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박근혜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집권 중반을 맞은 감상과 앞으로의 정국 구상을 밝혔다. 20여분동안 진행된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고는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시간도 가졌다. 대통령의 신년연설이야 어느 정부에서나 있었던 것이고 그 내용은 국정 중점사항을 국민에게 알리면서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내용들이기에 별다를 것도 없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대통령 신년연설은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 보다 1년 후, 결과를 내어 놓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년 신년연설 때 박 대통령은 뭐라고 말했는가?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 했고, 창조경제를 통해 혁신경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며 내수를 활성화시키고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1년이 지나서 그 약속들이 지켜졌는가? 청와대 구중궁궐에서 연일 일어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은 정상을 비정상으로 만들었고, 실세 부총리라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취임하자마자 ‘부동산 경기’살린다고 저금리에 돈 빌려주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이것이 박 대통령이 말하는 혁신경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내수를 활성화 하겠다”는 약속은 어디로 갔나? 올해 신년연설에서도 박 대통령은 내수 활성화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 행동은 수출기업에 이득을 몰아주고 소비 활성화에 나서야 할 정규직들의 입지와 지갑을 얇게 만드는 정책을 펴려 하고 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신년연설이라고 지키지도 못할 미사어구와 교과서적 발언만 남발한 꼴이 된 것이다. 오죽했으면 일부에서 “대통령이 자기가 지금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겠는가? 그러니 신년연설 내용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게 좋다. 1년 뒤, 오늘의 말이 얼마나 잘 지켜졌는지 평가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다. 작년, ‘짜고 치는 고스톱 기자회견’으로 청와대와 기자단들이 한꺼번에 망신을 당했기 때문에 올해는 작년과는 다른 기자회견이 될 것으로 예상됐고 돌발질문, 답변에 이어진 자유토론 등의 모습도 기대되었다. 그러나 혹시나는 역시나로 바뀌었다. 기자들은 뻔 한 질문을 했고 대통령은 여러 문제에 대해 ‘송구하다’라는 답변을 하면서도 여러 현안에 대해 달라진 모습, 변화된 태도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정윤회 국정 개입 문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과학적 기법까지 동원해 수사한 결과 모두 허위고 조작된 게 밝혀졌다”며 “국정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기춘 비서실장이나 문고리 3인방에 대한 거취도 변화 없음을 못 박았다. 자신들이 친절히 수사 ‘가이드라인’을 내리고 검찰이 그 길을 따라 충실히 청와대에서 바라는 답을 내어 놓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인데 그런 검찰의 발표를 믿으라고 국민에게 훈계한 꼴이니 혀를 찰 수밖에……. 국민들 60%가 검찰의 수사발표를 믿지 못한다는 여론조사 내용을 대통령만 모르는 듯하다.

정윤회 문건에 민정수석의 항명파동으로 청와대 내 기강이 무너졌다는 것은 백일천하에 다 드러났다. 국민들은 청와대 내 인적쇄신이 없다면 그 어떤 시스템이나 정책도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박 대통령에게 인적쇄신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여전히 고집불통이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겠다.”고 지속적으로 외친다. 한나라당 천막당사 시절이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때 보여주었던 리더십을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가 바로 청와대 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못된 집단 때문인 것을 왜 대통령은 알지 못하는가? 국민이 바라는 인적쇄신은 면피용, 국면전환용이 아니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를 약속하여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청와대를 바라는 것이다. 앞으로는 변화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여 달라는 주문이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요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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