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총선-개헌 그리고 장기집권으로

   
 

갑툭튀 개헌, 불과 1년 전만 해도 개헌 논의 불가
친박계 인사 잇따라 개헌 필요성 역설하고 나서

이원집정부제로 친박계 장기집권 플랜 구상
野 무기력이 개헌론 불씨 키우는 형국

【투데이신문 어기선 기자】지난해 9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에게 호되게 당했다. 김 대표가 개헌을 꺼내들자마자 청와대는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면서 강하게 반대를 했다. 친박계 역시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를 했다. 그게 불과 1년 전 이야기다. 개헌론이 제기되면 다른 이슈는 아예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어느 정권이든 정권을 잡기 전에는 개헌을 해야 한다고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실제로 정권을 잡고 나면 모르쇠로 일관했다.

박근혜 정부라고 예외는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집권한 후에는 개헌의 ‘개’자도 꺼낼 것 같으면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면서 반대를 했다. 때문에 개헌 이야기가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 개헌 전도사인 당내 이재오 의원이 꾸준하게 제기하고 있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에 불과했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 하에서 개헌 논의가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총선을 6개월 가량을 앞두고 있는 지금 친박계가 대놓고 개헌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1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한 두 사람의 발언이라면 사견일 뿐이라고 치부 될 수 있지만 친박의 움직임은 큰 그림 속에서 계산된 행동이라는 의구심을 떨쳐내기 힘들다.

개헌 꺼내든 속내

최근 친박계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갑작스럽게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한 두 명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친박계 내부에서 개헌에 대한 논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기에 충분했다.

개헌의 포문을 연 사람은 다름 아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4일 ‘제13차 미래한국리포트: 광복70년-좋은 정부의 조건’에 참석해 “지금까지 5년 단임 정부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웠다”며 “앞으로 같이 고민해야 될 부분이 아니겠나 생각한다”면서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동안 ‘개헌’은 금기어였다. 개헌의 ‘개’자를 꺼내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친박의 실세인 최 부총리가 ‘개헌’을 꺼내든 것이다. 이는 상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최 부총리가 생각하는 정부 형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4년 중임제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이인제 최고위원도 지난 5일 개헌론을 꺼내들었다. 이 최고위원은 농어촌 선거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언급하면서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원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지역대표성, 농어촌 지역대표성을 대의정치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양원제로 가야 하는데 그러자면 개헌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 부총리에 이어 이 최고위원까지 개헌론을 꺼내든 것이다. 그동안 금기어로 치부됐던 개헌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것이다. 개헌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사람은 바로 친박계 홍문종 의원이다. 홍 의원은 지난 12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저희 생각에는 이원집정부제, 외치를 하는 대통령과 내치를 하는 총리, 이렇게 하는 것이 현재 5년 단임제 대통령제보다는 훨씬 더 정책의 일관성도 있고 또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이원집정부제를 거론했다.

더욱이 구체적인 플랜까지 내놓았다. 홍 의원은 “20대 총선이 끝난 이후에 개헌을 해야 된다는 것이 현재 국회의원들의 생각이고 국민의 생각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홍 의원이 주장하는 내용은 반기문 대통령에 친박 총리의 구조이다.

친박의 이유있는 개헌 카드

이처럼 개헌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를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지난해 개헌을 꺼내들었을 당시 박 대통령은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면서 개헌 논의를 반대하고 나섰다. 친박계 역시 입에 거품을 물면서 반대를 했다. 그런데 최근 친박계 의원들의 개헌 언급에 청와대는 조용하다. 친박계 역시 입을 닫고 있다. 이러한 모습 속에서 친박의 장기집권 프로젝트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인상이 짙게 베어난다.

친박의 개헌 카드는 사실상 친박계의 유력 대선주자 부재에서 비롯됐다. 현재 정치 구도 상황에서 총선에서 여당이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하더도 친박의 정권재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즉 총선 승리가 친박 승리란 등식이 성립되지 다는 얘기다.

때문에 친박계로서는 또 다른 플랜이 필요하다. 친박 시각에선 의원내각제가 가장 이상적인 제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원내각제에 대한 거부감 역시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내놓은 대안이 바로 이원집정부제이다. 즉, 대통령도 따로 선출하지만 실제로 정부를 운영하는 총리는 다수당에서 선출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각각 영남에서 60여 석, 호남에서 30여 석을 차지한다. 현실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새누리당이 이미 100m 달리기에서 50m 앞에서 출발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야당이 다수당이 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가장 많은 의석을 가지고 있는 수도권의 경우에도 거의 절반씩 가져가기 때문에 실제로는 새누리당이 상당히 유리한 선거구도이다. 따라서 이원집정부제로 전환하게 되면 새누리당이 사실상 장기집권을 하는 셈이 된다. 즉, 친박이 장기집권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친박계 인사들이 내년 총선에서 대거 당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일단 총선 공천부터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만 선택해달라”고 발언한 것도 이것과 일맥상통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진실한 사람이라는 것이 결국 친박계를 의미한다.

현재 TK물갈이론에 이어 PK물갈이론이 나오고 있다. 영남 의석이 최소 60석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친박계가 영남에서 대거 공천이 된다면 사실상 40~50석 정도는 친박계가 가져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수도권 등에서도 친박계가 당선이 된다면 친박계가 새누리당 내에서 다수 계파가 되는 셈이다. 때문에 친박계 인사가 공천에서 대거 당선되는 것이 일단 전제조건이다. 문제는 비박계가 이를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비박계와 친박계가 공천을 두고 상당한 갈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존재감 없는 野, 개헌론 대응 못해

또 다른 전제조건은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에서 개헌선인 200석 이상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야당 노릇을 못함으로써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80석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내년 총선에서 180석 이상 확보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200석까지 얻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야당이 야당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지만 막상 총선 때에는 또 다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사 개헌선인 200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결국 야당과 손을 잡고 200석 이상을 만들어야 한다. 즉, 야당 내에서도 개헌파와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야당은 또 다시 분파가 될 수밖에 없다. 즉, 개헌 찬성파와 개헌 반대파로 나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그렇게 해서 국회에서 개헌이 통과됐다고 하더라도 과연 국민투표에서 찬성을 얻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때문에 개헌이라는 작업이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박계가 개헌을 꺼내들었다는 이야기는 장기집권 의중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친박계가 이같이 나온 이유는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야당이 야당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계파 갈등에 매몰되면서 각종 이슈에 대해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 때에도 당 지도부는 서명운동이나 1인 시위 및 장외집회 등을 통해 반대 의사를 보이는데 비주류는 모여서 문재인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문재인 대표 흔들기에만 여념이 없었다. 안철수 전 대표 역시 문재인 대표 체제의 혁신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동력이 상실되는 등의 모습을 보이면서 야권 지지층이 실망하고 있다.

친박계는 야당의 이런 속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개헌’을 꺼내들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원래 개헌 이야기가 나오면 모든 이슈가 개헌으로 빨려들어가지만 야당이 야당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개헌을 꺼내들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그런 상황이 된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개헌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친박계의 이런 장기집권 플랜을 저지할 야당 세력이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있다. 그저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에만 여념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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