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승리를 위한 준비 마무리...이제부터 시작
새누리당, 야권 분열로 인한 어부지리의 끝은

새정치민주연합, 동교동계 등 업고 날개달까
정동영-천정배 선택, 군소정당은 이제 모여라

4월 재보선의 막이 올랐다. 여야는 각자 승리를 다짐하면서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하지만 선거구도를 어떤 식으로 프레임을 짜느냐에 따라 승리가 달라지는 소규모 선거이기 때문에 셈법이 상당히 복잡하다. 조직표 문제를 비롯해서 투표율 제고 등의 복잡한 셈법으로 인해 여야는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다. 서로 공세와 방어를 취하면서 승리를 위해 함성을 지르겠다는 것이다. 이 머리싸움에서 과연 누가 승리를 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어기선 기자】4월 재보선이 지난 9일 후보 등록을 마치면서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여야 후보들은 일찌감치 후보 등록을 마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부터 이틀동안 재보선 후보등록을 실시, 오는 16일부터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을 개시한다.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은 서울 관악을, 인천 서강화을, 성남 중원, 광주 서을 등 총 4곳이다. 서울 관악을은 오신환 새누리당,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국민모임, 신종열 공화당, 변희재 무소속 후보가 등록을 마쳤다. 인천 서강화을은 안상수 새누리당, 신동근 새정치연합, 박종현 정의당 후보가 등록했다. 성남 중원은 신상진 새누리당, 정환석 새정치연합, 김미희 무소속 후보가 나섰으며, 광주 서을은 정승 새누리당, 조영택 새정치연합, 강은미 정의당, 천정배, 조남일 무소속 후보 등 5명이 후보자로 등록했다.

재보선 최후 승리는

저마다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가 소규모 선거인데다 투표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숨은 조직표의 활약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재보선을 살펴보면 지방선거보다 투표율이 낮았다. 또한 이번처럼 4석인 소규모 선거일수록 투표율은 더욱 낮아진다.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조직표의 영향력이 강하다. 누가 얼마나 밑바닥 정서를 제대로 읽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탄탄한 조직을 확보했느냐에 따라 승리가 달라진다. 이런 의미에서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여당에게 유리했다. 그 이유는 여당이 그만큼 조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자본과 사람이 풍부한 쪽이 집권여당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재보선의 경우 야당의 무덤이 됐었다.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재보선에서 당시 열린우리당이 패배한 것도 한나라당이 거대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야 모두 숨은 조직표를 관리하기 위한 머리싸움을 벌이면서 선거 구도 자체가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현재 3군데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인천 서구강화을, 성남 중원, 그리고 서울 관악을이 그곳이다. 하지만 인천 서구강화을의 경우 새누리당 산하 여의도연구원에서 자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안상수 후보와 신동근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에서 접점을 벌이면서 화들짝 놀라는 분위기다. 이런 이유로 인해 새누리당 지도부가 계속 인천 서구강화을을 찾고 있다. 당초 3선의 인천시장인 안상수 후보가 후보로 나서게 되면 무난한 승리를 일궈낼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인천 서구강화을이 전통적으로 여당 텃밭이었다는 점에서 무난한 승리를 이뤄낼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검단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이 지역에 청년 유권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더욱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강화 출신이란 점이 크게 작용하는 모습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새누리당은 인천 서구강화을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비록 여론조사가 접점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최종 투표에서는 자당 후보를 선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고무적인 분위기다. 전통적인 여당 텃밭에서 자당 후보가 생각과는 달리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재인 대표 부인까지 선거운동에 뛰어들면서 ‘막판 역전’을 기대하고 있다. 결국 양당의 지역일꾼론이 부딪히면서 인천 서구강황을은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야당 텃밭인 성남 중원의 경우,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3~5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상진 후보가 42.1%의 지지를 받아 1위를 차지했고, 새정치연합 정환석 후보는 32.7%를 기록했다. 옛 통합진보당 소속이었던 김미희 전 의원은 11.5%의 지지를 받았다.(95% 신뢰수준으로 표본오차는 ±4.13%포인트)

여당의 선거전략

야당 텃밭인 성남 중원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1위를 차지한 이유는 바로 야권의 분열 때문이다. 무엇보다 옛 통합진보당 김미희 전 의원이 11.5%의 지지율을 얻은 것이 새누리당 후보가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새누리당이 야권의 분열로 인해 어부지리를 얻고있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야권연대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옛 통합진보당 후보와 단일화를 한다는 것은 짚을 들고 불로 뛰어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구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막판에 야권 위기론이 팽배해지면 유권자들이 야권의 한 후보에게 쏠림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다.

광주 서구을의 경우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가장 큰 고민에 빠진 정당이 바로 새정치민주연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입장에서는 천정배 후보의 당선이 정치적 타격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천정배 후보의 당선은 야권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텃밭이라고 생각한 호남 그것도 광주를 천정배 후보에게 빼앗긴다는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붕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호남 정치인들이 이대로 가면 자신들이 국회의원 뱃지를 달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감돌게 되면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간판을 버릴 수도 있다. 호남 정치인들은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을 버리고 새로운 정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높다. 때문에 문재인 대표로서는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인해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호남에 대한 구애작전에 들어갔다. 가장 큰 문제는 돌아선 호남 민심을 과연 얼마나 봉합할 수 있느냐 여부이다. 사실 호남과 새정치민주연합 당 지도부와는 감정이 좋지 않다. 그 이유는 친노와 호남의 그동안 악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으로부터 불었던 정풍운동으로 인해 호남 정치인들이 대거 정치적 숙청을 당했다. 게다가 2002년에는 열린우리당 창당을 하면서 호남 정치인들이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됐다.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이 발생하면서 친노와 호남 정치인은 각자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일부 호남 정치인들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또한 친노가 선거철만 되면 호남을 찾는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하면서 호남 민심이 친노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감정을 봉합해야 한다는 것이 문재인 대표의 숙제가 됐다. 문재인 대표가 이런 점을 알았는지 지난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화를 연설 첫머리에 담았다. 그리고 대표연설 내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강조했다. 이는 결국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제기조를 문재인 대표 자신이 계승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호남 민심에 화해의 손을 내민 것이다. 호남 민심이 이 손을 잡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가 호남 민심에 손을 내밀면서 선거 판세는 다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호남이 문재인 대표를 끌어안기 시작한다면 문재인 대표의 차기 대권 가도는 날개를 달게 되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 서구을의 성적표는 문재인 대표에게 중요한 성적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천정배 후보라는 거대한 산을 과연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장 복잡한 곳은 바로 서울 관악을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야권의 분열로 어부지리를 얻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특히 문재인 대표로서는 초조하기 그지 없는 상황이 됐다. 이로 인해 문재인 대표는 동교동계에게 손을 내밀었다. 서울 관악을은 ‘서울의 호남’이라 불릴 정도의 지역이다. 때문에 호남을 대변하는 ‘동교동계’에 손을 내미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서울 관악을이라는 특성 때문에 문재인 대표로서는 동교동계와의 손을 맞잡는 것이 중요하게 됐다.

야당의 선거전략

정태호 후보와 공천 경쟁을 벌였던 김희철 전 의원이 동교동계 사람이다. 그런데 김희철 전 의원이 공천 과정에서 억울하게 탈락됐다면서 그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태호 후보의 선거 지원에서 아예 손을 떼고 있는 상황이다. 김희철 전 의원이 서울 관악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관악구청장을 2선이나 하면서 탄탄한 조직력을 정비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투표율이 낮은 선거에서는 탄탄한 조직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문재인 대표로서는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김희철 전 의원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교동계와의 화해가 반드시 필요했다. 동교동계의 경우 김희철 전 의원이 억울하게 탈락했다고 판단하면서 선거 지원에 대해 망설임을 가졌다. 이에 문재인 대표는 결국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먼저 잡은 인물이 박지원 전 원내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만나서 그동안의 오해를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권노갑 상임고문이 나서서 동교동계를 설득했고, 결국 동교동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그것은 권노갑 상임고문의 6:4 발언이다. 주류와 비주류가 6:4의 구도를 가진 것이 관례였고, 문재인 대표는 이것을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얼핏 들으면 지분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이로 인해 추미애 최고위원이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분 요구를 하는 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이냐면서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동교동계는 오해라면서 추미애 최고위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로 인해 서울 관악을 선거 지원은 당분간 보류된 상태이다. 물론 동교동계가 선당후사를 선언했기 때문에 결국 선거 지원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미 선거지원 자체에 큰 상처를 입은 상태이다. 이로 인해 새정치민주연합이 결코 유리한 상황은 아니게 됐다. 또한 호남 민심 중에서도 동교동계의 이번 상황에 대해 반발하는 쪽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교동계의 선거지원은 서울 관악을의 판세를 변화시킬 가능성을 아직도 내포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동교동계의 선거 지원이 정동영 후보와 천정배 후보에게는 상당히 부담이 되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야권 지지층은 야권이 분열됐을 때 한쪽 후보로 몰아주는 경향이 강하다. 이때 그 몰아주기의 대상은 바로 어떤 후보가 ‘정당성’을 갖고 있느냐에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거대 정당과 더불어 호남을 대변하는 ‘동교동계’까지 가세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그 정당성을 확보한 상황이 됐다. 반면 정동영·천정배 후보는 그 정당성에서 다소 비켜난 모습이다.

정동영·천정배 후보로서는 동교동계 이슈로부터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이들이 돌파구로 생각한 것은 바로 소규모 야권연대이다. 노동당과 정의당과의 야권 단일화이다. 이는 생존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9일 서울 관악을에서는 정의당·노동당·국민모임·노동정치연대는 후보 단일화를 위해 4자 회의를 진행했다. 옛 통합진보당 이상규 전 의원은 배제됐다. 이날 논의에서 정동영 후보로 모아지는 모습이었다. 이런 소규모 단일화는 향후 야권 재편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4개 정당은 모두 反새누리당이자 反새정치민주연합 정서가 강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더 이상 제1야당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정당들이 야권 단일화를 이뤄낸다는 것은 내년 총선에서도 역시 야권 단일화를 이뤄낼 것이라는 전초전 역할을 한 것이다. 물론 이런 야권 단일화가 이번 재보선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동교동계의 새정치민주연합 선거 지원에 맞서기 위해서 정동영·천정배 후보가 선택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는 진보정당과의 선거 공조가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여야는 4월 재보선을 놓고 복잡한 셈법을 굴리고 있다. 아직 선거 초반이고, 소규모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투표율이 현격히 낮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결국 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누가 어떤 조직표를 확보하느냐는 것이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 그리고 군소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이 이에 혈안이 돼있다. 과연 마지막에 웃는 자가 누가 될지는 결국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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