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인터뷰④]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교수·국제미래학회 미래지속가능위원장

   
 

핀테크 산업서 경쟁력 갖추기 위해 규제와 진입 장벽 허물어야
비트코인, 현금 없는 사회에 맞게 변화한 형태로 재조명될 것

열거주의 방식 규제 바꿔야 글로벌 기업과 경쟁서 살아남아
휴대용 인공지능 로봇 ‘스마트봇’, 핵심 금융기술로 등장 예상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추운 날 길거리에서 뜨끈한 붕어빵 천원어치를 살 때 혹은 회사 업무를 마친 늦은 저녁 포장마차에서 동료와 우동 한 그릇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일 때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는 바로 ‘현금’.

현금이 없어진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으나 우리는 지갑에 현금을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사회, ‘현금 없는 사회’에 근접해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를 만들 계획이다.

20년 후인 2035년에는 어떨까. 미래에는 더 이상 화폐를 찍어낼 필요 없이 현금과 카드가 아닌 새로운 대체재가 자리할 것이다. 또한 핀테크 시장이 성장하면서 다양한 결제 시스템이 하나로 통합된 형태로 나타날 것이며 수년 내에는 은행, 증권, 보험, 신용카드사가 하나로 합쳐진 유니버설 뱅킹 시스템의 형태가 도입될 것이다. 더불어 은행의 지점들은 축소되고 인터넷 전문은행이 확대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핀테크 및 전자결제 시스템의 발전은 남북과 세계 화폐 통합을 이뤄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 산업 등 미래의 금융 시스템에 있어 선진국보다 다소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비관적인 전망을 뒤엎고 세계 시장에서 앞서 가기 위해 우리나라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투데이신문>에서는 국제미래학회 전문가들과의 릴레이 인터뷰 네 번째 주인공인 숙명여자대학교 문형남 교수를 만나 이에 대한 답을 들어봤다.

Q. 국내 핀테크 시장은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핀테크 시장이 어떤 미래를 맞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핀테크(financial technology: FinTech)는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소셜 네트워크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과 모바일의 급속한 대중화에 힘입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첨단 기술을 결합해서 기존 금융 시스템을 혁신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핀테크를 얘기하지만 핀테크의 용어 정의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포털에서의 용어 해설도 대부분 틀렸거나 부정확하다. 우리나라가 ICT에 있어서는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지만, 정작 금융과 ICT가 결합한 핀테크 분야에서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 안타깝다. 현재 한국의 핀테크는 주로 보안과 지급결제(간편 결제) 분야에 치우치고 있으나 향후 대출, 크라우드 펀딩, 개인자산관리, 자금이체, 외환거래, 디지털 화폐, 투자, 빅데이터 활용 등 무궁무진한 분야로 확대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금융규제가 너무 많다. 핀테크 활성화는 많은 규제를 철폐해야만 가능하다.

Q. 앞으로는 다양한 결제 시스템이 하나로 통합된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통합 결제 시스템이 보편화되면 어떠한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현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갑에 신용카드를 여러 개 갖고 다니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간편 결제도 여러 가지를 사용한다. 다들 지갑이 두둑해서 휴대에 불편하다. 그러나 미래에는 새로운 결제 시스템들이 나타나 결제 수단이 다양해짐과 동시에 통합도 진행돼 여러 가지 결제 수단을 갖고 다닐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결제 수단 한두 가지만 갖고 다니다가 나아가서는 아예 안 들고 다녀도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언제까지 진보된 만능 기기로 남을 수는 없다. 스마트폰을 대체할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들이 이미 개발되고 있으며 홍채나 망막, 지문 등 보안과 편의성이 높은 생체 인증 방식으로 제공될 것이다. 아직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는 기술이나 절차가 완비되지 않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될 것이다.

Q. 현금 없는 미래의 사회에서는 어떤 형태의 가상화폐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 과거 조개껍질이나 쌀이 화폐로 쓰였던 것이 지금의 지폐가 된 것처럼 ‘미래에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코드가 돈으로 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비트코인(bitcoin)을 주목받게 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국가가 발행하지 않은 화폐라는 이유로 불법 취급을 받았으며, 각종 사기 의혹과 해킹의 위험 등으로 현재는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다만 현금 사용에 익숙한 지금 개발돼 시대적으로 앞섰다는 의견도 있는데, 미래에 전자 상으로만 거래를 하는 진정한 현금 없는 사회가 오면 안정된 형태로 다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현금 없는 사회에서 시대에 맞게 변화한 형태로 재조명될 것이다. 현금 없는 사회가 점차 실현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다양한 결제시스템이 하나로 통합된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세계는 단일통화를 이룰 것이다. 실제로 핀테크의 선구자인 페이팔을 만든 피터 틸(Peter Thiel) 사단은 세계를 단일통화로 혁신시키겠다고 했으며, 세계 단일통화 또는 화폐를 대신할 통합지불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Q. 미래에는 쌀알만한 크기의 마이크로칩을 주사로 사람 몸에 주입해 결제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의 거부감이 만만치 않을 텐데 정말 실현 가능할까.

: 지금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빨리 받아들이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가 있는 반면 끝가지 받아들이지 않는 ‘넌 어답터(non adopter)’도 있다. 즉, 첨단 결제 방식을 채택해서 빠르게 편하게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존 방식을 고집하면서 불편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끝까지 마이크로 칩 주입을 거부하는 사람에게 강제로 하기는 어렵겠지만 거대한 변화 물결의 대세는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신기술의 실현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Q. 2016년 한국 최초의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한다. 전망이 어떠한가.

: 한 마디로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새롭게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한다는 것은 기대가 되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출범이 20년 이상 늦었다. 그래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는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국내시장에서 고객을 확보해서 작게 성공할 수는 있지만, 세계 시장을 상대로 크게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국내에서도 대형 은행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 인터넷 증권사가 크게 성공한 것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인터넷 증권사는 수수료 등 여러 면에서 경쟁력이 충분해서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전문은행은 경쟁력이 크지 않고, 대상 시장도 크지 않다. 그래서 성공하려면 극복해야 할 한계가 많다.

Q. 한국의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 산업은 출발이 다소 늦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앞서 가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 미국은 1995년 세계 최초로 SFNB라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영국은 1998년 영국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인 에그뱅크(Egg bank)를, 일본은 2000년에 일본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재팬넷뱅크’를 각각 출범시켰다. 미국에는 20여개가, 유럽에서는 30여개, 일본에서 8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 중이다. 이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일반은행과 똑같이 보험, 증권, 카드 등을 포함하는 여러 형태로 운영이 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및 일본은 한국보다 15~20년 이상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켰지만, 한국은 규제로 인해 그 출발이 많이 늦었다. 게다가 고객 대상과 업무도 한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 산업에서 출발이 많이 늦은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앞서 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앞선 ICT 기술을 접목할 수 있게 하고, ICT 기업들이 핀테크 산업에 쉽게 진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ICT기업들이 핀테크를 하는데, 국내에서는 ICT기업들이 핀테크에 진출하기가 매우 어렵다. 금융 산업에 규제와 진입 장벽을 허물지 않으면 우리의 핀테크는 경쟁력을 갖기가 어렵다.

Q. 모바일 결제 시장 역시 미국과 중국의 기업들에 비해 많이 뒤쳐있어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 현재 국내에는 20여개의 모바일 결제 업체들이 난립 중이다. 국내 모바일 결제 업체가 단독으로 미국이나 중국 기업과 경쟁해서 이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모바일 결제 업체들이 연합해서 규모와 경쟁력을 키우는 게 하나의 방법일 수가 있다. 또한 모바일 결제 업체가 스마트 기기 업체와 동반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2018년에 평창동계올림픽 때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를 시범서비스하고, 2020년에는 세계 최초로 상용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들을 추진할 때 모바일 결제 업체들이 통신사 및 휴대폰 기기 업체들과 제휴나 연합을 통해 앞선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면, 경쟁력을 확보해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유니버설 뱅킹 등을 금하고 있는 금융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 우리나라는 금융 겸업 금지로 은행, 증권, 보험, 신용카드 등 금융회사들이 각각 별도로 존재한다. 그러나 수년 내에 국내 은행·증권·보험사는 유럽과 미국 등 금융 선진국과 같이 하나로 합쳐진 유니버설 뱅킹 시스템(universal banking system, 금융 겸업)의 형태로 변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산업 분야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으며, 금융 산업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오랜 동안 관치금융의 악습이 아직 남아 있고, 금융회사들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없으므로 금융 관련법들의 개정이 불가피하다. 선진국에서는 핀테크 기업들이 많은데, 국내에서는 핀테크 기업이 많지 않다. 왜냐하면 아이디어가 있어도 법 규제로 인해 실행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 관련법들을 부분 개정할 게 아니라 전면적인 검토를 거쳐 완전히 새롭게 제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Q. 한국의 미래 금융 시스템은 선진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떠한 금융 규제 개혁이 필요한가.

: 우리나라는 금융권과 관련한 규제 원칙으로 ‘열거주의(Positive System)’를 채택하고 있는 반면, 금융 선진국들은 ‘포괄주의(Negative System)’를 채택하고 있다. 열거주의는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규제하지 않거나 금지하지 않는 사항을 나열하는 체제다. 이와 반대로 포괄주의는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규정이나 사항을 나열하고, 나머지는 원칙적으로 자유화하는 것이다. 한국의 미래 금융 시스템이 선진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금융 규제 개혁만으로도 안 되고, 규제 시스템의 기본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만 된다.

Q. 20년 후 남북 통일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금융 시스템도 통일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비가 필요한가.

: 20년 후쯤에는 남북통일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금융 시스템도 통일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이에 맞춰 남북 화폐 단일화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남과 북의 금융 시스템을 통합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Q. 더 나아가서는 세계 화폐 통합도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는데, 과연 한국이 이 흐름에 발 맞춰 갈 수 있을까.

: 미래에는 비트코인과 유사한 다른 형태의 가상화폐가 새로 생겨날 수도 있으며, 비트코인이 어떤 다른 형태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비트코인은 프로토타입 형태의 예로서는 의미가 있지만, 개념과 사용법을 익히는 게 좀 난해해서 미래 전자화폐로서 큰 역할을 할지는 다소 의문시된다. 따라서 이해하고 쉽고 사용하기 쉬운 새로운 형태의 가상화폐가 나타나서 세계 단일 통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기업과 한국 사람들은 적응력이 뛰어나다. 한국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고 대외 교류가 많기 때문에 세계 화폐 통합이 진행되면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정부와 기업들이 서서히 대비를 해야만 한다. 유럽 연합이 화폐를 단일화했듯이 세계가 몇 개의 지역으로 경제 통합이 이뤄진 뒤에 다시 그 지역들이 하나로 통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아시아 지역의 경제 통합에 대비하고, 다음 단계로 세계 경제 통합 및 화폐 통합에 대비해야 한다.

Q. 가까운 미래인 2035년의 우리나라에서 가장 핵심적인 금융 시스템은 무엇일지 예측해 달라.

: 2035년에는 휴대폰과 컴퓨터를 결합한 스마트폰으로 금융 업무를 하던 스마트금융마저도 사라지고, 스마트폰에 휴대용 로봇과 웨어러블 기기의 개념을 더한 ‘스마트봇(스마트 로봇)’이라는 휴대용 인공지능 로봇이 핵심적인 금융기술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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