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夢 없는 정치, 누가 그 뒤를 이을까

   
 

정몽준, 8월 유럽에서 차기 FIFA 회장 도전 계획
FIFA 내의 개혁파로 꼽히는 인물, 당선 가능성은

종로는 누가 지키나, 오세훈·박진·조윤선 도전
차기 대권 지형 변화 예고, 과연 누가 먹을까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이 차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에 출마를 하겠다고 밝힘으로써 국제 축구계가 들썩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 정치 역시 요동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맞물리면서 정몽준 전 의원의 FIFA 회장 선거 출마 소식은 국내 정치 특히 새누리당에게는 상당히 핫(hot)한 요소이기도 하다. 내년 총선을 준비하던 많은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민감한 소식 중 하나이다.

【투데이신문 어기선 기자】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이 결국 차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에 나가기로 결심한 듯하다. 정몽준 전 의원은 각종 언론에서 차기 FIFA 회장 선거에 나갈 뜻을 밝혔다. 아울러 오는 8월 유럽에서 정식으로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몽준 전 의원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FIFA 회장의 지위는 웬만한 국가원수급이다. 세계 209개 회원국을 상대로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을 함께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FIFA 회장은 4년 마다 열리는 월드컵을 비롯해서 여자 월드컵, 대륙간컵, 유소년 월드컵 등의 대회에서 공식파트너 선정과 TV중계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공식파트너 선정과 TV중계권을 따기 위해서 수억 달러가 오가는 점을 볼 때 상당한 돈이 FIFA 회장 수중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간 예산이 대략 24억4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2조7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2002년부터 제프 플라터 회장이 반대파로부터 400만 달러(대략 51억 원)의 고액 연봉을 받는다고 공격 받았던 점을 비춰보면 상당한 액수의 연봉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명예 역시 상당하다. 외국 방문 시 국가원수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정몽준의 도전

때문에 만약 FIFA 회장 도전에 성공한다면 국내 대통령보다는 훨씬 나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정몽준 전 의원이 FIFA 회장 도전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축구 대통령을 배출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정몽준 전 의원의 FIFA 회장 도전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도 환영할 일이다.

정몽준 전 의원은 FIFA 개혁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지난 17년(1994~2011년) 동안 부회장을 지내며 FIFA의 불투명한 회계와 폐쇄적인 의사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땅에 떨어진 FIFA의 명예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적임자다. 이렇기 때문에 그동안 블라터 회장의 비리 등에 대해 계속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다만 정몽준 전 의원은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것이 흠이다. 블라터 전 회장의 공격수 역할을 자임하면서 FIFA계에서 상당히 곤혹스런 일을 많이 치렀던 정몽준 전 의원이기에 FIFA 내의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흠을 갖고 있다. 더욱이 유력 후보로 꼽히는 플라티니 유럽연맹 회장과 알리 요르단 왕자가 프랑스에서 전격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혹여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더욱이 블라터 전 회장은 이미 FIFA 회장에서 사임을 했지만 아직도 FIFA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블라터 전 회장은 자신과 친분이 있는 플라티니 유럽연맹 회장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크다. 때문에 국내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정몽준의 현실

정몽준 전 의원이 FIFA 회장 도전에 나선 이유는 국내의 현실적인 문제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준 전 의원은 당초 내년 총선에서 종로로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두문불출하던 정몽준 전 의원이었다. 아울러 당시 아들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내년 총선에 출마를 할 경우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최근 조선 산업의 불황으로 인해 현대중공업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만약 FIFA 회장에 당선이 된다면 현대중공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정몽준 전 의원이 FIFA 회장에 도전을 하게 된다면 국내 정치는 그만큼 요동을 칠 수밖에 없다. 일단 종로의 경우 새누리당 내에서는 큰 경쟁자 한 사람이 빠지게 된다.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 종로를 노리는 인물로는 박진 전 의원, 조윤선 전 정무수석,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있다. 여기에 정몽준 전 의원도 포함되면서 4강 대결이 예상됐었다. 그런데 정몽준 전 의원이 FIFA 회장에 도전장을 낸 것이 알려지면서 이제 3파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나머지 3명의 경우 한시름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로는 정치 1번지이다. 종로에서 당선되는 인물이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때문에 중량감 있는 인물들이 종로를 많이 탐하고 있다. 더욱이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정세균 의원이 종로에서 또 다시 출마를 한다. 정세균 의원을 상대할 인물이어야 하기 때문에 대선 주자급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오세훈 전 시장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박진 전 의원은 원래 종로통이기 때문에 종로에서 계속적으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의 경우 당초 의왕·과천에서 출마를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종로로 결심한 것이다. 그만큼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종로에서 당선된 인물이 차기 대선 주자급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새누리당 후보들은 너도나도 종로를 넘보는 것이다. 여기에 정몽준 전 의원이 일단 FIFA 회장에 도전하겠다고 하면서 나머지 3명은 어느 정도 한시름 놓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김무성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오픈프라이머리를 할 수 없더라도 일단 국민경선제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당연히 경선을 통과할 수밖에 없다. 인지도 면에서 본다면 정몽준 전 의원만한 인물이 없다. 때문에 정몽준 전 의원이 빠진다는 것은 그만큼 나머지 3명에게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정몽준의 미래

정몽준 전 의원의 FIFA 회장 도전은 차기 대권 주자 경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몽준 전 의원이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게 FIFA 회장 도전을 이야기할 때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정몽준 전 의원이 오는 8월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게 된다면 이제 국내 정치에서는 당분간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 즉, 내년 총선은 아예 출마할 수도 없게 된다. 만약 FIFA 회장 도전에 성공하게 된다면 차기 대권 도전 역시 접어야 한다. 이는 경쟁자들에게 있어서 희소식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정몽준 전 의원의 FIFA 회장 도전 소식을 들었을 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몽준 전 의원의 FIFA 회장 도전 소식은 새누리당에게는 상당히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비롯해 차기 대권의 지형을 뒤흔들 수 있는 정몽준 의원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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