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전쟁 2라운드, 총선 전망은

   
 

찬반 비슷했던 여론이 반대로 급격히 기울어
여당 수도권 출마자들, 총선 패배 그림자 보여

당 지도부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야권, 정책연대 넘어 선거연대 과연 가능할까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쟁이 이제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옳은 방향인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여론은 급격하게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었다. 더불어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장기화되면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상당히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다급한 상황이 됐다. 반면 야당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모르는 일이다. 역사전쟁이 이제 2라운드에 접어들어 언제든지 막판 역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투데이신문 어기선 기자】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한 행정고시를 했다. 행정고시란 일단 국민에게 ‘추진해도 되겠습니까?’라고 묻는 절차이다. 이 과정에서 반대 여론이 뜨거우면 철회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와 새누리당의 모습을 보면 철회할 생각이 아예 없는 듯하다. 지난 10월 12일 행정고시를 한 이후 바로 그 다음날 예비비 44억 원을 배정했다. 예비비는 재난 등 긴박한 상황에 사용하는 정부 예산으로 국회의 승인이 필요 없다. 즉,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명확하게 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이 예비비는 곧바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홍보에 사용됐다. 얼마 전부터 TV 등에는 ‘유관순은 없다’라는 교육부의 공익광고가 흘러나왔다. 시시비비 논란에 휩싸였던 이 광고를 통해 정부와 새누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접하는 태도를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쟁이 정부와 새누리당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한 찬반 여론이 비등했다. 하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2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1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52.7%, 찬성이 41.7%로 나타났다. 반대가 찬성보다 11%p 상승한 것이다.(이번 조사는 전화 임의걸기(RDD. 유선 50%, 무선 50%)를 활용한 ARS 여론조사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5.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0%포인트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홍보전에 들어갔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해 국민들은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수도권 민심이 완전히 돌아섰다. 서울은 찬성이 35.2%, 반대가 59.8%로 나타났다. 경기·인천은 찬성이 36.4%, 반대가 58.3%로 나타났다. 역시 마찬가지로 지난 10월 13일 조사 때 찬반 비율이 비등했던 것에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물론 이 조사에서는 수도권은 물론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의 탄탄한 기반인 영남에서도 반대 여론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찬성 여론이 우세하지만 불과 일주일 사이에 반대 여론이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공포에 떠는 여당 출마자들

정치권에서는 만약 이 상황에서 총선을 치르게 되면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전멸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여론은 심각하다. 지난 10월 22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그리고 원내대표가 만나는 5자 회동을 열었다. 이 5자 회동의 의미는 결실을 맺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또한 이 자리가 갖는 의미는 서로 각자의 지지층에 결집을 호소하는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보수층을 향해 야당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이처럼 공격을 하고 있으니 결집을 하라는 호소의 성격이 짙었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과연 각자의 지지층이 얼마나 결집을 했는지 여부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층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얼마나 결집을 했는지가 관건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보수층에서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뜨겁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수도권 출마자들은 벌써부터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만 놓고 본다면 수도권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장기적인 이슈이다. 또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쟁은 내년 총선의 당락을 좌우하는 중대한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수도권 출마자들로서는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당 지도부 방침은 확고하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무성 대표는 표를 잃는 한이 있더라도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이기 때문에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선에서 뛰고 있는 출마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대로 가면 패배할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반대 입장을 언젠가는 밝혀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수도권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 지도부의 방침에 반기를 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 것인지를 조율하는 상황이다. 즉, 새누리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쟁으로 인해 내부분열이 예고되고 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별 수 없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이 자신에게 배지를 달게 해줄 수 없다면 과감하게 반기를 들어야 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이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레임덕이 일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바로 집권여당 내부에서 반기를 들 경우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게 된 것은 세종시 이전 문제를 놓고 박근혜 당시 의원과 갈등을 빚으면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진 이유는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면서부터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게 되는 시점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반기를 들 때이다. 그런데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이 그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김무성 대표 등 당 지도부는 계속적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정치현장에서 뛰고 있는 수도권 출마자들이 이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서울시 당협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은 “원외위원장들이 걱정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라디오방송을 통해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즉, 새누리당이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당히 높았고, 새누리당 지지율도 상당히 높았다.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당선될 확률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일선의 목소리가 당 지도부나 박근혜정부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되면 결국 당 지도부와 박근혜정부에 반기를 들 수밖에 없다. 때문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놓고 새누리당 내홍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야권연대 가능할까

더욱이 현행 역사교과서 집필진이 김무성 대표와 새누리당을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만약 사법부에서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하게 되면 새누리당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물론 법조계 일각에서는 표현이 명예훼손으로 인정될만하지만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이런 내용이 판결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새누리당에게는 상당히 치명적일 수 있다. 새누리당은 현재 악재 중에 악재를 계속 떠안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반기를 들어야 하는데 그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다. 비박계의 수장인 김무성 대표는 이미 국정화 추진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대구에서 공천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반대 입장을 갖고 구심점 역할을 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수도권 출마자들은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일단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이슈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론은 반대쪽으로 기울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찬성과 반대가 비등하면서 여론전에서 패배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여론전에서 승리를 한 것이다. 1인 시위와 서명운동 등이 주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욱이 정의당과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연석회의를 구성한 것 자체가 여론을 주도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이번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에서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있을 야권연대에 우위를 점했다는 것이다.

또한 비주류의 ‘문재인 흔들기’를 일단 잠재웠다는 점이 눈여겨 볼만하다. 비주류가 문재인 대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면서 또 다시 흔들기를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쟁이 터지면서 ‘문재인 흔들기’는 잠시 휴면상태에 접어들었다. 비주류로서는 땅을 치고 통탄할 일이지만 이 상황에서 “문재인 대표 체제로는 안된다”고 발언을 할 경우 역적이 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표가 역사교과서 전쟁에서 선봉장 역할을 하는데 그 등 뒤에 총질을 해대면 같이 죽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주류는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다. 실제로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문재인 대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이는 다른 비주류도 마찬가지. 때문에 당분간 비주류가 문재인 대표 흔들기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승리의 여신은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표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발족시켰다. 현역 의원 20%를 공천에서 배제시키자는 혁신을 이제 시작하게 된 것이다. 물론 현역 의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가 발족되면서 이제부터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를 등에 업고 혁신을 시작한 것이다. 아직까지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상당하다. 현역 의원 80여 명이 김무성식 오픈프라이머리를 해야 한다는 요구서를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제출할 정도로 현재 반발이 극심하다. 문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가 워낙 거대하니 이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문재인 대표는 당내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아울러 밖으로는 내년 총선 야권연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연석회의를 시작으로 야권 정책연대를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노동개혁 입법 추진 반대 등 야권이 정책적으로 연대할 이슈가 상당히 많이 있다. 기존에는 정책연대 보다는 선거연대에 치중했다. 색깔도 다르고 정책도 다른 정당이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뭉치는 선거연대에 치중해왔다. 이로 인해 여당 지지층은 물론 야권 지지층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상당히 높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책연대를 먼저하고 그 다음에 선거연대를 하는 수순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는 야권의 정책연대를 촉발시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문재인 대표가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야권이 내년 총선에서 선거연대를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문제는 야권연대의 중심축을 누구에게 둘 것인가 여부이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야권의 맏형이기 때문에 당연히 중심축을 새정치민주연합에게 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지만 다른 세력은 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중심축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놓고 신경전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정책연대는 연대이고, 선거연대는 또 다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야권 연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천정배 신당의 출현은 야권연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아직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호남에서는 각자 경쟁을 하지만 수도권 등 기타 지역에서는 야권연대를 이뤄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쟁은 정치권을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내년 총선 역시 그러하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새누리당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이는 야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책연대를 넘어 선거연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하지 않으면 야권연대는 깨지게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새누리당이나 야권이나 모두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쟁을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자신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좋은 점을 극대화시키는 그런 작업이 필요하다. 때문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는 내년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는 셈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