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25일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 藥인가 毒인가’ 긴급 토론회 열려

▲ 정호준의원실과 미디어오늘,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공동주최한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 藥인가 毒인가' 토론장 모습ⓒ투데이신문
위원회 중립성 실패 시 ‘빛 좋은 개살구’ 될 것
소규모 언론사, 사이비 언론사로 매도하지 말아야

청와대 외압·개입설…포털 “사실무근”
언론계 스스로 정화 노력 필요

【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에 간행물로 등록된 언론매체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터넷신문사 6000개를 포함해 약 1만 8000개에 이른다. 이 중 약 1000여개의 매체가 국내 인터넷 양대 포털회사인 네이버, 다음카카오와 제휴를 맺고 뉴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 뉴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뉴스정보 제공료를 받지 못하는 언론매체들은 소수의 매체들만 혜택을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포털사이트에 뉴스서비스를 신청했지만 탈락되거나 계약이 연장되지 않은 언론매체들은 제휴 언론사 선정과정이 투명하지 않다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 언론사가 과도하게 생겨나면서 약소한 자본의 인터넷 매체들이 양대 포털사이트의 뉴스서비스 제휴평가를 통과해 제휴를 맺고 난 뒤 기업들을 대상으로 악의적인 기사를 내보내 광고비를 협박하는 등 사이비언론 행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검색어’와 ‘인기 검색어’가 이용자들의 기사 선택의 기준이 되다 보니 자극적인 제목과 동일한 내용의 기사를 내용만 살짝 바꿔 반복 기사를 전송하는 어뷰징(abusing)이 언론매체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

결국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지난달 29일, 뉴스제휴에 관한 심사를 외부 독립기관에 맡기면서 과도한 어뷰징 기사 및 사이비 언론을 정화하기 위해 가칭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포털회사에서 직접 관리해 오던 언론제휴 및 해지 권한을 넘긴다고 발표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의원과 미디어오늘,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25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 藥인가 毒인가’제목의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와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송경재 교수가 발제를 맡았으며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이 사회를 맡았다.

매일경제신문 손재권 기자, 프레시안 이근영 경영대표, 파이낸셜 뉴스의 엄호동 부국장,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이준희 수석부회장, 언론연대 추혜선 정책위원장과 네이버 정책실의 한재현 실장, 다음카카오 김수 대외협력실장이 참여했으며 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로 진행됐다.

▲ 환영사를 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어뷰징 기사·사이비 언론 누가 만들었나

발제를 시작한 최진봉 교수는 “우리나라 인터넷 뉴스 소비시장은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운영하는 거대 포털사이트가 뉴스 유통을 장악하고 있으며 ‘인기 검색어’나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이나 기사를 반복 전송하는 기사 어뷰징으로 이용자들을 유도 한다”며 “어뷰징 기사 증가에 따른 이용자의 불만을 해소하고, 사이비언론을 퇴출을 위해 독립적인 평가기구인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시도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진봉 교수는 “현재 구성위원회의 단체들을 보면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는 한국신문협회, 인터넷신문협회, 온라인신문협회, 언론진흥재단, 언론학회 등 언론단체가 주축이 돼 있다”며 “평가대상이 심사를 맡는 꼴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보수언론 중심의 현재 미디어 환경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인사들이 참여하지 않는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송경재 교수는 “어뷰징 기사나 사이비언론 문제를 이렇게 만든 것은 포털사이트들의 책임”이라며 “뉴스서비스의 뉴스편집과 편향성, 수익배분과 관련해 여론이 안 좋을 때 마다 땜질식 처방만 해왔다”며 “포털사이트들의 자기반성은 없고 뉴스제휴만 잘하면 다 해결된다는 처방은 인터넷 발전과 언론을 위해 별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포털사이트들은 기존의 문제로 제기됐던 ‘실시간 검색어’와 ‘이익분배’ 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각 언론사는 사이비언론을 근절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정화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포털사이트 전반을 논의할 수 있는 통합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발제하는 송경재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투데이신문

어뷰징 기사 남발, 알고보니 대형매체

매일경제신문 송재권 기자는 “이달 초 워싱턴 D.C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 총회를 다녀왔다”며 “신문과 언론의 구독률 감소에 따른 위기가 전 세계 언론의 공통된 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 구성에 대한 논의만 하지 말고 언론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저널리즘을 회복하는 등의 전반적인 논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근영 프레시안 경영대표는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가 중립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한다”며 “이번에 만들어질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가 포털이나 언론의 잘못된 상황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닌가 싶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이번에도 뉴스 이용자들이 인정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지지 못한다면, 시장의 룰을 지키는 건강한 언론은 설 자리가 없어지고 포털사이트에서 어뷰징으로 먹고 사는 부끄러운 언론들만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호동 파이낸셜 뉴스 부국장은 “미디어 오늘의 3월 18일자 기사인 <‘안영미 열애’기사 100개, 조선·동아 어뷰징 경쟁> 기사를 자료로 제시하며 “매일경제의 경우 월간 기준 전체 순방문자의 59.8%가 네이버 검색을 통해 유입됐고 동아일보는 57.1% ,조선일보는 56.7%로 나타났다”며 “어뷰징 기사를 거의 내보내지 않는 한겨레신문의 네이버 검색 유입 비율은 17.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엄호동 부국장은 “미디어오늘 기사를 통해 살펴보면 어뷰징을 가장 심하게 하는 매체는 조선, 동아 등 대형 매체”라며 “이런 대형 매체에게 패널티를 부여할 수 있는 평가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 하지만 과연 누가 이들에게 패널티를 부여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 토론장에서 발언하는 파이낸셜 뉴스 엄호동 부국장 ⓒ투데이신문
괴물이 사는 ‘미디어월드’

한국기자협회 이준희 수석부회장은 최근 개봉한 영화 ‘쥬라기월드’를 빗대 포털사이트를 ‘포터르사우루스’로 비유했다.

이 수석부회장은 “‘미디어월드’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는 포터르사우르스라는 괴물의 군림 아래 한국 언론은 첫째 ‘기생(寄生)언론’, 둘째 ‘실검언론’, 셋째 ‘도색(桃色)언론’으로 변형됐다”며 “이러한 괴물을 사육한 것은 주류언론, 정치권력, 자본권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광고주의 막강한 입김을 받는 언론사주로 구성된 주류 언론단체가 주축이 된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는 포털뉴스 시장을 정상화 할 수 없다”며 “뉴스이용자와 언론시민단체, 언론인권단체, 현업기자단체를 배제한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는 업자들의 이익집합체로 전락한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시간 검색어 게시를 중단하고 어뷰징 기사를 지속적으로 남발하는 언론사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면서 “인터넷신문협회 소속의 한 언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3명의 기자가 하루에 기사를 40건이나 전송했다. 왜 소규모 언론사를 사이비언론으로 매도하는가. 문제는 반저널리즘 언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연대 추혜선 정책위원장은 “포털사이트는 사기업이지만 이용자 기반으로 성장했다”며 “그렇기에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으면 인터넷 졸부일 뿐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에 청와대가 개입설이 나오고 있는데 포털사이트 측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이용자를 중심에 두고 새로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건전한 미디어 환경, 언론사 몫

청와대 외압과 개입설에 대해 네이버 정책실 한재현 실장과 다음카카오 김수 대외협력실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한재현 실장은 “뉴스서비스를 하다보면 사업적 부분에 있어 설명을 해달라고 학교나 기업에서 많이 요청을 한다”며 “정부만 찾아가는 것은 아니다”고 청와대 외압과 개입설을 부정했다.

이어 다음카카오 김수 대외협력실장은 “건전한 미디어 환경을 주도하고 책임져야 할 단체는 언론사 자신이다”며 “자율적 정화노력을 위해서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언론사 스스로가 기준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재현 네이버 정책실 시장은 “뉴스 유통 서비스를 처음 시작하면서 뉴스생산자와 이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노력했다”며 “하지만 극소수의 매체들만 혜택을 보고 있다는 의견과 너무 많은 매체들이 반영돼 있다는 양극단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이러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통해 최선의 해법을 찾으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며 “포털뉴스 제휴평가를 언론계 자율적 결정에 맡기고 이를 위해 언론계가 주도해 독립적인 포털뉴스 제휴평가기구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토론회를 개최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정호준 의원은 토론회를 마치며 “이번에 논의된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의 우려가 불식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 저널리즘 원칙과 뉴스 생태계 회복을 바로 세울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밝혔다.

▲ <사진=정호준 의원실 제공>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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