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와의 전면전, 그리고 MB의 시간

   
 

박 대통령-이완구, 부패와의 전면전 택한 이유는
떨고 있는 친이계, 그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
이명박 vs 박근혜 대통령의 싸움, 승리는 누구에게

이미 시한폭탄의 뇌관에는 불이 붙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검찰은 발 빠르게 이명박 정부의 심장으로 칼날을 향하고 있다. 가장 무서울 때가 칼을 갖고 상대방을 찌를 때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향할 때이다. 하지만 칼에 찔린다면 그때부터는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때문에 검찰의 칼날이 과연 상대방의 심장을 찌를 것이냐 아니면 심장 가까이 갈 것이냐의 문제가 남은 것이다.<편집자주>

【투데이신문 어기선 기자】망나니가 칼을 갖고 사형수 앞에서 춤을 출 때가 가장 무섭다고 한다. 그 이유는 칼을 갖고 상대방의 목을 베었을 때보다 칼끝이 목을 향해 있을 때 가장 서늘하다는 것이다. 검찰의 칼이 춤을 추고 있다. 검찰은 해외자원외교 의혹 수사와 방위산업 비리에 대한 수사에 날선 칼날을 겨누며 연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방산비리의 경우 검찰은 합수단을 출범시키고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을 구속시키고 당시 해군과 공군 수뇌부를 소환, 조사하고 있다. 이로 인해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검찰은 경남기업·포스코를 시작으로 해서 자원외교에 직접 관련된 회사들을 전면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눈만 뜨면 연일 압수수색 소식이다. 검찰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이 검찰의 움직임이 단순히 자신들의 의지대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청와대와의 조율을 거친 뒤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그 이후 검찰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때문에 정치검찰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실 방산비리나 해외자원외교 비리 의혹은 야권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온 이슈이다. 이른바 4자방 비리(4대강 사업·자원외교·방산비리) 의혹에 대해 야권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진실규명을 촉구했지만 그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다가 이완구 국무총리의 말 한 마디에,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는 검찰이 그동안 자원외교 비리와 방산비리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야권에서는 ‘때리는 시어머니(박근혜정부)보다 말리는 시누이(검찰)가 더 밉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야권에서 줄기차게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문할 때는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다가 이제야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검찰의 칼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검찰의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인사들로 그 칼끝은 향하고 있다. 사실 이번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은 정치적으로 여러 가지 복잡한 사안이 많이 있다. 우선 이완구 총리는 자신의 치명상을 덮기 위한 방안으로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완구 총리는 만신창이가 됐다. 이완구 총리가 살아오면서 아마도 그런 치욕은 처음 당해봤을 정도이다.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이 탈탈 털린 상태였다. 당시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 통과도 쉽지 않았다. 가까스로 통과는 됐지만 새누리당 이탈표가 7표 이상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완구 총리로서는 자신의 입지를 강화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부패와의 전면전이다. 부패와의 전면전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더불어 공무원 사회의 조직 기강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깔려있다. 방산비리 수사나 자원외교 비리 수사는 결국 공무원사회의 조직 기강과도 연결이 돼있다. 때문에 부패와의 전면전을 통해 공직기강 확립을 시키겠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완구 총리의 정치적 입지 때문이다. 부패와의 전면전을 제대로 수행할 경우 그 정치적 입지가 상당히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흡사 대쪽 총리인 이회창 전 총리의 모습과 비견된다고 할 수 있다. 부패와의 전면전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이완구 총리는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미 총리가 되면서 지지율도 6% 정도 얻고 있다. 여기에 부패와의 전면전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이완구 총리는 차기 대권 주자로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완구 총리는 전임 정부에게 칼날을 향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이완구 총리는 차기 대권 주자라는 날개를 다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도 부패와의 전면전은 나쁘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최대 장점의 이미지는 ‘청렴성’이다. 지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투표할 때에도 “가족이 없으니 측근비리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투표를 했다. 그만큼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청렴성이 신뢰의 척도였다. 그런 청렴성을 최대한 부각, 지지율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본다면 이번 부패와의 전면전은 나쁘지 않은 대책이다. 무엇보다 집권 3년차를 접어들고 있지만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지율 반등을 꾀하기 위해서는 칼을 꺼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또 다른 이유는 세금 문제이다. 박근혜정부 들어서 세수 펑크가 10조 원이 되고 있다. 세금 지출은 많은데 세수는 부족한 상황이다. 문제는 세금 지출을 어느 정도 정리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자원외교 비리 혹은 방산비리는 ‘과거형’이지만 ‘현재형’이기도 하다. 이 고리를 제대로 끊어주지 않으면 세금 먹는 하마가 되는 것이다. 세금 먹는 하마가 되는 이 책임을 박근혜정부가 고스란히 쥐고 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왜 세금이 천문학적으로 지출될 수밖에 없는지 국민에게 설득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천문학적으로 세금이 들어가야 하는 자원외교와 방산비리의 그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아니라 전임 대통령에게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두려운 친이계

부패와의 전면전은 또 다른 이면을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대기업 길들이기이다. 이번 수사대상은 포스코를 비롯해 SK, 신세계, 동부그룹, 롯데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다. 경제활성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박근혜정부가 자칫 기업활동의 위축을 야기할 수 있는 사정 수사를 하는 것은 ‘대기업 길들이기’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는 연일 최저임금 인상이나 과감한 투자를 대기업에게 부탁을 했다. 하지만 대기업은 콧방귀도 뀌지 않는 모양새이다. 계속해서 정부와 엇박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재계에게 협조를 구했지만 재계는 그 내민 손을 잡지 않고 오히려 침을 뱉은 꼴이다. 이로 인해 대기업 길들이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번 사정 수사가 전 정권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정치적인 해석도 나오지만 이 같은 해석은 포스코에만 국한돼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 압박용 카드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한 부패와의 전면전은 국회와의 관계 정립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면서 당청관계는 애매모호하게 됐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 비박계가 새누리당 지도부로 구성되면서 새누리당이 과거와 같은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집권 여당이 청와대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해주지 못하면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새누리당을 붙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칼을 꺼내들면서 새누리당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일단 비박계의 움직임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비박계 상당수가 친이계 출신이란 점을 볼 때 일단 움직임이 움츠려들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친박계의 움직임은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비박계 지도부가 탄생하면서 친박계의 움직임이 상당히 위축됐었다. 특히 김무성 대표가 차기 대권 주자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더욱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 부패와의 전면전을 통해 일단 친박계의 움직임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이완구 총리가 부패와의 전면전을 진두지휘하고 나서면서 새누리당 차기 대권 주자 경쟁 구도에서 김무성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양새가 됐다. 즉, 친박계 좌장으로 이완구 총리가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이에 일각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김무성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2인자로 이완구 총리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부패와의 전면전은 새누리당 당권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MB의 선택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의 다음 대상은 친이계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중우회’ 혹은 ‘영포회’가 다음 대상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중우회는 포스코 전현직 회장 및 임직원들의 친목 모임이다. 영포회는 영일과 포항 출신 공직자들을 말한다. 이들 모두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이 포항이기 때문이다. 결국 다음 대상은 친이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중우회와 영포회에만 그칠 것인지 아니면 정치권 전체에 사정 바람이 불지는 아직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칼끝이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나 박영준 전 차관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득 전 부의장이나 박영준 전 차관은 해외자원외교의 핵심 인사였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두 사람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친이계는 ‘새머리 기획’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친이계의 반발은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칼은 박근혜정부가 쥐고 있다. 이명박정부는 흘러간 정부이다. 현실이 그러하다. 때문에 친이계는 불만만 표시할 뿐이지 그 이상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칼날을 쥐고 있는 친이계가 아무리 외쳐봐도 칼은 심장을 향해 겨눠지고 있는 모양새이다. 칼날이 아니라 칼자루를 쥐어야 하는데 이제 그 칼자루는 박근혜정부가 쥐고 있는 것이다.

이에 세간의 궁금증은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칼끝이 가겠느냐는 것이다. 역대 정부치고 전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하지 않은 정부가 없었다. 그것은 현재 정부가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과거 정부를 단죄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한다. 해외자원외교 비리 의혹이나 방산비리 의혹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최근 측근들에게 “비리가 있는 사람은 당연히 수사해야지”라면서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 칼날 끝이 과연 자신에게 향하게 될지에 대해 계속 계산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것이 고민이다. 전직 대통령을 수사해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 때문이다. 특히 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의 수치심 때문에 자살을 선택했던 역사가 있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의 수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친이계가 대놓고 반발을 하게 되면 그 정치적 부담을 박근혜 대통령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과연 가만히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미 ‘대통령의 시간’이라는 자서전을 쓴 이명박 전 대통령은 후속편을 예고했다. 대선 당시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갈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는 자신을 건드리면 대선 당시 상황에 대해 털어놓을 수도 있다는 일종의 협박(?)과도 같은 모습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박근혜정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칼날을 겨누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닌 그 밑의 측근 몇 명만 정리하는 선에서 끝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과연 국민이 용납하겠느냐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특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검찰의 수사에 대해 신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사정의 칼날을 꺼내든 박근혜정부가 최소한 무라도 베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곧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싸움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과연 이런 태풍 속에서 어떤 식으로 살아남을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그 사정의 끝은 어떤 심장에 꽂히게 될지도 사뭇 궁금하다. 친이계에서는 춘래불사춘이다. 즉, 봄이 왔지만 봄이 온 것은 아니다. 흩날리는 것은 벚꽃이 아니라 친이계의 목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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