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농협중앙회 산하 지역별 단위 농협에서 잇단 비리가 적발돼 농협의 내부통제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인천 교동농협은 직원들이 창고에 보관 중이던 벼를 몰래 훔쳐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논란이 됐다.

서산축협의 한 조합장은 권력을 이용해 횡령을 반복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조치가 내려지지 않아 비판이 일었다.

이 뿐만 아니라 경북 김천 직지농협에서는 한 여직원이 집단 따돌림과 성희롱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렇듯 지역별 농협에서 각종 문제들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어 농협의 내부 조치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최원병 회장의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농협 직원들, 10t 쌀 훔쳐 팔아 “관리 어떻기에”

지난해 인천 강화 교동농협 미곡종합처리장에서 벼 142t이 증발한 것과 관련해 경찰에서 조사를 벌인 결과 농협 직원들이 벌인 일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인천 강화경찰서는 지난달 23일 강화 교동농협 미곡종합처리장에 보관중인 벼를 몰래 빼돌려 판매한 혐의로 창고장 권모씨(50)와 공장장, 도정기사, 운전사 등 7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권씨 외 6명은 지난해 2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벼 10t(시가 2000만원 상당)을 4차례에 걸쳐 몰래 빼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농협중앙회 인천지역본부는 지난해 강화 교동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재고량을 조사 하던 중 창고에 보관 중이던 벼 6000t 중 142t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일반적으로 수분이 있는 벼 2%정도가 자연 증발해 사라지는 것을 고려해봤을 때 교동농협 미곡종합처리장에 있던 6000t의 벼 중 130t은 자연증발 했으며 10t의 벼는 교동농협 직원들이 훔쳐 거래처에 판매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사건 관계자들은 징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사태에 농협의 관리감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직원들이 몰래 벼를 훔쳐 내다 팔만큼 농협 측의 직원을 비롯한 창고에 대한 관리감독이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

또한 벼를 훔쳐 판 농협 직원들에 대한 도덕성 결여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6일에는 하동농협 직원 이모 씨가 지난해 3월부터 그해 12월 말까지 무려 230여 차례에 걸쳐 내부전산망에 농기계를 사들였다는 허위 서류를 작성하고 21억 원을 빼돌려 이 중 10억여원을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동광양농협에서 조합장이 허위로 조합원들의 경조사를 만들어 수백만원을 빼돌린 사실이 중앙회 감사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최 회장, 개인적 이득 위해 비리 일삼는 조합장 비호?

특히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이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서산축협의 비리경영을 모른 채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국사무금융연맹 농·축협지부 노조원들은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최 회장이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공금을 유용한 지역 단위 조합장에 대한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서산축협 비리 조합장에 대한 특별 감사촉구 및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였다.

이날 노조는 “전국축협노동조합 소속 사업장인 서산축협 정모 조합장은 일명 ‘카드깡’이라는 수법을 이용해 축협법인 카드에서 무려 145차례에 걸쳐 6180여만원을 부당하게 빼내 부당이익을 취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산축협의 비리는 이것만이 아니다”라며 “농협 기프트 카드의 포인트를 서산조합이 채워주고 이를 조합장 가족들이 편법으로 사용하거나 조합장 가족들이 서산축협마트에서 외상으로 수백만원어치의 물품을 구입하고 수개월 후 서산축협이 이를 상환하는 등 조합장 권력을 이용한 횡령을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한 정 조합장은 조합 차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차를 이용했다며 일지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3년에 걸쳐 2000여만원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노조는 “이렇듯 서산축협의 비리가 만천하에 들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상횡령 당사자인 전무는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됐다”며 “서산축협조합장이 아무런 반성도 없이 비리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서산축협 등 지역 농‧축협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농협중앙회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농협중앙회는 서산축협 정 조합장이 6000여만원에 달하는 업무상횡령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견책과 감봉 3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려 비리경영에 가담한 임‧직원에 대해 책임을 덜어줬다”며 “각종 비리 의혹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사나 제재가 없는 실정이기에 농협중앙회 지도‧감독이 실효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분노했다.

노조에 따르면 농협법은 농‧축협을 회원으로 두는 농협중앙회의 사업으로 회원에 대한 지도‧관리와 더불어 조합감사위원회 등을 통해 회원의 업무를 지도‧감사하고 감사결과에 따라 각종 조취를 취할 수 있다. 그런데 조합장의 비리에 대해 견책과 감봉 3개월이라는 처분만을 내렸기에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

노조는 “서산축협 조합장과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이 어떤 막역한 사이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서산축협의 비리경영을 모른 채 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은 비리를 일삼는 서산축협 조합장을 비호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 비리 척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렇게 조합 비리에 대해 중앙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이유에 대해 노조 측은 개별 조합장들이 중앙회 회장 선출권을 가지고 있어 최 회장이 이들에 대해 강한 처벌을 내리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을 내고 있다.

집단 따돌림, 성희롱까지 ‘악질’ 농협?

아울러 직지농협은 부하 여직원을 집단 따돌림하고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7일 오후 2시 전국농협노동조합은 김천역 광장에서 “악질 갑질을 일삼는 직지농협 조합장을 규탄해야 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난 2013년 10월과 12월에도 같은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벌였다.

이날 노조는 “직지농협 하모 조합장이 지난 2010년 3월 조합장 재선 선거 때 자신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모 과장을 단체로 따돌리고 괴롭히며 성희롱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과장은 부당징계, 부당인사, 횡령 누명, 근로조건 차별, 집단따돌림, 감시, 모욕 그리고 성폭력까지 당했다”며 “한 여성노동자를 집요하게 탄압하고 있는 직지농협 조합장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엄중한 감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하 조합장은 김 과장에게 수치심을 주기 위해 직급에 맞지 않는 창구안내와 마트 계산원 일, 공동선별장 청소 등을 시키기도 했다”며 분노했다.

이어 “또한 하 조합장은 김 과장의 상여금과 복리후생을 삭감하고 강제로 연차휴가를 보내고 대기발령을 시키는 등 악행을 일삼았다”며 “이도 모자라 김 과장에게 부당한 징계를 주고 타 직원의 횡령을 김 과장에게 누명 씌워 해고를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뿐만 아니라 노조는 “김 과장은 성희롱을 당하기도 했다”며 “직지농협 이모 전무는 김 과장에게 여성 나체 사진을 보여주고 성적인 욕설을 하는 등 성희롱을 일삼으며 김 과장을 괴롭혔다”고 덧붙였다.

이 날 사건 당사자인 김 과장은 “지난 5년 동안 심각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직지농협 조합장은 권력의 칼을 손에 쥐고 한 사람의 소중한 농협생활을 무참하고 잔인하게 끊임없이 짓밟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농협 인사기록카드는 온갖 징계로 기록돼 스스로 보기가 민망할 정도의 징계백화점이 됐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또한 “이러한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나서지 않으면 내 가족도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동료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이와 관련해 반드시 해결책과 가해자 처벌법을 만들어 이러한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최원병 회장은 내부 비리 척결과 개혁을 외쳤지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리더십 위기가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이러한 상황에 대한 농협 측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투데이신문>에서 몇 차례 취재를 요청했으나 답변을 주지 않았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