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20대총선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서울 관악을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관악을 국민의당 후보에게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민주·국민의당·정의당, 겉으로는 야권연대 부정하지만
물밑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새누리당 맞서는 몸부림

야권연대가 과연 얼마나 영향력 발휘할지는 의문
같은 당 소속 다른 지역구 의원들의 정책연대 주목

이번 총선에서 최대 관전포인트는 역시 야권연대다. 새누리당이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야권연대만 이뤄낸다면 야권이 승리를 할 수 있다. 때문에 야권연대가 총선 막바지에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야권연대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서로 각자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에 야권연대를 이뤄내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연대의 씨앗은 곳곳에서 움트고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야권은 천우신조를 얻었다. 바로 새누리당이 분열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친박과 비박이 나뉘어 박터지게 싸우고 있다. 공천 후유증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야권연대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구도를 보면 ‘여여다야(與與多野) 구도이다. 즉, 새누리당 후보 vs 새누리당 탈당 무소속 후보 vs 야당 후보 vs 야당 후보 구도이다. 때문에 야권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야권연대가 필수적이다.

지난 필리버스터 정국 이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국민의당에게 야권통합을 제안했다. 이에 국민의당은 내분을 겪었고, 급기야 김한길 전 선대위원장은 선대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고 총선 불출마 선언까지 했다. 그만큼 내홍이 깊어졌지만 야권연대 가능성은 차단됐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야권연대를 놓고 깊은 논의를 했다.

하지만 야권연대가 사실상 힘들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정의당과의 야권연대를 위해 많이 만났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를 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할 수 없는 안을 자꾸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의당 역시 상당히 발끈하는 모습이다. 야권연대를 염두에 두고 공천을 유보해오던 심상정 대표와 정진후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과 안양동안을에 더불어민주당이 후보를 낸 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인 것이다. 정의당은 가장 모욕적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야권연대를 파기했다고 힐난했다. 야권연대 의지가 전혀 없는 패권정치의 화룡정점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면서 야권연대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변수로 떠오른 야권연대

국민의당 역시 야권연대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야권통합 파문을 겪으면서 당론으로 아예 야권통합이나 야권연대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현재까지 당 지도부 차원에서의 야권연대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하다.

하지만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후보 간의 야권연대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에서 컨트롤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후보 간 야권연대에 대해서는 눈을 감겠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야권연대의 문을 완전히 닫아 놓을 경우 혹여 야권이 전체적으로 패배를 했을 때 그 패배의 책임을 안철수 공동대표도 쥐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보 간 야권연대에 대해 무작정 반대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후보 간 야권연대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실제로 후보 간 야권연대가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다. 수원병의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 간 야권연대가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후보와 국민의당 김창호 후보는 연대에 합의를 했다. 김영진 후보는 “민생을 살리는 정치를 위한 김창호 후보의 대승적 결단에 감사드린다”며 “이번만큼은 바꾸자는 팔달구민의 뜻을 모아 서민을 보듬는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후보 측은 “이번 선거에서 수도권의 야권연대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고 있는데 수원병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야권이 결집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창호 후보는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고 야권표가 사표가 되는 걸 막고자 후보등록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연대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수원병은 현역인 김용남 새누리당 후보와 김영진 더민주 후보의 양자대결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처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간의 야권연대가 점차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벌써 일부 지역에서는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약체 후보가 강세 후보에게 주로 힘을 실어주는 형식이 되고 있다. 19대 총선처럼 경선 등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약체 후보가 후보를 포기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 정의당 심상정 대표 ⓒ뉴시스

성사 가능성은

그러다보니 정의당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지사. 정의당의 경우에는 일괄적으로 지역구를 정해서 야권연대를 하고 싶어 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일괄적으로 지역구를 정할 경우에는 정의당에게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의석수를 줘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후보 간 야권연대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인천에서는 13개 지역구 전체에서 더민주와 정의당간 후보단일화가 이뤄진 상태다.

이제 남은 것은 심상정 대표와 정진후 원내대표 지역구에 대한 후보 단일화이다. 이 지역 후보 단일화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향후 더민주와 정의당 지역구 후보 단일화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 것인지 윤곽이 잡힐 것 같다. 다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선관위의 투표용지 공고기한인 총선 1주일 전 4월6일까지는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 그러자면 서로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후보 단일화가 과연 얼마나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물론 수도권의 경우에는 박빙의 승부를 보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야권이 후보가 난립을 하면서 집권여당에게 어부지리를 준 사례도 있다. 하지만 야권 후보의 난립으로 인해 꼭 집권여당이 어부지리식 승리를 했다고 할 수도 없다. 특히 이번 경우는 새누리당 탈당 무소속 후보도 출현했다. 수도권에서 여여다야 구도로도 해볼만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뤄냈다고 해서 각자 가지고 있던 지지층이 야권 단일 후보에게 투표를 할지도 의문이다. 그동안 야권후보 단일화를 이뤄냈지만 그 시너지 효과는 미비했던 사례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특히 오히려 야권 후보 단일화로 인해 보수층의 결집을 이뤄내는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야권 후보 단일화가 결코 만능열쇠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야권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지 않으면 그로 인해 총선에서 패배할 것 같은 걱정이 드는것도 현실이다. 때문에 야권에서 단일화는 언제나 숙제로 남는다.

새로운 후보 연대 급부상

이와 더불어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자당 소속 다른 지역 후보 간의 정책연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3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안민석·이원욱 의원은 경기도의회 기자회견실에서 친환경 공동공약 기자회견을 갖고 기흥저수지 수질 개선과 오산천 생태하천 복원, 친환경 오산천-한강 자전거길 조성을 약속했다.

이원욱 의원은 화성을이 지역구이고 안민석 의원은 오산이 지역구이다. 이 서로 다른 지역구 후보들이 하나로 합쳐서 공동의 공약을 발표한 것이다. 이런 트렌드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국민의당 오수용(제주시을)·장성철(제주시갑) 예비후보는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정책 제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공동의 공약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동대문갑)·민병두(동대문을) 후보의 경우에도 공동의 공약을 개발해서 조만간 발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새누리당 정미경(수원무)·김상민(수원을) 역시 이날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수원 권선구 현안을 함께 해결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이처럼 같은 당 소속이면서 다른 지역구 후보 간의 정책 연대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이웃 지역구와의 같은 생활권이 많아지면서이다. 때문에 이런 것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같은 당 소속 후보들 간의 정책연대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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