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

“세월호 희생자 아이들 죽음으로 인해 이 나라 바뀌길”
“정부, 시행령 내세우며 진상규명 어렵게 하고 있어”
“다신 우리 같은 사람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세월호 유가족, 돈을 더 받겠다고 싸우는 것 아냐”

【투데이신문 이주희‧임이랑 기자】1년이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습니다.

바로 자식 잃은 부모의 애타는 그리움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슬픔은 갈수록 진해집니다.

<본지>는 지난 13일, 14일 이틀간 광화문 광장을 취재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광장을 지키는 사람들의 속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삭발식 때 머리카락을 잘라 민머리인 유가족들은 자식의 빛바랜 학생증과 때묻은 명찰을 항상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까맣게 그을린 얼굴과 깊게 패인 주름을 보며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조금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 1주기 특집기사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부모 10명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화물차 생존기사 1명의 이야기와 시민 2명, 자원봉사자 1명의 목소리도 녹아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먼저 자신을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빠’로 소개했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자식의 부재만 생각하는 게 ‘부모’가 아닐까 싶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담배를 피우면서 한숨을 내쉬기도 했고, 분노하기도, 때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자식을 그리는 마음은 하나일 것입니다.  

p.s. 취재기간 내내 비가 하염없이 쏟아졌습니다. 한 유가족은 기자를 향해 ‘고생이 많네’라며 위로해주셨습니다만, 1년 동안 밖에서 사계절을 보낸 유가족에 비하면 감히 ‘고생’이라는 단어를 꺼낼 수 없겠지요. 짧은 시간이지만 광화문 광장을 지키는 사람들의 손을 붙잡은 채 함께 울며 비를 맞았습니다. 글 몇 줄이 세월호 유가족의 마음을 제대로 전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이 글을 단순한 활자가 아닌 가슴으로 읽어주길 당부드립니다.  

 

▲ 단원고 故권순범 군 어머니 최지영(50)씨

 

 

“우리 아들 보낸 뒤… 난 이미 죽은 사람”

“정부가 먼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한 명도 빠짐없이 수습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왜 이렇게 부모들을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 실종된 아이들을 부모 품에 안겨줘야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 우리의 싸움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다. 세월호 참사가 나기 전에 우리는 싸울 줄도, 욕할 줄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근데 자식을 잃고 온전할 수 있겠나. 우리 아들을 보내고 나서 나는 죽은 사람이 됐다. 우리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 아이들의 죽음으로 인해 이 나라가 바뀌기를 바란다. 정말 꼭 그랬으면 좋겠다”

 

 

  

 

▲ 단원고 故김수진 양 아버지 김종기(51)씨

 

“세월호 문제 어서 해결되길… 일상으로 돌아가고파”

“국민들이 무슨 피해를 당하면 국가가 나서서 그 일을 해결해줘야 하지 않나. 국민을 위해 국가가 있는 것인데, 국가는 세월호 참사 이후부터 지금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길거리에 나서는 등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국민이 한다는 게 납득이 안 가고 화가 난다. (중략) 현재 세월호 유가족의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나 가족들이 요구하는 시행령 폐지나 인양 등이 지지부진하면 지금보다 더 강하게 투쟁할 수밖에 없다.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 단원고 故이민우 군 아버지 이종철(47)씨

 

“하루하루 사는 게 지옥 같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참을 수 있다. 오랜 시간, 세월호 특별법을 위해 싸운 끝에 결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비록 기소권과 수사권이 없는 반쪽짜리 특별법이었지만 말이다. 어렵사리 특별법이 만들어졌지만 현재 정부는 시행령을 내세우며 진상규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또 정부는 우리에게 보상금을 내세웠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식 죽고 나서,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그 돈을 받겠나. 안 그래도 하루 하루 사는 게 지옥같은데….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덜 아플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아이가 너무나 보고 싶다”

 

 

 

 

▲ 단원고 故김시연 양 어머니 윤경희(39)씨

 

 “자식 잃은 부모가 무엇이 두렵겠나”

“1년 동안 아이만 그리워하고 아파해도 모자란 시간에 유가족들이 밖에 나와 있다. 우리가 지금 밖에 나와 있는 이유가 뭐겠나. 우리는 세월호 사고 첫날부터 정부가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 다 봤다. 언론에서 제대로 방송조차 하지 않은 것도 잘 알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가 들고 일어서지 않으면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이런 참사가 또 일어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 나오는 건데 사람들은 자꾸 ‘돈’이야기를 해서 슬프다. 우리는 정부가 주는 돈을 ‘고맙습니다’하면서 받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린 부모이기 때문이다. 자식 잃은 부모가 뭐가 두렵겠나. 지금 당장 여기서 날 죽인다고 해도 두려울 것 같지 않다”

 

 

▲ 단원고 故김유민 양 아버지 김영오(48)씨

 

 

“우리 딸 유민이… 꿈에서나마 볼 수 있어 좋아”

“작년, 길거리에서 잠을 자고 목숨을 걸고 단식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몸을 던져 한 단식이 전부였다. 돌이켜보면 (정부가)지금까지 해온 게 없는 것 같다. 기소권과 수사권이 없는 세월호 특별법임에도 불구하고 이마저도 정부는 시행령을 공표해 진상규명을 무력화시키려고 하고…. 정부는 약속을 해놓고 지킨 게 없다. (중략) 우리 유민이를 하늘로 보내야 하는데, 나는 아직 유민이가 죽었다는 생각이 안 든다.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요즘 유민이 꿈을 자주 꾼다. 아침에 일어나면 슬픔에 사무쳐 울지라도 그냥 꿈에서라도 볼 수 있어 좋다”

 

 

 

▲ 단원고 故이석준 군 아버지 이병수(47)씨

 

“금쪽같은 내 새끼….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나는 우리 석준이를 2년 동안 혼자 키웠다. 사고 전에는 대형 탱크로리 운전기사로 일하며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것 실컷 먹으라면서 카드도 주고 그랬다. 금쪽같은 내 새끼를 힘들게 키웠다. 그런데 16년 살다가 가려고 애비한테 왔는지…. 아직 우리 어머니는 당신 손주가 저 세상으로 간 것을 모르신다. (중략) 우리 석준이 화장할 때 썩은 냄새라도 맡아보려고 킁킁거렸다. 그리고 유골함을 만져보려고 손을 넣었는데 너무 뜨거워서 손을 뺐다. 내 새끼는 뜨겁게 죽어갔는데 애비라는 것은 뜨겁다고 손을 뺀 것이다. 그리고 손에 묻어있는 우리 아이의 마지막 뼛가루를 핥아먹었다”

 

 

 

▲ 단원고 故이재욱 군 어머니 홍영미(49)씨

 

 

 

“유가족이 노력하는 이유? 안전사회 만들기 위해”

“지금 밖에 비가 온다. 아이들이 우리에게 또 온 것이다. 우리들의 먹먹하고 답답한 마음이 촉촉한 비로 해갈됐으면 한다. 세월호 유가족이 밖에 나와서 외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들 아실 것이라 믿는다. 끝까지 관심 가져 주시기를 당부 드린다.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이 꼭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일들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가 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 단원고 故정동수 군 아버지 정성욱(46)씨

“몸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해 뼛조각이라도 찾고 싶은 게 실종자 가족들의 바람이다. 그리고 우리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철저한 진상규명이다. 우리 아이들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고 싶다.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해경은 왜 구조를 안 했는지…. 이게 궁금한데 정부는 답을 안 하고 있다. 나는 요즘 잠을 거의 못 잔다. 보통 새벽 3시, 4시는 돼야 겨우 잠이 든다. 이제 1주기가 다가오는데 미안한 마음에 분향소를 못 들어가겠다. 뭐 하나라도 성취했으면 들어가서 아이들 얼굴이라도 떳떳하게 볼 텐데, 제대로 이뤄진 게 없으니 들어갈 수가 없다. 우리는 정부가 시행령을 폐기하고 선체를 인양하겠다는 말을 할 때까지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싸울 것이다”

 

 

 

 

▲ 단원고 故허가윤 양 아버지 허흥환(52)씨

 

 

“정부에 바라는 것… 인양 약속 지키는 일”

“우리가 정부에 바라는 것은 딱 하나다. 바로 자신들이 약속했던 것을 지키는 일. 한 나라의 대통령이 약속했는데 이를 무시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한편에서는 “돈을 더 받으려고 싸우는 게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한다. 돈을 더 받겠다고 싸우는 것 아니다. 예를 들어 여행자 보험금이 1억원 정도인데 그건 보험회사에서 주는 것 아닌가. 근데 정부는 이런 것들을 포함시켜 유가족 보상액을 부풀렸다. 누가 돈을 탐냈나. 우리는 돈 필요 없다. 우린 그냥 대통령이 한 약속을 지키라고 외칠 뿐이다”

 

 

 

 

▲ 화물차 피해기사 최은수(45)씨

 

 

“정부, 정말 해도 너무 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생존한 화물차 피해 운전기사 중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분들이 많다. 정부는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다. 사고 이후 처음 6개월간은 생활 안전자금을 줬는데 이를 갑자기 끊어버렸다. 또 화물차 운전기사 피해 파악도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안다. 정부가 화물차 피해 운전기사들에 대한 관심도 보였으면 한다. 어쨌든 우리 화물차 기사분들도 세월호 유가족과 한마음이다. 하루 빨리 배를 인양하고 실종자 가족에게 실종자를 찾아줄 때까지 함께 할 것이다”

 

 

 

 

 

▲ 4.16유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
(단원고 故유예은 양 아버지)

 

 

“바뀐 것, 밝혀진 것은 없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바뀐 것, 밝혀진 것이 없어 답답하다. 정부가 진상규명을 위해 힘쓰는 것이 아니라 방해하는 모습만 보여주니 한심하기도 하고 서럽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국민 여러분이 그동안 보여주신 관심을 좀 더 집중해서 보여주셨으면 한다. 그래야 안전한 대한민국의 미래가 열린다. 우리 모두의 행복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 행렬에 동참하고 도와주셨으면 한다”

 

 

 

 

▲ 시민 이영석(26)씨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 다신 일어나지 않았으면”

“광화문 광장에 올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처음에는 황당했는데 지금은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굉장히 슬프다. 해경이 구출하지 않은 것부터 시작해 세월호 소유주 유병언과 국정원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25년 이상된 선박이 어떻게 계속 다닐 수 있었는지 등 세월호 참사의 문제는 여러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진상규명과 인양 등에 대해 1년간 질질 끌었다는 것 자체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힘써줬으면 한다. 또 세월호 참사와 유가족을 바라보는 시각이 사람마다 다른데 서로 상처주지 말고 국민들이 다친 유가족들을 보듬고 감싸줬으면 좋겠다”

 

 

 

▲ 마포구 민중의집 대표 오현주(37)씨

 

 

“세월호 참사, 시민이 모두 함께 행동했으면”

“세월호 유가족분들이 참사 1주기를 맞는 심정이 참으로 참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막상 광화문 광장에 오니 마음이 아프고 안쓰럽다.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함께 힘들어하고 추모하고 있으니 유가족분들이 힘내셨으면 한다. 또 시행령 폐기나 인양, 진상규명, 안전사회 건설 등에 대해 우리 국민이 주저하지 않고 힘을 모아 함께 행동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외국인 서명 담당 봉사자 조미선(51)씨

“1년간 봉사한 이유… 세월호 유가족이 옳았기 때문”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서명 봉사를 해왔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집안일을 하는데 도무지 집중이 안 되더라. 그래서 나오게 됐다. 아무래도 진상규명 등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 같다. (중략) 유가족들은 철저한 진상조사, 사고 관련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꾸준히 외쳤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아이들의 죽음을 통해 안전한 나라를 만들고자 했다. 나를 비롯해 많은 봉사자들이 광화문 광장에 나온 이유는, 이분들이 옳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자기 자식의 죽음만 강조하지 않는다. 이 나라가 안전하게 바뀌고 아이들의 희생이 기억되길 바랄 뿐이다. 이 길의 끝이 무엇인지 계속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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