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솔로강아지> 동시집 저자 어머니 시인 김바다

   
 

【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최근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동시가 있다. 바로 10살짜리 소녀가 쓴 <솔로강아지>라는 동시집에 수록된 ‘학원 가기 싫은 날’이다.

말 그대로 학원에 가기 싫은 마음을 동시로 표현한 시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 이렇게 엄마를 씹어 먹어/ 삶아 먹고 구워 먹어/ 눈깔을 파먹어/ 이빨을 다 뽑아버려/ 머리채를 쥐어뜯어/ 살코기로 만들어 떠먹어/ 눈물을 흘리면 핥아먹어/ 심장은 맨 마지막에 먹어/ 가장 고통스럽게’

여기에 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심장을 뜯고 있는 삽화는 과연 어린이를 상대로 판매하는 동시집이 이럴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관련 출판사의 사과문과 함께 <솔로강아지>는 전량 회수됐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시를 본 일부 누리꾼들은 아이에 대한 과도한 교육열이 반영된 동시라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또 이처럼 잔혹한 내용을 출판하도록 허락한 아이의 부모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저자의 어머니인 시인 김바다(42)씨는 <투데이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엽기·호러를 좋아하는 아이의 취향이 담긴 동시”라며 “자녀의 취향을 존중해 쓴 시가 이렇게 논란이 될 줄을 몰랐다”며 당혹스러워 했다.

   
 

Q. ‘학원가기 싫은 날’을 접한 누리꾼들은 강남 엄마의 높은 교육열을 보여준 동시라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데.

: 사람들이 비난을 쏟고 있는 것처럼 아이들 교육을 과도하게 시키는 부모는 아니다. 애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애들이 가고 싶은 학원에 보냈다. 사실 모 영어학원에 넣으면 특목중, 특목고를 간다고 해서 보낸 적은 있다. 하지만 ‘숙제가 많고 힘들다’고 해서 일주일을 넘긴 학원들이 별로 없다. 지금은 미술학원을 다니고 있다. 그 전에 태권도 학원도 다녔는데 검은띠 밑에 품띠까지 습득해서 현재 태권도 학원 대신 복싱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해 복싱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리고 살고 있는 쪽이 강남이라서 보통 영어유치원을 많이 보낸다. 오빠 같은 경우에는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을 나왔고 딸아이는 계속 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을 다니다 7살 때 영어유치원을 보내봤다. 그래서 1년 정도 영어 유치원에 다닌 게 전부이다.

현재 딸아이 같은 경우에는 미술학원과 복싱학원 이외는 시간이 남아서 학교 주변의 구립도서관에 놀러간다. 거기서 책을 읽는 줄 알았는데 ‘런닝맨’ 놀이와 술래잡기 놀이하고 논다고 한다. 그렇게 신나게 놀다가 늦은 저녁이 되서야 들어온다. 아주 자유로운 영혼이다.(웃음)

Q. 시집을 통해 딸의 스펙을 높여 대학진학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 사실 남편이 법조인이기 때문에 딸도 법조인이 되길 바란다. 그런데 책이나 시집이 법조 관련해서 얼마나 스펙이 될지 모르겠다. 그냥 좋아서 책을 냈을 뿐이다. 그리고 책을 딱 한 권만 낸 거라면 모르겠지만 계속 책을 내왔고 지금 4번째 책이다. 이번 달에 동화책이 나올 것이고 한 권의 시집이 준비돼 있는 상황이다. 우리 가족은 책과 시집을 통해 지나가는 시간을 잊지 않고 추억하기 위해 앨범처럼 책을 냈다. 스펙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정말 나중에 알았다. 주변에서 스펙이 되겠다고 해서 알았다. 그리고 나 스스로가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모른다. 엄마들 모임 같은데도 잘 나가지 않고 친구들도 자주 만나는 타입이 아니라서 아이들 교육에 대한 정보는 잘 모른다. 스펙에 뭐가 필요한지도 잘 모르는데 책이나 시집을 내면 우대하는 대학이 있는 것을 알고 딸이 책을 내는 것을 도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Q. 동시를 영어로 번역해 놓은 이유는.

: 영어로 번역을 해놓은 이유는 분명하다. 과거 인터넷을 통해 어떤 글을 봤는데 영국의 어떤 유명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어린이는 예술가가 될 수 없다’. 나는 이 말을 보고 대한민국에 어린이 예술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의 시를 영어로 번역했다. 한국어의 특성도 있지만 시라는 것을 영어로 번역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Q. 어머님께서 시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이가 직접 시를 쓴 건지 의심하는 여론이 있다. 아이가 직접 쓴 건지 묻고 싶다.

: 이번 <솔로강아지>에 수록돼 있는 ‘무궁화(분홍빛 레이스/투명한 피부 아래 보이는 가는 핏줄/높이 높이 쌓아올린 모기알/각이 없어/행복해 보이지 않는 오각형)’ 시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무궁화’는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반 전체에 즉석으로 시제를 내준 것이다. ‘무궁화의 형태를 가지고 시를 써봐라.’ 이렇게 구체적으로 선생님께서 시제를 내줬다. 그리고 다 쓴 시를 발표 했는데 반 친구들의 반응이 물음표였다고 한다. 선생님의 권유로 한 번 더 읽었지만 마찬가지 반응이여서 아이가 너무 초라해져서 집에 돌아왔다. 그래서 나도 시의 내용이 이해가 안 돼 아이에게 물었다.

당시 ‘무궁화’라는 시를 쓸 때가 세월호 참사 이후에 쓰인 시다. 그리고 아이가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이라서 썼다고 했다. 슬픈 분위기로 쓴 이유에 대해 세월호 참사 때문에 그랬다고 했다.

그리고 엄마가 시인이니까 시를 써줬다고 많이들 생각하는데 남매합동동시집을 보면 오빠 시와 동생 시의 스타일이 각기 다르다.

오빠 시를 보면 오빠대로 시가 다르고 동생은 동생대로 다르고 서로 스타일이 다른데 동시를 어른이 쓴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또한 각기 다른 감성을 가지고 쓰기도 어렵다. 그리고 시는 가르치고 배워 지는 것이 아니다. 저는 애들한테 시를 가르쳐 본 적이 없다. 학교에서 가르친 것을 가지고 애들은 시를 쓴 것뿐이다.

그리고 동시집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학교에서 시를 쓴 것들을 모으고 애들이 일기장에 시 쓰는 것을 좋아해 이런 것들을 모아서 동시집을 냈다. 과거 애들 이모는 엄마가 시를 써준다고 의심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외갓집에 갔을 때 외할아버지가 애들에게 시를 써보게 했다. 그랬더니 애들이 칭찬을 받기 위해 경쟁을 했다. 그래서 오빠 같은 경우에는 통영에 다녀온 것을 즉석에서 썼다. 이런 시들을 모아서 동시집을 낸 것이다.

Q. <솔로강아지>를 읽은 사람들 중에는 딸이 어머니에 대한 불만이 많아 보인다고 해석한다. 실제로도 그런지 궁금하다.

: 딸아이가 어리지만 서로 등도 밀어주는 사이다. 갈등은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사실 엄마에 대한 시를 과감 없이 동시집에 실었던 이유는 아이의 친구들이 시를 보고 다 ‘우리엄마 이야기다.’고 해서 넣었다. 그래서 이런 동시들을 엄마들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딸아이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면 오빠와 아이가 13개월 차이이다. 그래서 동시에 애를 보기가 힘들어서 아이를 외갓집에 맡겼다가 데리고 왔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손에서 자라서 그런지 딸인데도 불구하고 혼자서도 준비물이며 숙제를 너무 잘한다. 그리고 성격도 활발하고 씩씩하다. 이에 반면 오빠는 섬세한 A형이다. 그래서 과거 남매가 학교가 다를 때 같은 날 운동회가 열리면 오빠 학교로 자주 갔다. 딸을 좀 챙겨주지 못하고 마음을 읽어주지 못한 것은 미안하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딸과 좀 더 친해졌다. 한동안 나는 물만 마시고 딸아이는 식음을 전폐했다. 그래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배 안 고프니?’라고 물었더니 ‘배고프지 않다’고 답했다. 그래서 서로 굶고 산다. 최근들어 잠도 제대로 못잔다.

Q. ‘은반 위의 세계’(최고가 되기 위해/엎어지고 자빠지고 깨어지고/강자들만 살아남아/계속 욕을 먹으며 늘어난 영점일 킬로그램/하키채로 맞으며/손바닥이 파랗게 연습한 놈들만/냉정해/친구였더라도 이기려고 이를 악물지)라는 시도 인상적이다. 김연아를 모티브로 한 것인가.

: 김연아가 아니고 딸아이랑 가장 친한 친구 이야기를 쓴 동시다. 그 친구가 김연아 선수와 같은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되고 싶어서 실제 김연아 선수가 갔던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1년간 떠났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연습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 밖에 못 쉰다. 쉴 때가 아니면 그 친구를 만날 수 없었다. 그래서 딸아이와 함께 그 친구가 연습하는 곳으로 찾아갔다.

몇 년 후에 만났기 때문에 우리 딸아이의 키는 정말 많이 컸지만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친구는 연습과 동시에 체중관리도 해야 했기 때문에 키가 그대로였다. 친구가 힘들게 연습하고 체중관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딸아이가 그렇게 시를 쓴 것이다.

Q. 한 매체 인터뷰를 통해 아이와 함께 악플을 봤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모로서 옳지 못하다는 여론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어쩔 수가 없었다. 딸아이 카톡에는 반 친구들과 함께하는 단체카톡방이 있다. 그래서 딸아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자 단체카톡방에서 ‘왜 학교에 나오지 않냐’고 딸에게 물었던 것 같다. 난 이미 기사 댓글들을 봤기 때문에 딸아이에게 ‘감기 몸살이 심하다’라고 친구들에게 말하게끔 시켰다. 그런데 이미 반 친구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댓글들을 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들이 ‘악플 때문에 학교 안 왔지?’ 하면서 딸아이에게 ‘힘내라’는 카톡을 보내왔다고 한다.

그래서 이미 딸아이 친구들 중에서 모르는 애가 없었기 때문에 딸아이와 함께 봤다. 혹시 나 없을 때 혼자 보는 것 보다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같이 본 것이다. 일부러 딸아이에게 댓글을 보여주려고 보여준 것은 아니다.

Q. 이번 논란과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다면.

: 지금 딸아이의 동시는 동시집 전체로 볼 때 전혀 패륜으로 비판 받을 이유가 없다. 엽기·호러 공포 소설과 전설의 고향과 같은 공포물을 좋아해 그것을 자신의 시적 전략으로 삼은 것 뿐이다. 그리고 악플처럼 우리 아이는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패륜아도 아니다. 정말 밝고 건강한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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