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새정치 연합에서 들고 나온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씩” 정책이 복지 포퓰리즘 논란과 맞물리면서 여야 정쟁으로 번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 연합에서 이 안을 들고 나오자마자, “현실성 없는 복지 포퓰리즘”이고 맹비난했는데, 과연 새누리당이 이 정책의 현실성을 연구하고 고민하고 검토하고 나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의문이다. 야당의 정책 제안 자체는 문제될게 없다. 야당의 이번 제안은 결국, 임대주택 늘리자는 것 아닌가? 전월세 대란에 집값고공행진, 정상적으로 직장 다니고 월급 받아 저축해서는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없는 구조가 작금의 대한민국이다. 이것 해결하는 데에 공공임대주택 많이 짓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이 있는가?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도 결국, 공공임대주택 정책이다. 이거 많이 짓자고 하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새누리당은 “공짜주택, 야당이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새정치 연합에서 제안한 정책이 “공짜로 신혼부부에게 집을 한 채씩 주는 것”인양, 언론플레이를 하며 사실을 호도 하고 있다. 국민을 속이는 것은 야당이 아니라 새누리당이다. 야당에서 제안한 이번 정책은 공짜가 아니다. 신혼부부에게 엄연히 월, 20만원에서 60만 원 정도의 임대료를 받고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공공임대주택정책은 예전에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와 유사한 공약을 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행복주택도 별반 다르지 않는 공약이다.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면 뭣 때문에 새누리당은 그런 공약을 남발했나? 야당의 이번 제안을 ‘공짜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면 자신들의 공약도 ‘공짜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새누리당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야당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라는 포럼의 명칭, 구호자체만 들어보면 누가 봐도 공짜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새누리당이 이것을 매도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해도 야당이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짠 프레임에 매번 빠져서 이 정권 내내 끌려가며 정국의 주도권을 잡지 못한 새정치 연합이 또 한 번 헛발질을 하는 순간이다. 문희상 대표도 구호를 바꿔야 한다고 했고, 새정치 연합의 다른 의원도 “초기에 이름 짓기에 실패해 여당에 한 방 맞았다.”고 했는데, 그 정도의 정치적 감각이 없으니 만년 야당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신혼부부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렇게 반응하기 전에 새정치 연합에서 애초에 왜, 이런 정책을 내어 놓았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새정치 연합이 이 정책을 가지고 나온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세계에서 꼴지 수준인 우리나라의 출산율 때문이다. 가임연령의 여성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고, 우리나라는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3~40년 뒤엔 젊은 청년이 몇 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될지 감도 안 잡히는 상황이다. 사회의 동력은 떨어지고 내수시장은 얼어붙을 것이다. 이 문제부터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는 것이다. 이보다 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안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점을 감안했을 때, 신혼부부에게 우선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을 무작정, ‘특혜’라며 비난만 할 수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의 행복주택이나 새정치 연합의 신혼부부임대주택은 큰 틀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각론의 차이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더 좋은 방향으로 풀어내면 된다. 그것이 정치가 가지고 있는 힘 아니겠는가? 정쟁은 해야 할 때가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서민들 행복의 시작은 따뜻한 보금자리에서부터 나온다는 것을 정치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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