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나의 절친 악당들’ 나미役 고준희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로 돌아온 고준희
맨발로 견인차 끌 정도로 와일드한 나미役 맡아

“즐기며 연기하니 대중도 같이 즐겨”
“조금씩 성장하는 배우 고준희 지켜봐 달라”

【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2001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교복을 맞추러 갔다가 교복점 사장님의 권유로 모델 대회에 나가 입상을 한 뒤 연예계에 첫 발을 들인 배우 고준희.

단발머리를 통해 ‘단발여신’으로 떠오른 후 다양한 패션을 소화하기에 좋은 172cm의 큰 키의 배우 고준희는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바꿀 때마다 언론과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03년 MBC 드라마 <나는 달린다>를 시작으로 <추적자>, <야왕> 등의 작품에 출연했고 인기 예능프로인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해 기존의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벗어난 털털한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우리 결혼했어요> 출연 이후 로맨틱코미디 영화 <결혼전야>, <레드카펫> 같은 밝고 명랑한 내용의 영화에 출연해 친근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간 고준희는 이달 25일 개봉한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 나미 역을 맡아 당돌하고 화끈한 이미지를 영화에서 마음껏 발산했다.

영화 속 나미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물려받은 폐주유소를 집 삼아 폐차 견인일을 하며 맨발로 견인차를 운전한다. 여기에 거침없고 와일드한 매력을 발산하며 교통사고 차량에서 발견된 의문의 돈가방과 함께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남자 지누(류승범)을 만난다.

고준희는 지금껏 사랑스럽고 세련된 역할을 주로 해왔던 것과 달리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 대역 없는 맨몸 액션을 선보이며 보이시한 매력을 선보였다.

<투데이신문>은 영화 속에서는 ‘단발여신’답게 고준희만의 단발머리였지만 무더운 날씨에 시원한 쇼트커트로 헤어스타일에 큰 변화를 준 배우 고준희를 만나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대화를 나눴다.

 

Q. ‘나의 절친 악당들’에 출연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 예전부터 임상수 감독님 팬이었기에 항상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임 감독님께서 ‘나의 절친 악당들’의 나미 역에 대한 시나리오를 주셨다. ‘한다’, ‘안 한다’를 생각하기에 앞서 ‘해야겠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읽었다. 읽다보니 나미라는 캐릭터를 내가 직접 연기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나의 절친 악당들’을 선택하게 됐다.

Q. 지금껏 출연했던 영화들과 ‘나의 절친 악당들’이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 ‘나의 절친 악당들’ 전에 찍었던 영화가 ‘레드카펫’과 ‘결혼전야’다. 이 두 작품 모두 로맨틱코미디였다. 당시 ‘우리 결혼 했어요’라는 예능이 끝난 후였고 말랑말랑한 내용의 영화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선택했던 영화들이었다. 하지만 서른 살이 되면서 다른 장르의 영화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운이 좋게 임상수 감독님 작품이 들어왔고 전에 찍었던 로맨틱코미디와는 달랐기 때문에 ‘나의 절친 악당들’은 기존과 다른 모습의 고준희를 볼 수 있을 것이다.(웃음)

Q. 임 감독님이 촬영 당시 주문한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 영화에서 나미는 맨발로 견인차를 운전하고 견인하는 일을 하는 여자로 나온다. 여기에 거침없고 와일드까지 하다. 보통 역할을 집중하기 위해 배역에 빠져있는 게 정상이지만 촬영이 시작되자 임 감독님께서는 너무 '나미'라는 역할에 빠지지 말고 배우 고준희만의 개성을 살려 나미를 연기하라고 하셨다.

Q. 상대 배우인 류승범 씨와 호흡은 어땠나.

: 호흡은 정말 좋았다. 어렸을 적부터 승범 오빠 팬이었지만 함께 촬영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먼저 영화 캐스팅이 되고 난 뒤 상대 남자 배우가 승범 오빠라고 해서 너무 설레고 기분 좋았다. 영화를 찍으면서 내가 나미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지금도 가끔 서로 자연스럽게 문자로 장난도 치고 그런다.

Q. ‘나의 절친 악당들’을 찍을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

: 액션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으로 액션을 도전했던 영화인 만큼 준비 기간이 길었다. 두 달 정도 액션스쿨을 다니면서 열심히 배웠다. 액션신은 세트촬영으로 3일 정도 찍었다. 정말 3일 내내 뒹굴고 맞기만 했다. 아무래도 몸으로 하는 연기라서 가장 많이 생각나는 것 같다.

Q.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와 같이 수십억이 담긴 가방을 갖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 영화처럼 정말 많은 돈이 생긴다면 아무도 모르게 돈을 쓸 것 같다(웃음).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된 사람에게 주변 사람들이 몰려와 돈을 달라고 요구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또 사람들이 내가 돈이 많다는 소문을 들으면 탐을 낼게 뻔하다. 많은 돈이 생겼다고 갑자기 한국을 떠난다거나 돌발 행동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정말 아무도 모르게 쓸 것이다.

Q. ‘나의 악당 절친들’의 관객 수는 얼마 정도 예상하나.

: 이러한 질문이 가장 어려운 질문인데 내가 숫자 3을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 영화를 300만명 정도가 봐주셨으면 한다. 솔직히 말하면 300만명 보다 많은 500만명 정도면 좋겠다.

Q. 이번 영화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 모든 일을 즐기면서 하자고 다짐했기 때문에 아쉬운 점은 없다. 물론 내 연기에 대해서 100% 만족하지는 않지만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모든 작품에 임하고 있다. 더욱이 임상수 감독님과 승범 오빠 덕분에 내가 나미를 연기하면서 집중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남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

 

Q. 쉬지 않고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 왔는데 슬럼프가 오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이겨내는지.

: 보통 직장을 다니는 분들은 ‘왜 내가 똑같은 일을 반복하며 살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슬럼프가 오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일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슬럼프는 없었던 것 같다. 여기에 스스로 기분이 안 좋아질 때까지 놔두지 않는다. 기분이 좋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것으로 푼다. 가장 쉽고 빠르며 효과도 좋다. 그래서 소소하지만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것을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Q. 군것질을 자주 하나.

: 밀가루 음식은 안 먹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이나 사탕 같은 단 음식을 참는 건 너무 어렵다(웃음). 참기 위해 밥을 많이 먹는다. 단 음식이 아예 생각나지 않을 만큼 배부르게 먹는다. 그렇기에 세끼 밥을 꼭 챙겨먹는다. 굶거나 폭식하지 않고 아무리 바빠도 세끼 밥을 다 챙겨먹으면 신진대사가 좋아져 건강해지는 것 같다.

Q. 자신만의 체력관리와 미용관리법이 있나.

: 촬영할 때 체력관리를 위해 항상 홍삼을 먹는다. 이것저것 잘 챙겨 먹기는 하는데 운동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운동은 해야 하니까 필라테스나 개인 헬스트레이닝을 자주한다. 근육이 잘 생기는 몸이 아니라서 운동을 한 만큼 근육이 잘 생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요즘 EMS트레이닝이라고 20분만 하는 운동인데 번갈아 가면서 운동을 한다. 이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려고 한다. 그리고 워낙 잘 먹기에 군것질을 했다 싶으면 그 날 하루는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한다.(웃음)

Q. 단발머리하면 ‘고준희’ 아닌가. 그런데 지금은 쇼트커트다. 헤어머리스타일을 바꾼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 보통 여자들의 헤어스타일이 변하면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고 하는데 그냥 잘랐다. 평소 촬영이 없으면 헤어스타일이나 패션스타일에 자주 변화를 준다. 염색도 해보고 머리도 잘라보고 여러 가지 옷도 입어본다. 다양한 이미지를 갖기 위해 내 스스로에게 미리 변화를 준다. 그래야 다른 작품을 할 때 어색하지 않게 촬영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 때문에 혹은 촬영 때문에 스타일에 변화를 준다면 그때는 너무 어색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쇼트커트로 헤어스타일을 바꾼 이유도 변화를 주기 위해서다.

Q.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고준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에 지인들과 이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런데 지인들 모두 상상이 안 된다고 했다. 그냥 고준희는 배우를 했을 것 같다고 말해서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Q. 그렇다면 어렸을 적 장래희망이 배우였나.

: 아니다. 어렸을 적부터 배우가 꿈이었다면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하고 발표를 할 수 있는 담력을 키웠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 음악을 했다. 피아노를 치다가 바이올린으로 바꿨다. 음악을 좋아했었다. 하지만 음악가를 한다거나 그런 것을 꿈꾸지는 않았다. 그냥 좋아만 했을 뿐이다. 특별히 무엇을 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명문 대학을 가야하는 입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 열심히 하지 않았다.(웃음)

Q. 배우는 어떻게 됐나.

: 많은 분들이 내가 고등학생 때 데뷔한 것으로 알지만 캐스팅이 된 것이다. 교복 맞추러 갔다가.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인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원래 배우가 꿈도 아니고 배우라는 직업을 절실하게 생각하지도 않은데다 어리다 보니 일을 즐기며 하진 않았고 재미도 없었다.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연애도 하고 남들처럼 대학생활도 즐기고 싶었다. 그런데 어린 마음에 배우라는 직업이 좀 특이한 직업이라 내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착각하며 살았다. 그러다 20대 중반이 되면서부터 ‘내가 가장 즐길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하고 고민하다가 지금 하고 있는 배우라는 직업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기기 시작하니 대중들이 나에게 관심도 가져주고 어느 정도 인지도도 생긴 것 같다.

Q. 할리우드나 외국으로 진출해 일을 더 즐길 생각은 없는지.

: 해외에 진출할 기회가 온다면 마다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국내 무대에서도 최고의 연기를 하지 못하는 데 갑자기 해외 진출을 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해외진출을 하려면 국내의 모든 것을 접고 가야 하는데 지금 국내 활동을 접고 싶지는 않다. 해외에서 성공한 분들을 보면 작품이 해외로 수출돼 그곳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 해외 활동도 같이 하는 것 같다. 내가 찍은 작품이 한국에서도 잘 돼 인정을 받고 해외에 수출 돼 그곳에서도 반응이 좋다면 해외 진출을 마다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Q. 주목공포증이 있다고 들었다. 지금은 좀 나아졌는지 알고 싶다.

: 약간 과장된 부분이 있다. 주목공포증까지는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나를 쳐다보는 것이 좀 불편하다. 어렸을 때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한 때 큰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도 무서웠다. 횡단보도 맞은편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향해 걸어온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횡단보도 건너는 곳을 너무 무서워하는 나를 보고 제일 친한 언니가 ‘옆을 보면 네 편도 많아’라고 말해줬는데, 그 이후 큰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이 무섭지 않아졌다. 하지만 지금도 연극무대와 같은 자리는 조금 어렵다.

 

Q. 그렇다면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할 때 많은 스텝들 앞에서 연기하는 게 힘들지 않나.

: 가수 분들이나 뮤지컬 배우 분들은 주로 무대에 서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이겨내야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카메라 앞에 주로 서기 때문에 힘들지는 않다. 물론 스텝들이 있지만 카메라가 메인이고 그 다음이 스텝 분들이 계시는 거니까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은 힘들지 않다.

Q. 그럼 영화와 드라마 중 어떤 것이 더 연기하기 편한가.

: 영화나 드라마나 편하게 연기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정말 쉬운 게 없는 것 같다. 영화도 드라마도 마찬가지로 밤을 새고 시간에 쫓기는 것은 똑같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대본이 미리 나와 있고 안 나와 있고 하는 정도이다. 영화나 드라마 모두 타이트한 스케줄에 움직이니 며칠 지나면 어느새 적응이 돼 있는 나의 모습을 본다.

Q. 영화와 드라마 말고 다른 영역으로 활동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 회사에서 아직 나를 계속 배우로 쓰려고 하는 것 같다(웃음). 다른 영역으로 외연을 넓힐 계획은 없다. 저 또한 사비를 들여서 음반을 내고 그러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회사에서 해준다면 마다하지는 않겠다.(웃음)

Q. 같이 호흡을 맞추고 싶은 남자배우가 있다면.

: 여진구 씨를 정말 좋아한다. 그렇기에 여진구 씨와 호흡을 한번 맞춰보고 싶다. 여진구 씨 연기를 보면 나이는 어리지만 정말 남자답고 탄탄한 연기를 하는 것 같아 함께 연기를 해보고 싶다.

Q.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지 궁금하다.

: 이번에 처음 액션을 해봤는데 재미있었다. 액션에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 멜로 영화도 하고 싶다. 하고 싶은 역할이 너무 많다. 못해본 역할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것저것 해보고 싶다. 그래서 ‘이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고 똑 부러지게 말하기는 어렵다.

Q. 30년 뒤 배우 고준희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 모든 여자들이 공통적으로 상냥하고 예쁘게 나이 들고 싶어 할 것이다. 나 또한 이렇게 나이 들었으면 한다. 아름다운 여배우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여기에 나이를 먹으면 그 나이에 맞게 행동하고 카리스마와 같은 아우라도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도 ‘고준희는 아름다웠어’라고 말해줄 것 같다.

Q. 차기작과 관련된 계획은.

: 올해 대학교에 재입학했다. 그래서 영화홍보하기 전까지 계속 바빴다. 더욱이 ‘나의 악당 절친들’에서 해외 촬영이 두 번 정도 있어서 상반기에는 정말 정신없이 바빴다. 이번 영화가 개봉하면 좀 천천히 차기작을 선택하고 싶다. 영화나 드라마 둘 중 특별히 선호하는 것은 없기 때문에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나의 단발머리나 패션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좋아해주시는 것처럼 앞으로도 배우 고준희가 작품을 하나하나 선택하고 연기하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좋아해주실 거라 믿는다. 내가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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