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로 수면 아래에 가라앉았을 뿐 갈등은 여전

   
 
   
 

국회법 개정안 갈등, 메르스로 일단 진정
메르스 진정되면 또다시 당청갈등 불거져

국정파트너로 인정 못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청와대와의 갈등, 결국 국정은 더욱 힘들어지고

청와대와 새누리당, 청와대와 야당의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다. 다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인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을 뿐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또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특히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절차가 남아있고, 국회법 개정안 처리 역시 풀어야할 숙제다. 이런 이유로 인해 당청관계는 물론 대야관계 역시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법 없는 갈등은 결국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투데이신문 어기선 기자】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확산은 일단 당·정·청을 휴전하게 만들었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정치권의 최대 이슈는 국회법 개정안이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발끈하고 나섰다. 국회법 개정안이 삼권분립에 위배되고 행정부 고유권한을 침해한다면서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까지 시사했다. 이로 인해 국회법 개정안이 제 모습을 갖추기 힘들어지는 듯 했다. 청와대와 친박은 국회법 개정안 합의를 해준 인물 즉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에 앉고 난 후 당청관계가 삐걱 거리면서 갈등이 있어왔다. 청와대와 친박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면서 반대를 했고, 급기야 친박계 내부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대표직에서 내려오라는 쓴 소리가 쏟아진 것이다.

당청갈등은

국회법 개정안은 당청관계를 완전히 망쳐놓았다. 당청갈등이 표면화되면서 각종 당정협의도 올 스톱됐다. 메르스가 확산이 되자 새누리당은 메르스 관련 당·정·청 협의회를 열자고 청와대에 제안을 했다. 하지만 메르스 확산 사태를 막는 것이 먼저라면서 청와대가 거절했다. 이는 자칫 청와대가 새누리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었다. 또한 새누리당을 ‘거수기’로 생각한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의 처리 미숙으로 인해 청와대가 화가 났다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메르스 확산에 대해서는 당·정·청 협의가 중요한데 그것을 마다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메르스 사태 해결을 놓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각자 따로 수습에 나서는 형국이다. 함께 모여서 메르스 대책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해야 할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서로 국회법 개정안으로 인해 감정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감정싸움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감정싸움이 분명하다. 실타래가 보이지 않는 감정싸움을 하고 있다. 다만 현재 메르스 사태 때문에 소강국면에 접어들고 있을 뿐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6월 11일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에 송부하려고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중재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새누리당이 정의화 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의화 의장의 중재안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수용을 할 수도,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중재안이기 때문이다. 강제성에서 한 발 물러난 중재안을 새정치민주연합이 과연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문제가 남은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중재안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거부권 행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청와대로서는 국회법 개정안 추진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국회법 개정안 운명

하지만 국회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탄생한 법안이기 때문에 함부로 폐기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중간에서 상당히 곤혹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정의화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하는 정도의 제스처를 보여줬으면 이제는 청와대가 화해의 제스처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의지는 강력하다. 때문에 당청갈등은 심화되는 모습이다.

더 나아가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최종 목표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 때문에 당청갈등이 불거지고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유승민 원내대표를 원내대표직에서 내려오게 해야 하는 것이 청와대의 의중이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로서는 내년 총선까지 생각해야 한다. 현재 지도부로 총선을 치르게 된다면 친박계의 학살이 불가피해 보인다. 비박계 당 대표와 비박계 원내대표가 당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된다면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의 몰살이 불 보듯 뻔하다. 때문에 최소한 원내대표에 친박계 인사가 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치르고 20대 국회에서 친박계 의원이 아예 없거나 가뭄에 콩 나듯이 있다면 박근혜정부는 레임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친박계 인사로 채워져야 내년 총선 이후 20대 국회에서도 새누리당은 박근혜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군이 될 수 있다. 때문에 현재의 지도부가 아닌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돼야 하는데 그러자면 친박계 원내대표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국회법 개정안으로 불거진 당청갈등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로서는 살아남는 것이 이기는 것이 된다. 때문에 청와대와 적정한 선을 만들고 있다. 당 안팎의 사퇴 요구에 대해 일단 거절했다. 그리고 사퇴 요구에 대해 눈을 감고 귀를 막아버렸다.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메르스는 천우신조라고 할 수 있다. 메르스 덕분에 일단 당청갈등이 표면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르스는 언젠가는 진정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또 다시 당청갈등은 표면화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역학이 복잡한 상황에서 당청갈등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무특보를 왜 임명했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청간 소통을 맡아야 할 대통령 정무특보가 오히려 당청 갈등을 키우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현재 윤상현 김재원 의원이 겸임하고 있다. 주호영 의원은 국회 정보위원장직을 맡으면서 정무특보직을 사임했다. 그런데 윤상현 의원이 지난달 6일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연금 연계 부분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한 지난 2일 자신이 주도하는 친박계 의원모임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을 통해 국회법 개정안 문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정무특보로 당청갈등을 봉합하고 소통을 해야 할 인물이 오히려 당청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정무특보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청와대가 이제 더 이상 새누리당을 거수기 정당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야당과 협상을 하자면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얻을 것은 얻어야 하는데 무조건 양보하지 말고 얻기만 하라고 청와대에서 지침이 내려온다는 것은 결국 여당 스스로 여야 합의 정신을 깨라는 이야기와 같은 셈이다. 때문에 원내대표에게 재량권이 없어지고 이것이 불만으로 쌓이게 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청와대가 좀 더 열린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또 다른 고민은 바로 야당과의 관계이다. 물론 청와대와 야당은 불가근불가원의 관계이다. 야당은 현 정부를 비판함으로써 반사이익으로 지지율 상승을 도모한다. 청와대는 야당에게 국정운영을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정국은 더욱 꼬여들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일 공식석상에서 야당을 비판해왔다.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가 아니라 발목 잡는 존재로 대중에게 각인시켜왔다. 그러다 보니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상당히 화가 난 상태이다. 국정파트너의 대상이 아니라 하대하는 식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는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절차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인사청문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했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을 국정 파트너로 아예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6월 임시국회는

청와대가 이처럼 새정치민주연합은 물론 새누리당마저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향후 정국은 쉽게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청와대에게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당장 6월 임시국회에서 산적한 민생법안 처리는 불투명하다. 양당 원내수석은 지난 11일 회동을 갖고 25일 본회의에서 감염병 예방법 등 메르스 대책 관련 법안을 우선 처리하고, 대정부질문은 18일, 19일, 22일, 23일에 열기로 했다. 본회의 일정이 없는 날에는 각 상임위를 열어 업무·현안보고, 법안심사 및 결산예비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결산예비심사는 원칙적으로 6월 임시국회 중 완료키로 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책 관련 법안을 오는 25일 본회의 때까지는 최대한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던 경제활성화법은 이번에도 처리가 쉽지 않아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은 총 30개 가운데 21개가 처리됐으며, 나머지 9개 법안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소액 투자자를 온라인으로 모집해 창업 벤처기업에 투자를 유도하는 일명 크라우드펀딩법과 하도급법, 산업재해보상법 등은 아직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경제자유구역특별법 등 나머지 경제활성화 법안은 소관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한 상태다. 문제는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메르스 대책 관련 법안 역시 비슷하게 흘러갈 수도 있다. 청와대로서는 메르스 사태 이후 후속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후속대책을 강구하더라도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법률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가장 민감한 뇌관 중 하나가 바로 국회법 개정안이다. 국회법 개정안 중재안이 설사 여야 합의를 이뤄낸다고 하더라도 청와대가 이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중재안을 거부하게 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야당은 청와대가 여야 합의 정신을 무시했다면서 향후 일정을 모두 보이콧할 수도 있다. 설사 표결의결로 간다고 하더라도 법률로 확정시킬 수도 있다. 그러자면 청와대와 완전히 전면전이 되는 것이다. 즉,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정국은 급랭 분위기로 치달으면서 야당의 대정부 투쟁의 강도는 더욱 극명해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만약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새누리당으로서는 국회 본회의 재의결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야당을 상대로 재의결을 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만약 부결로 끝나게 된다면 유승민 원내대표는 그야말로 진짜로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렇게 되면 새누리당은 혼란에 휩싸이게 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정부가 국정운영을 하자면 입법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그런데 청와대가 새정치민주연합은 물론 새누리당마저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면서 향후 정국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물론 메르스라는 이슈 때문에 무작정 갈등관계로 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도 당청갈등을 최대한 이용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청와대가 오히려 손해를 입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청와대가 고압적인 자세를 하루라고 빨리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지금 모습을 ‘입헌군주제’로 비유하기도 한다. 그만큼 입법부를 무시하고 행정부 독단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내에서 입법부를 상대로 하는 운영의 묘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입법부를 국정의 파트너가 아니라 시녀나 하녀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청와대의 인식이 하루라도 빨리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이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대여·대야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여당은 물론 야당과도 소통하는 청와대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소통의 자세로 갖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지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정국이 캄캄한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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