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찬 칼럼니스트
▸한국의정발전연구소 대표
▸서울IBC홀딩스㈜ 대표이사

【투데이신문 김유찬 칼럼니스트】전두환 정권에 의한 정책은 우선 집권과정의 비정통성 문제를 물가안정을 통한 지속적 경제성장의 기반구축과 이를 바탕으로 한 국운개척노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전두환정권의 가장 큰 치적으로 평가되는 물가안정정책은 사실 빛과 그림자 모두를 만들어 냈다.

전두환 대통령 자신의 권위주의적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이 신뢰한 경제수석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 나머지 경직된 경제정책을 전개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한 꼴이 됐고 그렇게 함으로써 여타의 경제분야 예컨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 등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됨으로써 차기 정권에 과도한 부담을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6공 노태우 정권시절 커다란 문제로 대두한 도로 항만시설 및 전력부족문제 등은 결국 전두환정권이 지나치리만치 물가안정목표에만 집착함으로써 여타의 것에 대한 대비가 소홀하게 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등장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다.

아울러 집권말기 전두환은 물가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넘어선 자만심의 팽배로 오만한 군주로 변모됐고 그와 연계된 친인척들의 비리문제와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관련 정부부처가 보여준 어설픈 대처는 결정적으로 전두환 정권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붕괴케하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전두환정권의 정책은 우선 전두환 대통령 자신이 한번 신뢰한 수석보좌관들을 끝까지 신뢰하고 그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줌으로써 일관된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일원화된 정책관리체제를 통한 경직된 경제논리를 고집함으로써 장래에 대한 대비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고 더욱이 집권말기 친인척관리에 실패함으로써 그 자신이 애써 쌓아올린 많은 것들을 잃게 되는 우를 범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민주화의 함성속에-국민은 빵과 자유 둘 다 원한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학자인 W. 머슬로우는 인간욕구를 5단계로 나누고 인간이 상황과 여건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임을 역설한 바 있다.

초근목피로 근근히 생을 연명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한끼 배불리먹어 보는 것이 소원일 것이다.이들에게 자유니 민주니하는 형이상학적인 개념은 먼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초기 북한 김일성이 북한주민들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강조했던 것은 현재 우리의 시각에서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구호이지만 당시 상황은 정말 하얀 쌀밥에 고깃국을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대다수 민초들의 소원이었다.

1960년대 정치사회적인 대변혁기에 대부분의 국민들이 간절히 바란 것은 바로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욕구충족 즉 지긋지긋한 가난을 극복하고 배불리먹고 사는 문제였다.

1961년 국민적인 합의가 없는 5.16군사구데타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인 욕구가 우리사회를 광범위하게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점차 삶이 윤택해지면 사람들은 보다 상위의 가치 즉 삶의 질과 자유와 민주 등 고차원적인 가치를 갈구하게 된다.

이제 좀 먹고 살만하니 좀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욕구가 분출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1980년대 급격하게 분출된 민주화의 욕구는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치면서 사회전체가 부유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먹고 살만한 정도가 되었을 때 잃어버린 인간적 자존심, 먹고 사느라 정신없이 바빠 누리지 못했던 자유, 민주 등 억압받은 심리가 급격한 사회적 변혁기를 맞이해 일시에 터져나온 결과였다.

강력한 군부독재에서 벗어나 이제 막 봄을 맞이하려는 찰라 다시금 철권통치로 그 욕구를 억압하며 등장한 전두환정권에 대해 당시 많은 국민들은 수동적인 침묵을 강요당했지만 이러한 현상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었다.

이제 한국인들은 빵 뿐만이 아니라 자유도 원한 시대가 도래했던 것이다.

경제성장의 파라독스

박정희정권시절 성장제일주의에 입각한 급속한 경제성장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화려한 찬사와 더불어 많은 성장의 그림자를 우리사회에 드리웠다.

특히 불가피하나 정부주도의 경제성장정책은 국가자원의 왜곡된 배분현상을심화시켰고 결국 이 성장과실의 ‘분배’에서 소외된 절대다수 많은 이들에게 국가발전에 대한 자발적 충성심을 철회하고 극렬한 반정부투쟁에 동인을 제공하고 말았다.

특히 박정희 정권 말기 상상을 초월하는 탄압정책은 그 도가 지나치리만치 심하였고 결국 그것은 부메랑이되어 정권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충성도 점차 사그러들었고 그것은 박정권의 경제성장의 공과논쟁에서 상당부분 ‘과’를 주장하는 이들의 이유를 합리화시키는데 일조했다.

전두환정권은 박정희정권과 경제성장정책면에서 크게 대별되는 정책을 펼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박정희 대통령의 ‘적통정권’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전두환정권은 박정희정권의 경제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자연 수출주도의 경제성장정책이 계속됐고 박정희시대 형성되기 시작한 성장의 소외계층 또한 늘어갔다.이들 소외세력들은 그러나 더 이상 침묵하기를 거부했고 적극적인 반정부세력 반정권세력화했다.

이른바 우리사회 민주화세력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경제성장은 크게 ‘성장위주정책’과 ‘분배위주정책’으로 구분된다.

자원이 절대부족했던 우리나라의 경우 당시 박정희를 중심으로 한 혁명세력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제일성장정책을 채택했고 결국 이 정책은 구조적으로 일부 정부와 연계된 세력 즉 재벌을 탄생하게 했다.

이들 재벌들은 정부로부터 각종 정책금융의 지원 하에 승승장구 사업을 뻗어나갔고 사회적인 부는 소수에게 집중되는 현상이 생겨나게 됐다.

한국경제의 견인차로서 재벌의 역할은 일정부분 그 존재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부의 극소수에게로의 집중은 결국 그 성장으로부터 소외된 많은 이들에게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가지게 만들고 결국 이는 사회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절대다수 중소기업은 대기업주도의 경제구조속으로 예속되고 집중된 부는 결국 정권과 결탁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유도해 나갔다.

우리가 잘 아는 오늘날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의 탄생은 바로 이러한 재벌중심의 경제정책의 와중에 탄생한 경제이익단체로 주로 재벌 대기업의 오너들이 중심이 돼 번갈아가며 회장을 맡았고, 각종 정부정책에 재벌과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 입김을 행사하는 이익단체화했다.

한국경제성장의 구조적인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기원한다.

분명 성장은 하는데 골고루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형적인 성장’ 즉 한쪽으로 편중된 성장구조를 가진 사회가 되고 만 것이다.

많은 정책적 배려에도 불구 한번 형성된 이러한 구조는 쉽게 변경되기 힘들다.

최근 활발해진 ‘경제민주화’ 입법활동 등 ‘균형성장론’이 힘을 얻는 이유는 바로 이처럼 부의 편중 심화를 막고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노력이다.

그러나 이미 공룡처럼 훌쩍 커져버린 기업부문이 호락호락 그들의 기득권을 내놓으려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최근 우리사회의 최대 논란거리인 ‘갑’의 횡포와 전횡 또한 그 뿌리는 이러한 모순적인 경제구조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우리사회의 양극화문제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모두 이러한 부의 집중문제 자본의 집중문제가 구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며 이러한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법률과 제도가 보완수단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문제는 자본집중의 심화가 과연 어느 정도인가 하는 문제이다.

가난이 대물림되고 부자는 계속 부자로 남을 수 있는 사회는 결코 바람직하지도 건강한 사회도 아니다.

전두환정권 하의 각종정책은 물가안정이라는 비교적 일관된 경제정책기조하에 진행됐으나 성장의 과실을 적정하게 분배하는 정책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민주화의 함성속에

전두환 5공정권 말기는 그야말로 폭발직전의 상황이었다.

노동자 학생 시민 할 것 누구나 다 민주화에 대한 열기로 가득했다. 시민들조차 강압적인 권력의 횡포에 맞서서 민주화의 기치하에 일치단결했다.

당시 폭발적인 민주화요구는 일종의 역사의 반작용과 같은 것이었다.

전두환의 집권과정에 있었던 5.18 광주민주화운동, 12.12 사태 등 폭압적인 신군부의 일련의 정당하지 못한 행동을 지켜보던 일반국민은 철권통치하에 그야말로 숨죽이며 살아는 가고 있었지만 언젠가는 폭발할 그러한 시한폭탄과 같은 것이었다.

더더욱 그 도를 더해가는 전두환정권의 권위적이고도 폭압적인 정권의 행태는 노동자, 농민 뿐만이 아니라 시국에 예민한 학생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결국 일반인들의 동참까지 가져올 정도로 정권에 대한 혐오감과 염증이 비등점을 향해 치닫게 된다.

<다음 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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