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자녀들의 다시 보는 ‘갑질·물의’ 시리즈

   
 

재벌 자본의 힘 뒷받침된 ‘폭행 사건’
돈 쓸 데 없었나… 마약 밀수·복용
정치인 미성년 아들, ‘미개한 국민’ 발언
왕조처럼 운영되는 대한민국 재벌, 문제 있어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파문이 확산되면서 재벌 2·3세들의 지나간 ‘갑질’도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조 전 부사장, 곧 오너일가의 ‘갑질’로 인해 고통 받는 일반 소시민, ‘을’에 대한 동정 심리와 동조 의식이 확산되면서 그저 철없는 재벌가 자녀들의 일탈로 무마되곤 했던 그들의 ‘갑의 횡포’가 다시금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먼저, 지난 2010년 이른바 ‘맷값 폭행’ 사건이 있었다. 최태원 SK그룹의 사촌 동생으로 물류업체 M&M의 대표였던 최철원씨가 비판의 주인공이다.

최씨는 SK본사 앞에서 회사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고용승계 건으로 1인 시위를 하던 탱크로리 기사 유모씨를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한 후 ‘맷값’이라며 2000만 원을 준 뒤, 5000만 원에 탱크로리 2대의 양도계약서를 쓰게 했다.

결국 이 사건으로 최씨는 구속 기소됐고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비슷한 폭행 사건으로는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이 있다.

지난 2007년 4월 김 회장의 둘째 아들인 동원씨가 술집에서 시비가 붙어 점원에게 맞았단 이야기를 전해들은 김 회장은 직접 경호원 등을 동원, 그 점원을 청계산으로 끌고 가 쇠파이프 등의 흉기로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사건으로 인해 김 회장은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동원씨의 ‘일탈’은 계속됐다. 지난 2011년 차량 접촉사고를 일으킨 후 뺑소니로 벌금 700만 원이 부과됐고 지난 1월에는 상습적으로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현대그룹에서도 문제아는 있었다. 고 정주영 회장의 손녀이자 현대그룹 3세인 정모씨도 서울 성북동 자택 인근에 주차해둔 차량에서 대마초를 피운 사실이 적발되면서 불구속 기소돼 지난해 벌금 300만 원을 부과 받았다.

또한 지난 4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후 정몽준 전 국회의원의 차남인 예선군의 ‘미개한 국민’ 발언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몰고 왔다. 당시 예선군은 본인의 SNS에 “우리나라 국민은 대통령이 가서 최대한 수색 노력을 하겠다는데도 소리를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한테 물세례 한다”면서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한데 대통령만 신적인 존재가 돼서 국민의 모든 니즈를 충족시키길 기대하는 게 말도 안 되는 것”이라는 글을 남기면서 정몽준 전 국회의원의 서울시장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개한 국민’ 발언으로 인해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국민으로 표현했지만 글의 맥락을 따져봤을 때 유족을 미개하다고 한 것과 다름없다’며 예선군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결국 정몽준 전 국회의원의 아내와 예선군이 직접 찾아가 용서를 빌었고 이에 고소는 취하됐다.

롯데가에서도 자녀가 물의를 빚었던 바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조카이자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장남인 고 신동학씨는 그랜저를 몰고 가다가 ‘프라이드가 건방지게 끼어든다’며 프라이드 운전자 일행을 벽돌로 내리치는 등 집단 폭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질타를 받았다.

또 코카인, 대마 등 마약을 복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었고 지난 2000년에는 음주운전을 하다 뒤에 오는 차에 부딪히는 등 사고를 내고 단속하려던 경관을 매단 채 질주했다. 이로 인해 단속하던 경찰관은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고 신동학씨는 징역 3년을 구형 받았다. 이후 신동학씨는 2005년 태국 여행을 하던 도중 실족사로 세상을 떠났다.

LG가에서는 구인회 LG 창업주의 동생 구정회 창업 고문의 손자인 구본호씨가 문제를 일으켰다. 자신이 대주주 자리에 있는 물류업체인 범한판토스를 이용해 은행에서 250억 원을 대출받은 후 담보 없이 이 돈을 다시 빌려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 또 코스닥 상장사인 미디어솔루션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함께하는 것처럼 조작해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로 기소됐다. 이 일로 구씨는 지난 2011년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미국 국적자인 구씨는 주식 양도세 20억 원을 낼 수 없다면서 소송을 냈고, 최근 이 조세심판 청구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국적만 미국인 ‘검은머리 외국인’에 의한 국부 유출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두산그룹에서도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조카이자 고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중원씨가 사기혐의로 지난해 구속기소됐다. 지인에게 1억5000만 원을 빌리고 갚지 않았으며 또 앞서 지난 2007년 코스닥 상장사인 뉴월코프를 자본도 없이 인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본으로 인수한 것처럼 공시하면서 주가를 폭등시켰다. 여기서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과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도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로 지난 2012년 기소됐고 지난 7월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이들은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2000억 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을 주도한 혐의가 인정됐다.

우리나라의 ‘재벌’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왕조처럼 운영된다’고 일갈했다. 우리나라의 ‘재벌’이라는 기업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고, 한 번 재벌 가문에서 태어나면 이미 정해진 코스대로 마치 왕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듯이 자녀들을 미래의 기업 총수로 앉히기 위한 코스를 준비 시키는 것과 같아 보인다.

이렇듯 이미 정해져 있는 코스를 밟고 있는 재벌가 2·3세들의 일반 소시민들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일탈 행위는 과거부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을 처음 일으키고 성장시켰던 창업주들과 달리 태어날 때부터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은 그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세습’만을 위해 성장했기 때문에 사회적인 현실 감각과 기본적인 윤리 의식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부적절한 말과 행동으로 논란을 일으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기업문화인 ‘재벌’이라는 구조가 재벌가 2·3세들에게 자본을 뒷받침한 특권 의식만을 심어주고 있다는 반응도 온라인 등에서 뜨겁다.

‘제2의 땅콩회항 사건’이 나오지 않도록 재벌가 스스로의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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