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 시내를 촬영한 사진<사진출처=사진작가 홍성규/뉴시스>

【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뉴욕 타임즈는 지난 16일 한 탈북 여성의 기막힌 사연을 보도했다. 지난 2001년에 탈북한 김련희(45)씨가 자신이 남한에 온 것은 처음부터 실수였다며 북한으로 돌려보내줄 것을 호소하는 사연을 전했다.

이어 타임스는 “1990년대 말 이후 한국에 온 탈북자 수는 2만8000여명에 달하지만 김씨는 남편과 딸, 병든 부모가 있는 북한에 돌아가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다”며 “그러나 북한으로 돌아가려는 김씨의 노력은 간첩죄로 옥살이를 하는 등 더 많은 문제만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어떤 물질적 유혹이나 자유를 준다 해도 가족과 집보다는 중요하지 않다”며 “난 굶어 죽더라도 가족이 있는 북한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타임스는 꼬일대로 꼬여버린 김씨와 같은 상황에 한국 정부도 난감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도 김씨에 대해 동정은 하지만 가석방된 상황에서 여권을 만들 수 없고 여기에 정식으로 한국 시민이 된 김씨를 적성국인 북한에 보내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박수진 통일부 대변인도 “자신의 의사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이 됐기 때문에 거기에 준해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적용되는 법률을 따라야 한다”고 답했다.

김씨는 지난 2011년 6월 친척을 방문하기 위해 중국에 여행을 갔다가 간질환이 생겨 치료를 하게 됐다. 김씨는 브로커를 통해 한국에 밀입국해 몇 달 간 돈을 벌고 중국에 올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치료비를 갚기 위해 브로커와 계약을 맺었다.

뒤늦게 남한행을 결정한 것에 후회한 김씨는 브로커에게 여권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브로커는 여권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에 김씨는 “여권없이 잡히면 북한을 탈출한 반역자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두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우선 남한에 간 다음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태국을 통해 남한으로 밀입국했고 탈북자임을 인정하는 서류에 서명도 하는 등 남한 입국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했다.

남한에 도착한 김씨는 “속아서 잘못 왔으니 북한에 돌려 보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녀는 브로커를 통해 위조한 여권을 만들고 밀항을 시도하기도 했다. 여기에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급기야 탈북자 주소를 휴대폰에 저장한 후 자신을 잡아가라고 경찰에 자진신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동에 대해 김씨는 “혹시 간첩이라도 되면 이 나라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골치덩어리인 저를 강제추방하지 않을까 하는 지극히 단순하고 어리석은 생각으로 이런 짓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추방 대신 김씨는 지난해 7월 간첩죄와 여권 위조 등의 혐의로 체포 기소됐다. 2년형을 선고 받은 김씨는 9개월 복역 후 지난 4월 가석방 됐다.

타임스는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60년 넘게 떨어져 사는 한국에선 김씨의 케이스가 별다른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현재 영천의 재활용품 공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여전히 북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김씨의 휴대폰 끝 4자리는 김일성의 생일과 같다. 김씨는 김일성이 “친아버지와 같은 존재”라고 말하며 지난 2013년 남북한 축구 경기가 열린 상암월드컵 경기장에 가서 북한 국가(國歌)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김씨는 “난 반역자가 아니다. 한순간도 고향땅을 잊은 적이 없다”며 말했다. 이에 타임스는 김씨가 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남북한 정부가 일종의 정치적 타결을 짓는 것이라며 지난 1993년과 2000년 간첩죄로 기소된 사람들을 두 차례 돌려보낸 사례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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