 사례를 보아도 이는 명백하다. (송일국씨는 2012년, ‘8.15독도횡단프로젝트’를 통해 경북울진에서 독도까지 수영으로 입도한 적이 있다. 이에 야마구치 쓰요시 일본 외무성 부대신은 “미안하지만 송일국은 향후 일본 입국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승철씨와 소속사가 “독도문제로 입국이 불허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이에 이승철씨가 강력히 항의하자, 출입국사무소 직원은 갑자기 입국불허사유를 바꾸며 “20여 년 전 대마초 흡연 사실을 따로 거론했다.”고 한다. 즉, 대마초 피운 경력이 있기 때문에 입국이 안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승철씨는 1989년, 대마초 사건 이후에 일본에 15차례나 입국했지만 그동안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우연찮게도 독도에서 통일노래를 부르고 나니, 입국불허를 받은 것이다. 이러니, 일본당국의 변명이 궁색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우리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이승철씨 입국 거부 사태에 유감을 표시하며 명확한 입국불허 사유를 요구했을 때도 일본 대사관 관계자는 “본국에 전달하겠다. 이승철씨 입국 거부 사유는 독도와 무관하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 거부 사유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 과거에 대마초 피운 것이 일본입국거부 사유가 된다면 부시 전 미국대통령도 오바마 현 미국대통령도 일본입국이 불허되어야 한다. 20년 전 피웠던 대마초가 입국불허사유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자국민이 당한 부당한 처사에 대해 외교적 수단을 이용하여 일본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약속 받아야 할 것이다. 자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은 주권국가로서의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외국정부에 강력히 항의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도 명확하지 않은 사유로 외국인의 입국거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정부 정책을 비판한다.”는 이유 등으로 외국인들을 입국금지하고 있고 그 숫자는 2011년 7만6125명, 2012년에는 8만6408명, 지난해에는 10만 명을 훌쩍 넘겨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하며 제시한 이유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혹은 “경제 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라는 ‘출입국관리법’ 조항이다. 자의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상당히 모호한 조항이다. 법조항을 구체적 사유가 있게끔 다듬고 입국 거부당한 외국인에게 불복절차와 입국거부 사유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

남의 눈의 티끌은 보면서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