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집단주의 간 갈등으로 풀어본 꼰대 신드롬

   
▲ ⓒ투데이신문-김종현 일러스트레이터

노인 특성 나타내던 꼰대, 점점 확장되고 있어
꼰대 논란, 청년-기성세대 간 갈등에 불과한가

개인주의-집단주의 간의 갈등으로 살펴본 꼰대 논란
개인이 먼저냐 집단이 먼저냐…개인성 대한 인식 간극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처음에는 자신들도 받아왔던 훈계나 조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들도 응당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성세대의 조언에 청년세대의 반응은 그들이 청년이었을 때와는 달랐다.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이전 세대보다 못 사는 세대, ‘왜 이런 부조리한 사회구조 속에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그들에게 ‘노오력이 부족하다’, ‘우리 때는 안 그랬다’ 식의 경험으로써 체득된 말들은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자극이 됐다.

서로 다른 문제의식으로 인한 세대 간 갈등은 계속해서 커져갔다. 본디 유교적 가족 개념에서 이뤄졌던 윗세대의 훈계와 조언은 그전과 달리 이른바 ‘꼰대질’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렇듯 현재의 세대 간 갈등은 ‘꼰대’라는 단어를 통해 표출되고 있으며 ‘꼰대충’, ‘개저씨’라는 단어까지 생기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과연 이 꼰대 논란은 청년과 기성세대 사이의 갈등일 뿐일까. 단지 구세대와 신세대 사이의 간극에 불과할까.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 ‘어린 꼰대’들의 탄생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집단주의가 발달한 한국의 특수성으로 비춰볼 때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간의 갈등 측면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투데이신문>은 대체 꼰대란 무엇이고 그 기원은 어떤 것인지, 또 최근의 꼰대 논란을 세대 간 갈등이 아닌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간의 갈등으로 분석하고 그 갈등의 해결 방안은 있는지에 대해 총 3회에 걸쳐 연재한다.

꼰대, 어느 별에서 왔니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 부모에게 대들고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스승에게도 대든다.”

오늘날 어디선가 누군가가 말하고 또 말했을 법한 이 말은 기원전 425년 무렵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이처럼 ‘요즘 젊은것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류의 이야기는 겨우(?) 기원전 425년 정도에 시작되지 않았다. 이보다 약 1300년 앞선 기원전 1700년경 수메르 점토판에서도 ‘제발 철 좀 들어라’라는 말이 기록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멀리까지 갈 것도 없이 조선시대만 봐도 비슷한 기록이 있다. 16세기 퇴계 이황과 함께 영남학파의 양대 산맥으로 불렸던 남명 조식의 ‘남명집’ 중 ‘퇴계에게 드리는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남아있다.

“요새 공부하는 젊은 선비들로 보건대 손으로 물 뿌리고 비질하는 절차도 모르면서 입으로는 천리를 담론해 헛된 이름이나 훔쳐서 남을 속이려 하고 있습니다. (중략) 아마 선생 같은 어른께서 꾸짖어 그만두게 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비극은 이런 세대 간 갈등이 극대화된 사건이다. 영조는 사도세자에게 자신의 방식과 행동을 일방적으로 강요했고 감정을 누르며 버텨내던 사도세자는 결국 미쳐버렸고 뒤주에서 죽어갔다.

이렇듯 지난 역사 속에서 세대 간 갈등은 끊임없이 존재해왔다. 그리고 현대로 넘어오면서 기성세대는 어느새 ‘꼰대’라는 말로 불리게 됐고 그들의 말은 ‘꼰대질’이라는 표현으로 비하됐다.

언제부터 ‘꼰대’…그 어원을 찾아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꼰대를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서도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 아버지, 늙은이를 이르는 말’로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꼰대라는 단어는 사전적 의미로 선생, 아버지, 노인 등을 낮춰 부르는 은어다.

그렇다면 꼰대라는 말의 어원은 무엇일까. 국립국어원은 꼰대가 은어인 만큼 정확한 어원은 알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경희대 국문과 최상진 교수 역시 “꼰대는 일종의 속어로 어원이 있는 건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며 “한국어에 꼰대라는 말이 중세국어에도 없고 개화기 때에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1960년대부터 사용되지 않았나 싶으며 이때부터 속어로 쓰여져서 현재까지 정착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꼰대의 어원에 대한 다양한 설들을 살펴보면 꼰대가 어느 특정 이미지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가장 널리 알려진 설은 노인의 특징인 주름을 빗대어 번데기의 경상·전라도 방언인 꼰데기에서 유래됐다는 ‘꼰데기설’이다.

마찬가지로 노인의 상징인 곰방대가 축약돼 꼰대가 됐다는 ‘곰방대설’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일제강점기 때 일제를 도운 조선인들에게 수여했던 작위 중 하나인 백작을 뜻하던 ‘comte’에서 유래했다는 설, ‘거들먹거리다’, ‘잘난 체하다’라는 뜻의 영단어 ‘condescend’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도 가능성 있는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이처럼 꼰대의 어원으로 제기된 4가지 설 모두 노인의 특성을 나타내거나 거들먹거리며 잘난 체하는 모습 등을 묘사하고 있다. 또 국어사전에서도 선생, 아버지, 노인 등을 은어로 낮춰 부르는 말이라고 명시하는 등 꼰대라는 말에는 특정한 이미지가 존재한다.

지금 꼰대는 누군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흔히 꼰대라고 하면 특유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주름, 곰방대 등 꼰대의 어원으로 제기되는 설들에서와 같이 꼰대란 중년 이상 남성의 이미지가 강하다.

꼰대에서 더 나아간 개저씨(개와 아저씨의 합성어로 자신의 나이와 지위를 앞세워 여성이나 약자에게 갑질하는 중년 남성을 비하하는 신조어)라는 단어 역시 이런 측면에서 부정적인 부분을 보다 부각시킨 결과물이다.

하지만 현재 통용되는 꼰대에 대해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특정 이미지를 갖고 있던 꼰대라는 말이 중년 이상 남성의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고 어느새 세대와 성별에 상관없이 쓰이고 불린다는 점이다. 직장과 캠퍼스 등에서 찾을 수 있는 ‘젊은 꼰대’들이 바로 그들이다.

직장에서는 미생의 성 대리 같이 ‘상사의 잘못은 부하 몫, 부하의 공은 상사 몫’이라는 틀에 갇혀 회사 생활을 이어가는 이들도 많다.

또 회식 자리에서는 부장, 차장, 과장 등이 1~2차 동안 ‘내가 왕년에 말이지’, ‘네가 뭘 안다고’, ‘넌 어려서 몰라’ 등의 말들을 쏟아내고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어린 꼰대’들이 술자리의 호스트가 된다.

그리고 3차로 후배들을 데려가 똑같은 소리를 후배들에게 퍼붓는다. 윗세대의 꼰대질에 부정적인 이들도 있지만, 자신보다 밑에 사람에게는 결국 윗세대와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이 같은 경우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일부 대학의 ‘군기 잡기’도 꼰대질의 전형으로 꼽힌다. 주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복학생들이 가하는 군기 잡기는 종류도 다양하다. 학과행사에 빠지면 안 된다며 아르바이트를 금지시키고, 온라인에서 이모티콘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며, 100여명의 선배에게 각기 다른 표현으로 인사 문자 보내기도 강요한다. 군대에서와 같이 선배 여러 명이 뭉쳐있을 경우 가장 학번 높은 선배에게만 인사하기도 있다.

성별도 상관없다. 여초학과(남녀비율에서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은 학과)에서도 캠퍼스 내에서 이어폰을 꽂고 다니지 말라 하며, 단체 카톡방에서 군기를 잡거나, 학교 부근 번화가에서 선배를 보면 큰 소리라고 인사하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오찬호 박사는 “대학에서도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경직성을 깨는 수업을 하지 않아 복학생의 예의범절 이런 게 성실함으로 무장되고 그런 사람들을 사회생활 잘한다로 비춰지는 분위기가 확실히 있다”며 “사회가 변하고 있는데도 경직성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와 같이 꼰대라는 단어가 세대 간 갈등에 따른 기성세대에 대한 비하적 의미로 출발했을지는 몰라도 이 갈등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위의 사례와 같이 ‘젊은 꼰대’들의 등장으로 꼰대라는 말은 권위적이고 고루한 이들을 통칭하는 단어로 의미가 바뀌고 있다.

꼰대 논란, 집단주의-개인주의 간 과도기적 갈등

이렇게 꼰대라는 부류가 이전보다 폭넓은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는 사실로 미뤄볼 때, 지금의 꼰대 논란은 이전에도 있어왔던 세대 간 갈등과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앞서 살펴본 역사 속에 기록돼 있는 세대 간 갈등도 신세대와 구세대 간의 사회적 관념과 행동에서의 대립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측면을 조금 더 확장시켜보면 이런 세대 간 갈등은 결국 기존에 이어져 오던 사회적 관념, 행동, 인식 등 기존의 사회적 헤게모니에 대한 신세대의 도전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꼰대란 기존 집단주의 체제에서 개인주의 체제로 넘어가는 인식의 간극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개인주의에 있어 개인성이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가치다. 반면 집단주의에게 개인성은 공동체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희생을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집단이 먼저냐 개인이 먼저냐의 차이가 꼰대 논란의 쟁점이다.

이런 사고의 연장에서 볼 때 최근의 꼰대 논란은 사회적 인식의 헤게모니를 오랫동안 쥐고 있던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갈등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개인성에 대한 두 집단 사이의 인식 차이를 대변한다. 그렇기에 꼰대는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같은 나이, 같은 세대에도 누군가는 꼰대가 된다.

한국의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그 시작은

한국의 집단주의는 그야말로 오랜 세월을 거쳐 정립돼 왔다. 500년이 넘는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사회 전반에 상하관계가 분명한 유교사상이 자리 잡게 됐다. 또 1945년 광복 이후 지금까지 71년 동안 총 36년의 독재와 군사정권, 그리고 한국전쟁과 냉전 시대, 국가주도의 성장 등을 거치며 집단주의적 성향이 사회 전반에 강하게 새겨졌다.

냉전 시대를 거치며 북한의 존재는 안보라는 최우선적인 이슈가 됐다. 또 군사정권은 이 안보라는 이슈를 최대한 활용하며 사회 전반에 군대의 획일적인 집단주의 문화를 심었다. 이어진 국가주도의 경제발전에서 이런 획일적인 군대 문화는 자연스레 기업 문화로 스며들었다.

이 같은 부분은 대표적으로 지난 2007년 국기에 대한 맹세문 개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1972년부터 개정되기 이전까지 국기에 대한 맹세는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라는 문구가 사용됐다.

이 문구에서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한다’는 부분이 국가에 대한 개인의 희생과 충성을 강요하는 전체주의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반면 한국의 개인주의는 발전의 토대인 자유주의가 제대로 발현되지 못해 그 토대가 미약하다. 특히 북한의 존재와 냉전이라는 시대적 이데올로기 다툼을 거치며 한국의 자유주의는 서구와 달리 성숙될 시간 없이 반공주의와 국가주의가 혼합된 냉전 자유주의로 자리 잡게 됐다.

개인주의의 탄생 배경은 정부가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해선 안 된다는 자유주의가 확장된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자유주의는 냉전과 분단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반공주의적 이데올로기 성격이 강한 ‘냉전 자유주의’로 발달했다. 이로 인해 개인주의의 기반이 약한 것이다.

때문에 이후 자본주의의 발달과 함께 성장한 개인주의는 사회적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집단주의에게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거북스런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개인주의의 대두는 그들 자신에 있어서 긴 시간 동안 참고 참았다가 터진 욕구의 분출이다.

오찬호 박사는 “(냉전 자유주의자들은) 자유, 시장 등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집단주의,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면서 “그동안 전쟁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반공을 이용했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개인주의, 자유주의는 집단주의 입장에서는 이기주의 등 부정적인 면으로 사실상 규정해버렸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의 꼰대 논란은 단순히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갈등일 뿐만 아니라 기존의 사회적 헤게모니와 새로운 헤게모니 사이의 다툼이라는 측면에서도 볼 수 있다.

다음 화에서는 꼰대 논란의 분석 틀로써 한국의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에 대해 더 살펴보고 이들 간의 어떤 요소들이 대립하게 되는 지에 대해 알아보겠다.

참고 자료

<개인주의, 공동체주의, 국기에 대한 경례, 꼰대, 대한민국/사회/문제점,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나무위키)

<아시아적 가치관-한국의 개인주의, 개인주의-집단주의, 한국적 집단주의>(한림학사, 통합논술 개념어 사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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