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7일 '국민 안전 위협하는 풀무원 대국민 사기극 중단 촉구' 기자회견 열려

   
▲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 풀무원 본사 앞에서 '국민 안전 위협하는 풀무원 대국민 사기극 중단 촉구 화물운송 노동자'기자회견이 열렸다 ⓒ투데이신문

신선식품의 대명사 풀무원
실온에 신선제품 그대로 방치 논란
화물연대 “풀무원, 가맹점에 밀어내기, 목표치 설정”

여전히 대화로 해결하고픈 풀무원
대체차량의 업무 미숙으로 발생한 문제
풀무원 “가맹점에 갑질? 있을 수 없어…

【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바른 먹거리로 사랑받던 풀무원의 신선식품이 사실은 냉장보관 되지 않은 채 상온에 그대로 방치돼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풀무원 파업이 34일째로 접어든 지난 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서울 강남구 수서동 풀무원 본사 앞에서 ‘국민 안전 위협하는 풀무원 대국민 사기극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학생들의 학교 급식 재료로 선호됐던 풀무원 제품들이 냉장식품 보관 기준을 훨씬 웃도는 실온에 방치돼있었다”며 “그동안 학생들이 식중독의 위험에 노출되어 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학생들과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나쁜 먹거리가 바른 먹거리로 둔갑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돈 벌이에 혈안이 된 풀무원이 가맹점들에게 ‘제품 밀어내기’를 해왔기 때문”이라며 “신선식품들이 가맹점의 냉동창고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제품을 밀어 넣고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갑질을 일삼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들은 “풀무원의 나쁜 짓거리를 바로잡고자 했던 바른 목소리는 철저히 짓밟혀왔다”며 “회사는 바른 목소리를 탄압하고 비정규직 차별을 일삼으며 나쁜 먹거리를 바른 먹거리처럼 둔갑시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현장 발언하는 화물연대본부 임종운 지회장 ⓒ투데이신문

풀무원, 갑질의 대명사로 떠오르나

화물연대 충북지부 음성진천지회 임종운 지회장은 현장발언을 통해 “풀무원의 밀어내기는 남양유업 사태 당시 을의 눈물과 같은 이야기”라며 “풀무원 자본의 이익 때문에 소상공인인 가맹점주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밝혔다.

임 지회장은 “기름값도 안 주고 일하다 다쳐도 책임을 지지 않는 풀무원 자본의 횡포 때문에 화물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나온 지 34일이 됐다”며 “화물노동자들이 대화를 요구해도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며 분노했다.

이어 임 지회장은 “우리가 임금을 올려달라고 파업하는 것이 아니다.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고 길거리에 나왔다”며 “가맹점주나 화물노동자는 을의 입장이다. 을을 보듬지 못하고 내팽개치는 풀무원 자본을 국민 여러분이 불매운동으로 혼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임종운 지회장의 발언이 끝나고 풀무원분회 윤종수 분회장은 “지금까지 묵묵히 일만 해왔으나 이번 파업을 계기로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려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밝혔다.

   
▲ 투쟁발언을 하고 있는 윤종수 풀무원 분회 지부장 ⓒ투데이신문

윤 분회장은 “풀무원의 밀어내기로 인해 가맹점의 비좁은 냉장고에 채워지지 못한 신선식품은 더운 여름에도 상온에 방치된다”며 “우리 아이들의 먹거리로 학교에 납품되는 풀무원의 두부와 콩나물, 유부초밥 등의 제품들이 전혀 안전하지 않게 보관‧유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 분회장은 “풀무원 화물노동자들은 사측의 눈 가리고 아웅식의 나쁜 짓거리를 하나하나 고발해 나가겠다”며 “풀무원 화물노동자들의 싸움을 응원해주셨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42만 화물노동자들을 총괄책임지고 있는 화물연대본부 박원호 본부장은 “화물노동자들은 다른 노동자들과 똑같이 일하면서도 특수라는 이름이 붙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다”며 “풀무원 화물노동자들은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 했지만 댓가는 길거리로 쫓겨난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박 본부장은 “20년 넘게 풀무원과 함께 일하면서 풀무원의 기업이념에 자부심을 느꼈다. 신선하고 바른 먹거리를 국민에게 안전하게 수송하여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자부심 하나로 최선을 다해 일했다”며 “하지만 풀무원은 이윤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화물노동자를 기만했고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 발언하는 박원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장 ⓒ투데이신문

그러면서 박 본부장은 “이제 화물노동자들은 풀무원을 위해서가 아닌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하나하나 바로 잡아나갈 것이다”며 “더 이상 풀무원이 파업을 원하지 않는다면 대국민 사기극을 즉각 중단하고 화물노동자와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풀무원 파업과 관련해 국제적인 연대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 화물연대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며 “국제운송노조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풀무원 제품의 불매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원호 본부장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화물연대본부 최기호 충북지부장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풀무원의 ‘갑질’과 ‘나쁜 짓거리’, ‘대국민 사기극’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하지만 풀무원은 사태를 철저히 외면한 채, 노동탄압과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지부장은 “ ‘회사가 망할지언정 소비자에게 손해가 되선 안 된다’고 말씀하신 풀무원 창업자 고 원경선 선생님의 정신을 풀무원은 지금 깊이 되새겨야 한다”고 외쳤다.

   
▲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최기호 화물연대본부 충북지부장 ⓒ투데이신문

최 지부장의 기자회견문 낭독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모두 “풀무원 대국민 사기극, 즉각 중단하라!”, “국민 안전 위협하는 나쁜 먹거리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우린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

풀무원에서 5톤 트럭을 운행하는 이현철씨는 “비가 오는 날 미끄러져 손가락 골절상을 당했다”며 “회사를 위해 일하다 다쳤지만 회사는 내게 대체차량 비용까지 요구했다. 치료비와 생활비 보장은 안해주더라도 대체차량 비용은 회사가 줘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씨는 “처음 108명 정도가 파업에 참여했다가 지금은 40명이 남았다”며 “여기에 내가 남아 있는 이유는 단지 일 한 만큼 벌고 떳떳하게 쉬고 싶어서다. 다치지 않게 일하고 싶어서 나왔는데 회사는 우리가 이기적으로 파업을 하고 있다고 호도하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이씨는 “생활비도 가져다주지 못해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며 “지금 힘들긴 하지만 아이들이 크면 아빠가 선택한 것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그거 하나로 지금까지 투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11.5톤 트럭 지입차주는 “풀무원에서 일한 지 3년이 됐지만 불공정한 배차에 너무 화가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불공정한 배차를 통해 어떤 기사들에겐 편하고 수월한 노선, 어떤 사람들에겐 장시간 운행을 하게 만드는 불공정한 배차는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투쟁을 멈추고 회사로 복귀하면 4000만원이라는 손해배상을 물어줘야 하는데 감당할 능력도 안 된다. 이제는 물러설 곳이 없다”고 말했다.

풀무원분회 윤종수 분회장은 “파업이 이제 34일째다. 나는 풀무원에 복귀 못해도 좋다. 하지만 풀무원의 나쁜짓거리를 전 국민에게 알려 풀무원이 어떤 기업인지 알려야겠다”고 밝혔다.

윤 분회장은 “투쟁을 계속해 나가서 우리 조합원들을 꼭 복귀시킬 것”이라며 “풀무원의 나쁜짓거리와 관련해 유투브 영상 3편을 제작했다. 이 영상을 통해 국민들이 풀무원을 바른 기업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덧붙였다.

   
▲ 담담한 표정의 풀무원 화물노동자 ⓒ투데이신문

업무미숙으로 발생한 문제

이와 관련해 풀무원의 한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회사의 입장은 변함없이 파업을 하고 있는 지입차주분들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밝혔다.

신선식품이 상온에 방치된 것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파업으로 생긴 공백을 대체차량 차주분들이 대신하고 있다”며 “이분들이 아직 업무에 익숙하지 않아 발생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대체차량 차주분들이 가맹점 냉동창고에 식품을 넣어줘야 하는데 문 앞에 내리고 그냥 가신 것이다”며 “익숙치 못한 분들이기 때문에 재교육을 통해 해당 문제점을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사의 가맹점에 대한 밀어내기 의혹에 대해서 해당 관계자는 “파업을 하시는 분들이 남양유업 사태처럼 몰고 가려 하는데 풀무원은 가맹점에서 제품을 발주해야 물류센터에서 배송을 간다”며 “밀어내기나 목표치를 강요하는 것 자체가 회사 시스템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이 관계자는 “회사가 주장하는 게 사실이며 파업하시는 분들이 주장하는 것들이 아니라고 증명할 수 있다”며 “정말 대화로 이번 사태를 해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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