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분리수거 잘해서 내놓았으면”
사계절 중 겨울이 가장 힘들어… 몸 움츠러들기 때문
쓰레기 악취, 자동차 매연에도 많이 노출
환경미화원이 지나간 자리엔 ‘깨끗함’ 남아

<본지>는 ‘땀으로 쓴 노동일기’에서 노동의 하루를 체험한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외국 문화의 성지이자 유동인구가 많기로 유명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번 호에는 이태원 거리를 누비는 용산구 소속 환경미화원의 하루를 담았다.

모두가 잠든 검은 새벽, 우리네 아버지인 환경미화원들의 노동을 지난 4일 밀착 취재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그들의 숨가쁜 현장을 보여드리겠다.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6평 남짓의 자취방 안에 알람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기자는 알람 소리가 커질수록 이불 속을 더 깊이 파고들었다. 10분가량 울던 알람을 끄고 이불을 걷어차며 일어났다. 시계를 쳐다보니 새벽 4시, 이제 진짜 정신을 차려야 한다. 눈을 반쯤 감은 채 부랴부랴 나갈 채비를 했다. 비몽사몽으로 커튼을 치고 창문을 여니 서늘한 바람이 방 안에 들어와 몸이 떨렸다. 창밖은 아직도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려있었다.

쓰레기 치우며 새벽을 밝히다

택시를 타고 30분 정도 달려 새벽 5시 20분, 녹사평역에 도착했다. 어슴푸레한 녹사평역 일대는 자동차와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 신비한 느낌을 연출했다. 가는 길에 보니 한쪽에 쓰레기가 모여 마치 산이 되어 있었다. 바닥 곳곳에 검은 흔적을 남긴 담뱃재, 여기저기 나뒹구는 술병, 누군가가 만든 토사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이었다. 이런 곳에서 환경미화원들은 청소에 열중하고 있었다.

   
▲ ⓒ투데이신문

잠시 후 용산구청 근처에서 조우일 구역장을 만났다. 조 구역장은 이곳에서 일한 지 10년이 넘은 베테랑으로 현재 이태원동, 한남동, 보광동을 담당하고 있다. 이날 조 구역장은 기자와 함께 다니면서 안내 역할을 해주기로 했는데 이는 용산구청에서 특별히 배려해준 것이다.

현재 용산구 소속으로 일하고 있는 환경미화원은 전체 84명이며 이태원1동, 한남동, 보광동 3개동 환경미화원은 23명이다. 청소차량을 모는 운전기사가 2명씩 배치된 것까지 합치면 30명 가까이가 된다. 이태원동에서는 기사 2명과 환경미화원 4명이 근무하고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의 경우 3명씩 나와 일하므로 1인당 주 6일 근무를 하는 셈이다. 한편, 일반 쓰레기나 음식물 처리는 민간 용역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환경미화원들은 매일 새벽 3시 30분부터 거리에 나와 작업을 시작하고 오후 3시에 퇴근한다. 이토록 이른 시간에 나와서 일하는 이유는 아침 시간대에 출근 차량이 많아 일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기자는 조 구역장과 함께 걸으며 재활용, 폐기물을 수거하는 환경미화원의 노동현장을 살폈다.

   
▲ ⓒ투데이신문

“오라이, 오라이, 스톱!”

두 환경미화원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조용한 거리를 흔들어 깨웠다. 그들은 차 뒤꽁무니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캐한 연기를 온몸으로 흡수하며 걸었다. 미화원들이 차례로 폐기물을 실으며 차를 뒤따라가고 있었다. 작업은 이들이 미리 담아둔 재활용 자루를 차에 싣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평일보다 주말이 200% 더 힘들다

재활용 폐기물을 모아둔 곳에 사람들이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를 치우는 것도 만만치 않다. 미화원들은 2.5톤 차량에 재활용 폐기물을 하나둘씩 실으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손으로 집어 올렸다. 조 구역장은 “주말이나 월요일이 정말 힘들어요. 쓰레기가 200% 정도는 더 나올 걸요?”하며 쓰게 웃었다. 주말이 더 힘든 이유는 쓰레기양이 많기 때문이다. 술병도 주말에는 평일보다 3배 정도 더 많이 나온다. 조 구역장은 “주민들이 재활용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잘 내놓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수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단속을 하긴 하는데 모두 관리할 수는 없으니까 힘든 부분이 많죠”라고 말했다.

   
▲ ⓒ투데이신문

차량 위에 재활용 폐기물이 가득 차면 ‘재활용 선별장’으로 향하게 된다. 우리는 재활용 선별장으로 가기 위해 미화 차량에 올라탔다. 재활용 선별장은 종이상자, 병, 깡통 등을 선별하는 곳으로 용산구 안에 있는 25개 동에서 나온 재활용 폐기물이 여기에 모인다. 차에서 내려 둘러 보니 곳곳에 유리병, 플라스틱 등이 가득 쌓여있었다.

   
▲ 재활용 선별장 ⓒ투데이신문

아침 7시경, 날이 점차 밝아오고 있었다. 미화원들은 재활용 선별장에서 폐기물을 내려놓은 뒤 다시 이태원 거리로 나와 청소 작업을 계속 이어나갔다. 조 구역장과 함께 이태원에서 유명한 해밀턴호텔 뒤에 자리한 거리를 돌아다녔다. 꽤 유명한 길로 알려진 이곳을 그는 ‘주말이 되면 쓰레기가 엄청 나오는 길’이라고 표현했다.

주말에 쌓인 쓰레기는 월요일에 폭풍처럼 밀려든다고 한다. 마치 밀린 설거지거리를 만난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는 거리를 걷던 조 구역장이 “평일에는 이 정도인데 주말이 되면 더 하죠. 어휴~”하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조 구역장과 미화원 두 명은 오늘은 그나마 평일 치고 깨끗한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30년 경력의 미화원 A씨는 “주말에 오면 더 엉망이에요. 주말에는 이 거리를 두 명이 2.5톤짜리 차량으로 6~7대를 치우니까요. 막 치우다 보면 깨진 병에 긁혀서 팔이 쭉쭉 나가요”라며 손가락으로 팔을 가리킨 채 얘기했다. 환경미화원들에게 주말 못지않게 축제나 행사도 달갑지 않다. 9월에 핼러윈데이와 같은 축제가 열리면 일이 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 ⓒ투데이신문

“으엉차~”. 환경미화원 세 명의 청소와 작업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졌다. 무거운 술병 자루를 차량에 싣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며칠 전 야식으로 먹은 치킨을 분리수거하지 않고 버린 게 떠올라 얼굴이 화끈댔다. 귀찮다는 이유로 섞어 버린 치킨무와 양념소스, 닭 뼈의 지저분한 그림이 눈에 아른거렸다. 여기 와서 보니 재활용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혔다.

깨진 병 조각이 손을 찌른다

미화원들은 공사장에서 쓸 법한 안전모를 쓰고 있었다. 재활용 쓰레기를 차 위로 올리는 과정에서 자루가 떨어지면 머리를 다칠 수 있기에 착용해야 한다. 쓰레기 악취, 자동차 매연에 노출되는 것도 어려움 중 하나다. 그뿐만 아니라 깨진 술병 끝에 자주 손을 베이는 경우도 많단다. 미화원치고 손에 상처가 없는 사람은 드물다고 조 구역장은 전했다. 그러면서 다치고 아파하는 동료를 볼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 ⓒ투데이신문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연령층은 40대에서 50대 사이다. 이들은 주로 허리와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또한 사계절 중에서 겨울이 가장 힘든데 추워서 몸이 움츠러들기도 하고 미끄러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들 일을 하기 전에 스트레칭을 한다. 현재 용산구청에서 매달 한번씩 스트레칭 전문 강사를 초청해 미화원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조 구역장이 갑자기 걸음을 멈춰 선 뒤 한 쓰레기봉투를 유심히 살폈다. 이내 쓰레기봉지를 손톱으로 찍으며 뜯었다. 그 안에는 분리수거해야 할 폐기물이 죄다 들어가 있었다. 누군가가 쓰레기 무단투기를 적발한 그는 증거를 남기고자 사진을 찍었다. 조 구역장은 “저희 미화원들이 아주 힘들어요. 마구 버린 쓰레기를 저희가 전용봉투에 다시 담아야 하거든요. 각자 집에서 잘 정리해 보내주면 끝날 일인데….”하며 말을 흐렸다. 이윽고 그는 새까매진 두 손을 힘없이 털었다.

   
▲ 무단투기 단속하는 모습 ⓒ투데이신문

한참을 걷고 있는데 어떤 술병을 든 외국인이 기자를 향해 브이(V)자세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외쳤다. 우리가 걸음을 재촉하자 결국 그 외국인은 포기하고 돌아섰다. 조 구역장은 “되도록 저런 사람들과 눈을 안 마주치려고 해요. 싸우면 안 되니까. 술을 드시고 미화원들한테 시비 거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뭐, 저런 분은 양반이죠”라며 씁쓸해했다. 한쪽에서는 통통한 비둘기 대여섯 마리가 땅에 떨어진 음식 부스러기를 쪼아먹으며 푸드덕거리고 있었다.

좁은 골목 누비며 자루에 폐기물 담는다

오전 7시 30분, 미화원들은 아침 식사 전까지 골목 청소를 한다. 좁고 높은 골목에서 모은 재활용이나 폐기물 더미를 들고 큰 길로 내려가야 한다. 전용 오토바이가 있긴 하지만 걸어다닐 때가 많다. 골목에 차가 들어오지 못하기도 하고 혹여나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차를 긁힐 수 있기에 걷는 게 낫다고 한다. 기자는 짐도 없이 그냥 걸어올라갈 뿐이었는데 숨이 차오르고 무릎이 쑤셨다.

   
▲ ⓒ투데이신문

정모(56)씨와 이모(53)씨는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마대자루를 들고 다니면서 쓰레기들을 그곳에 담았다. 조금씩 들고 오르내릴 수 없으니 큰 마대에 폐기물을 담아 한꺼번에 갖고 내려가기 위해서다. 한참 마대에 폐기물을 담던 두 사람은 큰 길가에 차가 도착하기 전, 잠시 앉아 휴식을 취했다. 우리는 가파른 골목 위 콘크리트 계단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12년째 이 일을 해오고 있다는 정씨와 이씨는 “우린 입사 동기예요”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정씨는 “그래도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요. 10년 전만 해도 형님들이 골목 구석구석에 리어카를 끌고 다니면서 오르락내리락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리어카가 없고 오토바이로 다 대체됐죠”라고 말했다. 조 구역장은 “선배님들을 보면 참 대단하세요”라고, 이씨는 “정말 존경할 만하죠”하면서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했다.

정씨는 뒤돌아 하품을 하고 있는 기자에게 “아침 일찍 나와서 일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요?”하며 웃었다. 이들은 이른 시간에 일어나는 게 힘들다고 했다. 조 구역장은 “밤낮이 바뀌다 보면 사람이 피로도 덜 풀린다고 하더라고요. 자야 할 시간에 자야 하는데 말이죠”라고 말했다.

아침과 점심을 손수 만든다

미화원들은 보통 1차 작업을 끝낸 후 아침 식사를 한다. 보통 아침은 8시쯤 먹는데 늦으면 9시경에 먹는다. 특히 월요일 같은 날에는 주말에 밀려있던 폐기물을 수거하고 치워야 하므로 더 정신이 없다.

오전 8시, 아침 식사시간이 됐다. 이들은 보통 아침과 점심을 휴게실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다. 이씨는 “몸에 (쓰레기) 냄새가 배서 식당에 가지 못하는 이유도 있어요. 아무래도 우리를 반갑게 생각을 안 하니까요”라고 전했다. 이어서 정씨도 “일하다 보면 어떤 아이들은 ‘저기 쓰레기 아저씨다’라고 말할 때가 있어요. 뭐, 본업이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이런 건 부모들이 좀 아이들한테 얘기해줘야 할 것 같아요”라며 멋쩍어했다. 

   
▲ ⓒ투데이신문

기자는 조 구역장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한 뒤 이태원동 미화원들의 휴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핼러윈데이 때 어떤 외국인이 나 멱살 잡고 사진 찍고 그랬어!”

아침식사를 마친 한 미화원은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를 얘기했다. 다른 미화원은 입구에 앉아있는 조 구역장과 기자에게 초콜릿맛 과자를 건넸다. 우리는 내리쬐는 햇살을 바라보며 과자를 입에 넣었다. 휴게실 문 앞에는 이태원동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커다란 지도가 붙어있었다. 재활용 폐기물을 처리하거나 쓰레기가 많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이 지도를 보고 해당 구역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이들은 가끔 재활용을 모아두는 곳에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물청소도 한다. 더불어 강아지와 같은 동물 사체를 치우는 경우도 있다.

오전 12시, 점심 준비에 주방이 분주해졌다. 점심 메뉴는 찹쌀밥에 고기가 들어간 뭇국, 마른 새우, 콩자반, 김치, 풋고추다. 둘러앉아 밥을 먹는데 B씨가 기자에게 고추장을 듬뿍 찍은 풋고추(아마 청양고추였을 것이다)를 건넸다. 얼른 받아 한 두입 크게 베어 문 뒤 씹는데 무척이나 매웠다. 손으로 빨개진 입 주변을 부채질해가며 계속 찬물을 들이킨 뒤 야속한 표정을 지으면서 B씨를 쳐다보니 그는 “일부러 알고 준 거예요. 매운맛을 느껴보라고요. 인생이 이런 맛이에요~”하며 웃었다. 뼈가 있는 B씨의 말에 매운맛이 더 맵게 느껴졌다.

점심을 먹은 뒤 누구는 커피를 마시고 누구는 방 안에 앉아 TV를 시청했다. 동그랗게 앉아 세상 돌아가는 얘기 등을 하며 각자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기자도 그들의 공간에 조심스레 발을 들여보았다. 방 안은 거센 에어컨 바람으로 추웠다. 계속 땀을 흘리며 일하니까 방이라도 시원하게 해놓은 것이리라, 혼자 생각했다. 그런데 앉으니 막상 바닥은 따뜻한 것 아닌가. 이씨가 굳은살 박인 자신의 손바닥을 비비며 이야기했다. “아래에 개천이 있는데 그게 흘러서 불을 넣지 않으면 방이 눅눅해져요. 그리고 사람들이 허리를 많이 쓰고 아파하니까 등을 좀 지지라고 불을 넣기도 하죠”.

   
▲ ⓒ투데이신문

오토바이 탄 채 잠결에 출근한다

그들의 쉬는 시간을 빼앗는 듯해 잠시 후 방에서 빠져나왔다. 날씨는 무척이나 맑았고 휴게실 앞에는 푸른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제법 시원했다. 고장이 난 듯한 전기장판을 반으로 접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다가 맞은 편에 있던 B모(47)씨와 대화를 나누게 됐다. 이곳에서 일한 지 6년이 된 B씨는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짜리 두 아들이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서울로 올라온 건 이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다.

그는 6년 동안 오토바이로 출퇴근을 해왔다. 집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오면 15분 정도 걸리는데 일어나자마자 옷만 갈아입고 잠결에 출근한다고 했다. “잠을 완전히 깨고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그는 강조했다. 위험하지 않냐고 하자 B씨는 “안 그래도 3년 전에 오토바이 하나 (사고) 해먹었다”며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B씨는 자신의 생활습관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했다. 새벽 3시에 출근하려면 일찍 자야 하므로 저녁에 술을 마시거나 저녁 식사 약속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인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게 그의 고민이다. B씨는 “저녁에 누구를 만나면 밥만 먹고 헤어져야 해요. 그리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만날 수도 없지요. 빨리 들어가서 자야 하니까요. 내가 오후 3시에 퇴근을 하는데 누가 그때부터 술을 마시겠어요”하고 푸념했다. 하지만 대인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이다. 이렇게 힘든 일을 하는 이유는 자식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 ⓒ투데이신문

빗자루로 깨끗한 거리를 만든다

오후 1시가 넘자 한참을 얘기하던 B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내 조 구역장과 미화원 두 명과 함께 점심 먹기 전에 실어놓은 목제품 등을 싣고 집하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모래 먼지를 뒤집어쓰며 목제품을 기계에 넣고 갈아버리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오후 2시경이 되면서 미화원 세 명이 뒤에 짐을 실을 수 있는 오토바이에 탑승했다. 골목이나 큰 도로를 한번씩 돌면서 다시 한 번 쓰레기가 있는지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조 구역장과 함께 그들의 뒤를 쫓아갔다. 그들은 빗자루를 들고 다니며 쓰레기를 담거나 장롱과 같은 재활용 폐기물을 트렁크에 싣기도 했다. 어느새 오토바이에 재활용 폐기물이 가득 찼다. 그런데 길을 걷다 보니 ‘폐전용비닐봉투’라고 쓰인 것과 무색하게 온갖 쓰레기가 들어있었다. 조 구역장은 “폐비닐만 넣어야 하는데… 이렇게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라며 봉지를 뒤적거렸다.

   
▲ 청소되기 전 거리의 모습 ⓒ투데이신문
   
▲ 청소가 끝난 뒤 말끔해진 공간 ⓒ투데이신문

“쓰레기는 내 집 앞에 배출합시다”라고 적힌 팻말이 삐뚤어진 것을 본 B씨는 이를 매만진 뒤 바로 세웠다. 그리고 미화원 3명은 오토바이를 타고 아침에 갔던 이태원 번화가로 향했다. 이곳에서 쓰레기를 담고 재활용 폐기물을 오토바이에 실었다. 지저분했던 거리가 이들의 손길로 다시 말끔해졌다. 시곗바늘이 오후 3시로 향할 무렵, 이들의 노동바늘도 마무리를 향해 달려갔다.

[기자의 한마디] 우리는 환경미화원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한번이라도 쓰레기를 거리에 무심코 버린 자들은 이 마음의 빚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터. 이를 갚는 방법은 재활용을 잘하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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