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투데이신문 최소미 기자】 자궁경부암 백신 ‘서바릭스’ 광고 문구에 대해 여성폄하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4컷 만화로 구성된 서바릭스의 홍보 전단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현재 정부가 운영 중인 백신 무료접종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한국GSK(글락소 스미스클라인)가 제작하고 각 산부인과병원에 배포한 전단이다.

만화 내의 두 여학생이 자궁경부암 백신 주사를 꼭 맞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남학생이 등장해 “얌전히 맞는 게 좋을 거야”라며 훈계한다. 여학생이 “네가 뭘 알아”라며 화내자 다음 장면에서 남학생은 돌연 얼굴을 붉히며 “여자가 나중에 내 애를 낳을 수도 있으니까!”라고 말한다.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된 이 광고 전단을 본 누리꾼들은 ‘여자한테 얌전히 접종 받으라며 맨스플레인 하는 광고’, ‘여자=애 낳을 존재 그 이상 못 됨’, ‘자궁경부암이 어떤 경로로 감염되고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광고를 통해 보여줬어야 했다’ 등의 강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이윤소 사무국장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마지막에 남학생이 하는 말에서, 여성의 몸에 일어나는 질병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만 여기는 듯한 시각이 느껴졌다”며 “예를 들어 감기가 걸렸을 때 감기약을 먹는 이유는 몸이 아프니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일 뿐, 다른 목적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서는 남성도 노력해야 하는데 해당 광고에서는 여성만이 출산을 위해 HPV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광고 전단을 보는 여학생들이나 부모님들은 전혀 이 백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한국GSK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광고는 지난해 10월부터 각 병원에 배포한 것”이라며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광고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국가 예방접종 사업 대상 연령층이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 저학년이다 보니 편하고 재밌게 다가가기 위해 해당 광고를 기획했다. 여성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받아들여 불편해하는 입장들이 나왔고, 이에 대해 충분히 공감했으며 1월 말까지 해당 광고를 전량 폐기 회수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광고물 제작에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만12세 여아를 대상으로 ‘가다실’, ‘서바릭스’ 두 종류의 HPV 백신 무료접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지난 2010년 HPV 백신에 대해 국가 차원의 지원을 시작한 후 2900여건의 부작용이 보고됐다. 이에 지난해 7월부터 63명의 피해자들이 HPV 백신 제약회사 두 곳과 국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이고 있다.

또한 지난 2014년 본지가 취재한 한 여성은 서바릭스 접종 후 계속되는 통증에 임파선비대절제술까지 받고 4개월이 지나서야 이 통증이 서바릭스의 부작용으로 인한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HPV 백신 부작용과 관련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한국GSK 측은 백신 홍보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GSK 관계자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전 세계 160여개국에서 접종되고 있고, 국가예방접종 사업으로는 64~65개국 정도가 진행하고 있다”며 “국제보건기구(WHO)의 발표에 의하면 백신 접종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부작용보다 더 크기 때문에 접종을 권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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