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엠카운트다운> 무대제작팀 노동이야기

   
▲ 완성된 <엠카운트다운> 주 무대 ⓒ투데이신문

1시간 방송 위해 일주일 고생… 밤샘은 기본
CJ E&M 방송영상미술팀, 프로그램의 세트 기획과 제작 
무대제작 위해선… 구조물, 전식, 조명 등 많은 팀 협동해야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연습실에서 비참할수록 무대에서 화려하다’

누군가의 말처럼 음악방송 무대제작 과정이 그러했다. 무대 뒤는 비참했지만 치열했고 뜨거웠다.

이번 노동일기는 많은 손이 모여 걸작품을 만드는, 음악방송 M.net의 <엠카운트다운> 무대제작팀 이야기다.

다른 방송보다 유독 화려한 음악방송 무대는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1시간 방송을 위해 일주일간 많은 이들이 머리를 싸매고 땀을 쏟는다. 이틀 밤을 꼬박 새우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사는 <땀으로 쓴 노동일기>가 아닌 <밤새며 쓴 노동일기>로 바꿔도 될 듯하다.

기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버티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았다. 취재하면서 카메라 배터리를 5번이나 갈아치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 전환무대 설치 현장 ⓒ투데이신문

“쉴 새 없이 바쁘다, 바빠”

<본지>는 지난달 17일 오전 9시 30분, 서울 마포구에 있는 CJ E&M 상암스튜디오에서 CJ E&M 우세균 무대감독을 만났다. 기자는 그를 따라 멀티스튜디오로 향했다. 멀티스튜디오 내부에는 무대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우 감독은 주변에 흩어져서 일하고 있는 영상미술팀에 소속된 김민재 조명 부감독, 심수진 무대디자이너 등을 불러 이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스튜디오에서는 이미 무대 바닥과 조명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무대는 두 군데로 나뉘어 있었는데 하나는 주 무대, 다른 하나는 그룹 2PM의 컴백기념 특별 전환무대다. 내일 아침, 2PM은 이 특별한 무대에서 노래하게 된다. 스튜디오 양쪽에서 작업이 시작됐다. 보통 특별무대는 가수 3~4팀이 이뤄지는데 이번에는 2PM과 EXO만 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 주 무대 작업 현장 ⓒ투데이신문

“안에 갈 때, 안전모는 필수”

우 감독은 위에서 무언가가 떨어지거나 부딪힐 수 있으니 안전모를 꼭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업 진행 상황을 살펴보던 그는 회의가 있다면서 급히 사무실로 올라갔다.

흰색 안전모를 야무지게 눌러 쓴 기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수첩을 들고 돌아다녔지만 선뜻 취재하기가 어려웠다. 모두 일에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본 심 디자이너는 기자에게 다가와 방송영상미술팀의 한 주간 무대제작 일정을 들려줬다. 방송영상미술팀에서는 주로 CJ E&M 방송프로그램의 세트를 기획하고 제작한다. 무대 감독을 비롯한 많은 팀이 매주 금요일 무대 콘셉트회의를 진행한다. 무대디자이너들은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주말에 도면을 작성한다. 또 이들은 때때로 가수를 만나 디자인을 논의하거나 노래와 안무, 뮤직비디오 등을 보며 콘셉트를 짠다. 그리고 다음날 월요일이 되면 나온 도면을 바탕으로 다시 회의를 한다. 도면이 나왔다고 해서 바로 무대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위험요소 등을 고려해 각 팀에서 수정작업을 거친다. 수요일이 되면 무대를 세우는 작업에 들어가고 다음 날까지 구슬땀을 흘린다. 생방송이 있는 날에는 이른 아침부터 세트 설치와 철거를 반복한다. 목요일 오후 6시가 되면 이 무대는 <엠카운트다운> 생방송에서 공개된다.

한편 300여 평에 달하는 멀티스튜디오에서는 <렛미인>, <코미디빅리그>, <식스틴>, <촉촉한 오빠들>, <SNL 코리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녹화한다.

   
 ▲ 방송영상미술팀 무대디자이너들 ⓒ투데이신문

유쾌한 모습을 한 심 디자이너가 말했다. “수요일부터 무대를 제작하는데 이때부터 밤을 새우며 작업하죠. 회사에 수면실이 잘 돼 있어서 자곤 해요”. 그녀는 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 김밥 같은 것을 먹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최고로 여유로운 날’이라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매달 초가 되면 가수들의 컴백 무대가 많기에 덩달아 방송영상미술팀도 바빠진다. 그나마 이날은 6월 중순이기 때문에 덜 바쁜 편이라고.

M.net의 대표 음악방송인 <엠카운트다운>의 특징 중에 하나는 여러 팀이 협업을 이룬다는 점이다. 무대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세트팀, 영상팀, 전식팀(전기효과), 조명팀, 소품팀, 특수효과팀, 구조물팀 등 다양한 팀의 협동 정신이 발휘된다. 한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무대를 제작하는 여러 팀은 거의 외주업체에 속해있으며 팀별로 소속 회사가 다른 게 특징이다.

   
ⓒ투데이신문

한편 <쇼미더머니>, <한식대첩>, <SNL코리아> 등의 무대 제작을 맡았으며 방송국 내에서 실력파로 통하는 우세균 영상미술감독. 무대제작팀을 배로 비유하자면 그는 조타수에 해당한다. ‘무대완성’이라는 목적지까지 잘 도착하는 게 그의 임무다. 나아가 무대 제작 진행 상황을 살피고 안전 관리, 작업 지시 등을 해야 한다.

오전 10시 30분 무렵, 구조물팀이 철근 조립작업을 시작했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의 안전모를 쓴 사람들이 무대 위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윽고 세트와 영상작업, 기본 주조물 골조작업이 이뤄졌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영상을 붙이는 작업이 이어졌다. 스튜디오 안에서는 종종 “머리 조심해”라는 소리가 울렸다. 이동하다가 여타 조명이나 설치물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 밥 먹으러 갑시다”

오전 12시 15분, 점심시간이 되자 조명팀 서씨가 이렇게 소리쳤다. 보통 위험한 작업이 끝나면 점심을 먹으러 간단다. 하지만 모두가 함께 점심을 먹는 건 아니고 일부 팀은 남아서 다른 작업을 해야 한다.

기자도 우 감독과 김 부감독을 따라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우리는 밥을 먹은 뒤 커피를 빠르게 마신 후 스튜디오로 올라왔다. 김 부감독은 조명관련 기계 아래에서 마우스를 꺼내 쓰더니 영어로 된 버튼을 쉴 새 없이 눌렀다. 우 감독은 한 조명팀원과 함께 2PM의 신곡 뮤직비디오를 감상했다. 무대 조명 디자인을 하기 전 노래와 안무를 미리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우 감독의 머리와 손이 움직였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조명팀원의 어깨도 들썩였다. 주변이 시끄러운 탓에 둘의 대화가 잘 들리지 않았으나 콘셉트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 완성되고 있는 주 무대 모습 ⓒ투데이신문

기자는 방송국 부조정실로 향하는 계단에 앉아 그들의 모습을 관찰했다. 높은 계단에 오르니 사람들의 모습이 확연히 눈에 띄었다. 반팔을 입은 사람들은 제 몸보다 크고 묵직해 보이는 물건을 여기저기로 옮겼다. 스튜디오 내부는 에어컨이 가동돼 추웠으나 그들에게는 이마저도 더울 것 같았다.

“조명, 알면 알수록 재미있다”

조명팀 팀원 서영민(36)씨에게 다가가 조명일에 대해 물었다. 서씨는 “조명 설치는 굉장히 예민한 작업이에요. 긴장하지 않으면 무조건 사고가 나죠. 일하면서 인상 붉히거나 그러면 안 되는데, 사실 때로는 그럴 수밖에 없을 때가 있어요”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와 얘기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찰리(C번 바톤) 12번 좀 내려줘”라고 외쳤다. 서씨는 “예~”라며 곧장 일에 집중했다. 이처럼 대화는 중간중간 자주 끊겼다. “다음 이야기는 2부에 계속”이라고 외친 서씨는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 조명 설치하는 모습 ⓒ투데이신문

바삐 움직이던 서씨가 짬을 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19세부터 조명일을 시작했다. 우연히 친구 아버지의 일을 돕다가 이 세계에 발을 디딘 것이다. 당시 18만 원을 받으면서 일했지만 재미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보통 조명은 2년가량 보조 일을 거쳐야 했으므로 서씨는 집게를 줍는 일부터 시작했다. 또한 혼자 집에서 불을 끄고 인형에 불빛을 비춰가며 공부하는 날이 많았다. 어두운 시절이 있었지만 현재 인정받고 열정을 쏟으며 일하고 있다.

우당탕 소리가 반복되던 오후 7시 20분, 주 무대의 대략적인 모습이 완성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모양새가 갖춰졌다. 세트 완성을 축하하듯 불빛이 하나씩 들어와 어두운 주변을 환히 밝혔다. 오후 7시 45분, 전식작업이 시작됐다. 전식작업이란 불빛이나 작은 조명을 다는 일이다. 잠시 후 전식팀과 세트팀의 합동 작업이 시작됐다. 작업 중간, 무대디자이너와 우 감독이 들어가 진행 상황을 살피고 지시했다. 오후 8시 30분이 되자 메인 세트를 다른 세트로 바꾸는 변환 작업이 이뤄졌다. 한 관계자는 먼지가 많다면서 물을 자주 마셨다.

   
▲ 주 무대 작업 현장 ⓒ투데이신문

“개인 시간 부족… 집에 가고파”

♪ “It’s alright 우리 집으로 가자… 우리 집으로, 우리 집으로~”

오후 9시경, 스튜디오 안에서 2PM의 노래 ‘우리 집’이 쉬지 않고 흘러나오자 한 팀원이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는 “일하느라 못 가는데 왜 자꾸 집으로 가자는 거야. 제발 꺼달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말에 모두 웃음보가 터졌다.

“앞으로, 조금 더 앞으로”

우 감독이 무전기를 통해 한 담당자와 얘기를 나눴다. 그 주변으로 수레를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우 감독은 스튜디오 한쪽, 작은 책상에 머리를 떨군 채 뭔가에 집중했다. 다가가 살펴보니 이것은 조명메모리 작업이었다. 조명 메모리 작업이란 조명의 움직임을 미리 짜놓은 뒤 이를 저장하는 것이다.

기자는 우 감독과 함께 초콜릿 맛 과자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조명메모리 작업은 한 곡당 보통 1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그는 말했다. 이번 생방송 무대에 올라가는 곡은 모두 23곡. 현재 13곡을 짜놓은 상황이라며 그는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일할 때는 시간이 부족해 식사를 거르는 것은 기본이고 화장실도 뛰어갔다 와야 한다고 털어놨다. 더욱이 어떤 가수가 신곡을 내면 노래가 익숙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고 했다.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냐는 질문에 우 감독은 “프로그램이 잘 돼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 때”라며 “과거 전 세계 시청자 10억 명이 보는 ‘MAMA’ 무대의 프로덕션 매니저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를 잊지 못한다”고 회상했다.

   
▲ 김민재 부감독(왼쪽)과 우세균 감독(오른쪽) ⓒ투데이신문

“새벽 노동… 피곤 느낄 겨를도 없어”

오후 10시 30분, 무대의 골격이 얼추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자정에 이르자 조명팀은 철수했고 다른 팀은 남아서 작업을 이어갔다. 한 시간 뒤, 카메라 배터리가 방전됐고 덩달아 기자의 몸도 방전되는 듯했다. 이곳 사람들은 1시간짜리 방송을 위해 이틀 밤샘은 기본이고 일주일을 투자한다.

시설팀 팀원 한길남 씨는 방송국 일을 한 지 12년 정도 된 베테랑이다. 잠깐 쉬고 있던 한씨는 “작업이 1시간 정도면 마무리될 듯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시설팀은 주로 무대 바닥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구조물 안전문제, 세트 마감을 담당한다. 하나둘씩 스튜디오를 떠난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심 디자이너를 비롯한 무대디자인 식구들이 간식을 사왔다. 간식을 먹으면서도 사람들은 일에 집중했다.

새벽 1시가 넘었지만 우 감독, 김 부감독, 이문희 대리의 고독한 조명 메모리작업은 계속됐다. “새벽이 되면 나의 다중 인격을 보게 될 것”이라던 우 감독은 자신의 발언을 증명할 겨를도 없이 작업에 열중했다. 그가 들고 있던 종이는 시간이 갈수록 연필 자국으로 까매졌다.

   
▲ 이문희 대리 조명작업 모습 ⓒ투데이신문

우 감독은 아이돌그룹 EXO의 <러브어게인> 조명 메모리 리허설을 진행했다. 암전인 상태에서 우 감독의 “조명 큐!”소리가 나왔고 이내 음악에 맞춰 휘황찬란한 조명이 춤을 췄다. 번쩍거리던 조명 리허설이 끝난 뒤 그는 김 부감독에게 “블루는 다른 효과를 주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민트색 같은 거 없어?”라고 물었다. 이어 “이 가사에서는 회오리 모양을 만들고 비내리듯 천천히. ‘우’가 나올 때는 몽환적인 느낌”. “그린(초록)색으로 하자. 음… 뭔가 야자수 느낌!”이라며 치열하게 의논했다. 그들은 조명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웠고 김 부감독의 손가락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새벽 2시, 기자는 들고 있던 볼펜을 자꾸만 떨어트렸다. 정신은 혼미해졌고 고개가 앞으로 쏠리는 현상이 찾아왔다. 눈은 퀭해지고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하지만 일에 집중한 그들은 이런 고통을 느낄 새도 없었다.

새벽 3시가 훌쩍 넘은 시각, 우 감독은 기지개를 켜며 “이제는 김 부감독만의 시간이다”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기자에게 “숙직실에서 한숨 자고 오라”고 제안했다. 김 부감독은 씻고 와서 다시 일을 하겠다며 샤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자는 카메라를 충전시킨 뒤 따뜻한 숙직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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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날, 마치 전쟁터다”

다음날 어스름한 새벽 5시 40분, 잠에서 깬 기자는 멀티스튜디오로 향했다. 계단을 걷다가 창밖을 보니 놀라운 광경이 펼쳐있었다. 가수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긴 줄을 지어 있던 것. 스튜디오 문을 여니 이미 제작진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여기에서 또 한번 놀랐다.

   
▲ 전환무대 완성된 모습 ⓒ투데이신문

잠시 후 2PM이 등장했고 그들은 목을 풀며 몸을 깨워 흔들었다. 2PM 우영은 “이른 아침인데 수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우렁차게 인사했다. 오전 6시 25분, 오디오테스트를 시작으로 리허설이 진행됐다. 무대제작 관계자들은 여러 차례 화면을 돌려보며 무대 상태를 점검했고 이어 녹화가 진행됐다. 오전 7시 50분이 되자 무대가 철수됐다. 엠카운트다운 조연출은 “다음 녹화 8시 40분이니까 서둘러주세요”라고 외쳤다. 예쁜 무대세트가 바닥부터 차례로 뜯겨나갔다. 누구는 철근을 옮겼고 누구는 나무와 문짝을 뗐다.

오전 8시 10분이 되자 관객이 하나둘씩 들어찼다. 불빛과 영상이 황홀하리 만치 아름답게 조화를 이뤘다. 팬들은 EXO의 몸짓 하나하나에 소리 지르며 열광했다. ‘둥둥둥’ 울리는 스피커 소리가 가슴에 내리꽂혔다. 오전 9시 30분, EXO의 녹화가 끝나고 무대가 철거됐다. 다음으로 그룹 샤이니의 무대가 이어졌고 바닥에 꽃가루가 떨어지자 관계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 그룹 샤이니 리허설 현장 ⓒ투데이신문

그러던 중 이 대리가 기자에게 작은 슈크림빵 하나를 건넸다. 그녀와 함께 빈속에 빵을 우걱우걱 집어넣었다. 모니터 리허설 후에는 포지션 리허설, 카메라 리허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노래가 끝나자 무대 정리와 악기, 세트 배치 등이 반복됐다. 조연출이 “세트 철수해달라”고 하자 모두 달려들어 세트를 치웠다. 오후 2시 40분쯤이 되자 모두 늦은 점심을 먹었다. 다들 이때쯤 기지개를 켰고 하품을 하는 이도 있었다. 점심 역시 팀당 나눠서 밥을 먹어야 한다. 기자는 점심 대신 세트장 귀퉁이에서 쪽잠을 택했다.

   
▲ 무대 세팅 작업 ⓒ투데이신문

녹화가 진행되는 동안 무대 밖의 모습은 치열하고 정신이 없었다. 우 감독은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무대 상태, 조명 등을 확인했으며 다른 사람들 역시 각자의 분야에서 바삐 일하고 있었다. 오후 4시 20분이 되자 가수 백아연을 시작으로 투빅, 디데이 등의 리허설이 이어졌다. 이윽고 생방송 시간이 다가오자 스튜디오 안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흘렀다. 오후 6시, 생방송이 시작됐다. 모두 정신없이 일에 몰두했다.

무대제작에 참여하는 여러 팀 중에서 특수효과팀도 있다. 특수효과팀은 무대 위에서 특별한 효과를 주는 일을 한다. 예를 들어 꽃가루 날리기, 폭죽 터트리기, 무대 스모그, 가수 몸에 와이어를 달고 무대를 날아다니는 것 등이다. 특수효과팀은 위험할 때가 많기에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아울러 무대 위에서 특수효과가 나오는 건 1분 정도인데 이때 집중해야 한다. 특수효과팀 9년 차 이민진 차장은 돈을 벌 목적으로 방송 일을 하게 되면 한 달도 못 버틴다고 단언했다. 이씨는 “보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에요. 객석 반응을 볼 때 보람을 느껴요”라고 고백했다.

   
▲ 무대 철수 작업 ⓒ투데이신문

오후 7시 30분, 전쟁터 같았던 생방송이 끝났다. 긴장이 풀린 듯 사람들의 표정도 조금은 풀려 보였다. 우 감독에게 방송이 끝난 소감을 묻자 “후련하면서도 내일 다른 방송이 걱정되기도 하네요”라고 했다.

방송은 끝났지만 노동은 끝나지 않았다. 생방송이 마무리되고 사람들은 뒷정리를 하며 내일 방송을 준비했다.

오후 10시 30분, 무대제작 노동자들이 하나둘 빠져나갔다. 방송은 끝났지만 방송을 위한 그들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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