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9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광주 서구 을에 당선된 무소속 천정배 당선자 ⓒ뉴시스

【투데이신문 어기선 기자】천정배 국회의원의 당선은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뼈 아픈 패배이다. 자당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에서의 패배는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망연자실하게 만든 현상이다.

하지만 ‘독(毒)’은 항상 ‘약(藥)’이 되는 법. 천정배 국회의원의 파란은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약이 됐다는 의견도 있다.

그것은 내년 총선에서 문재인 대표 지도부가 호남 공략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호남은 상황이 복잡하다. 호남 주민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면서 호남을 기반으로 한 기성 정치인에 대해 거는 기대감이 크다. 반면 젊은 층 사이에서는 ‘호남 기성 정치인이 호남을 위해 한 것이 무엇이냐’라면서 물갈이론을 내걸고 있다.

또한 ‘호남 출신 당 대표가 필요하다’라는 적통론도 있는 반면 전국 정당으로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호남’을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처럼 호남은 여러 가지 목소리가 섞여 있는 동네이다. 그러다보니 지난 2000년 이후 무소속도 당선되고, 새누리당 후보도 당선되고, 진보정당도 당선됐다. 그만큼 호남 주민들에게 있어서 새정치민주연합 더 나아가 민주당에 대해 갖는 생각이 복잡하다.

그것이 이번 선거에서 고스란히 표출된 것이다. 우선 인물론에서 밀렸다. 천정배 국회의원이라는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 나온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조영택 후보를 내세웠다. 호남 주민 중에는 ‘그래도 기성 정치인을 키워서 대권 후보로 만들어야 한다’라는 인식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신선함을 내세워야했다. 천정배 국회의원이 이번 당선까지 합하면 5선 국회의원이다. 이를 대항하는 방법으로는 참신성을 내세워야 했다. 예를 들면 2012년 4월 총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를 대항하기 위해 새누리당은 손수조라는 대항마를 내세웠다. 이에 새누리당은 이겨도 져도 명분과 실리를 잃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천정배 국회의원의 대항마로 참신함과 신선함을 갖춘 인물을 내세워야 했다. 그랬다면 호남 민심은 “아, 그래도 새정치민주연합이 호남을 위해 물갈이를 시도하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가질 가능성이 있었다.

문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해 6월 지방선거와 7월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전략공천 트라우마가 발생하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결국 그렇게 해서 패배를 한 것이다.

또한 실패를 한 원인은 동교동계 지원이다. 사실 동교동계가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표는 동교동계에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것은 호남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던 것이다.
호남 민심은 언제의 동교동계이냐라는 인식이 강했다. 옛 정치인 몇 명이 나선다고 해서 호남 민심이 돌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패착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호남 기성 정치인에 대한 반감이 점차 커지면서 물갈이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자신의 기득권만 유지하는 정치인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 있는 호남 기성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생각이 동교동계 지원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동교동계가 선거를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그 반감을 더욱 증폭시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일부 지방의원들의 제명이 새정치민주연합에게 화를 불러일으켰다. 김영남 시의원, 김옥수·이동춘 서구의원 등 지방의원 3명을 제명시켰다. 그 사유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임에도 천정배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 공개 지지했다. 물론 당으로 볼 때 해당행위가 맞다.
하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조직력을 완전히 무시했다. 경고를 주면서 회유와 설득을 했어야 했음에도 불구

하고 이를 제대로 하지 않고 무조건 제명부터 시킴으로써 이들이 새정치민주연합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린 것이다.

재보선은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조직력 싸움이다. 그런데 조직력을 갖춘 지방의원들을 제명시킴으로써 패착을 한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호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패배를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패배는 내년 총선 승리의 밀알이 될 것이라는 정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호남 민심이 어떠한지 이번에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이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