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1988년 5공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선 국제그룹 회장 양정모는 과거 5공 정권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이 청와대로 10대 그룹 총수를 모아놓고 만찬회를 가지면서 “내가 기업을 살리려면 살릴 수 있고 죽일라 하면 죽일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소”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그 후, 전두환은 자신의 이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재계서열 7위의 국제그룹을 강제 해체시켜 버렸다. 전두환의 이런 비상식적이고 몰상식적인 발언이 나오고 부터 30여년이 지난, 2015년. 이와 비슷한 발언이 국무총리 후보자 이완구로부터 나왔다.

이완구 후보자는 자신의 땅 투기 의혹을 보도한 언론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언론을 자기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는 식으로 언론통제 발언을 했다. 종편에 출연한 패널이 그를 비난하자 기자들 앞에서 “종편 방송사 간부들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를 막아 달라고 종용해 방송보도를 막았다.”고 으스대며 자기의 힘을 과시한 것은 물론, 더 나아가 회유와 협박을 동시에 하며 언론을 길들이려고 했다. 80년대 전두환의 모습과 하나도 다른 게 없는 것이다.

그는 “언론인들, 내가 대학 총장도 만들어주고, 40년 된 인연으로 이렇게 삽니다. 언론인 대 공직자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인간적으로 친하게 되니까, 내 친구도 대학 만든 놈들 있으니까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주고”라면서 “내 말 잘 들으면 좋은 자리는 보장된다.”고 언론인들을 회유했고 한편으로는 ‘김영란 법’을 들먹이며 기자들을 협박했다. “여러분들도 한 번 보지도 못한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 가서, 당신들 말이야, ‘시골에 있는 친척이 밥 먹었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합니까’ 항변을 해봐. 당해봐. 내가 이번에 (김영란 법을) 통과시켜버려야겠어. 이제 안 막아줘. 이것(언론)들 웃기는 놈들 아니야…, 지들 아마 검경에 불려 다니면 막 소리 지를 거야”

검경을 들먹이며 기자들을 협박하는 꼴을 보니 그가 국무총리가 되면 언론을 어떻게 다룰지 충분한 예측이 가능하다. 이 발언 하나만으로 그는 대한민국 국무총리의 자격을 잃었다. 이완구의 별명이 ‘자판기’에서 ‘양파’로 바뀐 것처럼 연일 새로운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지만, 국무총리 후보자가 도덕성 문제로 두 번이나 연속으로 낙마한 현실을 살펴볼 때, 과거의 일들은 백번 양보해서 반성하고 사죄하면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그가 내 뱉은 언론관련 발언은 그 시점이 과거가 아니고 바로 지금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그의 언론관이 80년대 수준에서 전혀 바뀐 게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전두환이 문제의 발언을 하고 국제그룹을 해체시키는 실천능력을 보여준 것처럼 이완구도 언론을 탄압하는 실천능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하는 것이다. 삼청교육대에서 근무하며 훈장까지 받았던 그 암흑시대의 사고와 정신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 이 나라의 국무총리가 될 수는 없다. 그것은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현재 우리의 언론자유도는 세계 68위로 ‘부분적 언론자유국(PARTLY FREE)’에 올라있는 실정이다. 2011년 5월 이후, ‘언론자유국(FREE)’ 등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참담한 현실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무총리가 권력을 잡는다면 우리의 언론자유는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이완구는 총리 자격이 없다. 자격 없고 능력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 보다 더 큰 재앙이 어디 있겠나! 4대강으로 자연을 훼손하고 자원외교로 수십조를 날려먹은 자격 없고 능력 없는 집단들 때문에 우리 국민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재앙을 낳기 전에 이완구는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다. 총리후보직을 내어 놓으면서 국회의원직도 함께 버리는 것이 그가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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