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시행된 식약처 ‘GMO 표시제’, 오히려 소비자 혼동 유발

▲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식약처 GMO 표시의무자 범위서 제외된 영화관 매점
영화관 매점 “GMO 표시 의무 아냐…표기 계획 없어”

오히려 소비자 혼동 유발하는 식약처 ‘GMO 표시제’
GMO반대 행동 “허점 많은 식약처 고지 개선 돼야!”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영화관에서 구매한 팝콘이 ‘GMO’ 옥수수인지 확인해보고 싶은데 왜 표기가 없지? GMO가 아닌 거야. 맞는데 표시를 안 한 거야. 도통 모르겠네”

최근 GMO 식품이 논란인 가운데 확대 시행된 ‘GMO 표시제’가 오히려 소비자의 혼동을 유발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2월 ‘GMO 표시제’를 확대 시행했다. 바뀐 GMO 표시제에 따르면 과거에는 함량이 높은 순으로 5가지 재료만 GMO 표시를 하도록 규정했으나 현재는 함량에 상관없이 유전자변형 DNA가 남아있는 원재료는 GMO 표시를 해야 한다. 즉, 원료가 GMO면 표시를 해야 한다. 표시대상 원재료는 수입 승인된 작물인 대두, 옥수수, 면화, 카놀라, 사탕무, 알파파 총 6가지다.

그러나 국내에 수입된 GMO 농산물의 99%를 사용하는 식용유와 간장 등은 GMO 표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식약처는 제조과정에서 DNA와 단백질이 파괴된다는 이유로 간장과 식용유 등을 GMO 표시 대상에서 제외했다.

제외대상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식약처는 영화관 매점 등의 ‘식품접객업소’를 ‘GMO 표시의무자 범위’에서 제외했다. GMO로 들어오는 대두, 옥수수 등의 농산물이 식용유, 간장 등으로 가공됨에 따라 소비자 판매용으로 유통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영화관 매점은 소비자에게 GMO 식품을 판매하지 않는 것일까. 본지확인 결과 메가박스 직영점인 화곡을 비롯한 메가박스 18곳에서 GMO 옥수숫가루가 들어가 ‘GMO 포함 가능성이 있는’ 츄러스를 판매하고 있었다.

GMO 식품이 버젓이 판매되는데도 소비자들은 이를 알지 못했다. 식약처가 영화관을 GMO 표시의무자 범위에서 제외함에 따라 영화관이 별도로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

▲ (좌) 메가박스 츄러스 (우) 메가박스 화곡 원산지 표시판. GMO 옥수숫가루를 사용했지만 메뉴판에는 적혀있지 않다. ⓒ투데이신문

이러한 식약처의 단서조항 때문에 영화관 등의 식품접객업소에서 먹거리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GMO 식품인지 아닌지를 쉽게 파악할 수 없다.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이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김모(30)씨는 본지에 “영화관에서 ‘저희 제품은 GMO가 아니니 안심하셔도 된다’라는 문구를 어디 한편에 기재해놓으면 모를까 매점에서 GMO와 관련한 어떤 표기도 해놓지 않으니 이게 GMO인지 아닌지 도통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 한국운동연합 최춘호 처장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식약처의 바뀐 제도에 따르면 최종제품에 DNA가 남아있거나 단백질이 검출 가능한 제품에 대해서는 표시를 하게 돼 있다. GMO를 쓰고도 표시를 안 하면 현재 위법이 되기 때문에 GMO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은 ‘GMO가 아니다’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GMO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현재 상태로는 없다. 기업들이 부분유통증명서나 원산지표시, 자체 심사를 통해서 Non-GMO인 것을 밝히지 않는 이상 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롯데시네마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Non-GMO를 표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영화관 매점은 ‘식품접객업소’로 GMO 표시의무자 범위에서 제외되지만, 내부적으로 검토해 (GMO 표기를) 반영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GMO반대 전국행동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식약처에서 수입농산물에 대해 관리·감독이 안 되고 있다”며 “국민을 위한 식약처인지 기업을 위한 식약처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메가박스에서 판매한 GMO 츄러스 같은 경우도 이러한 예다. 식약처가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도록 허점을 만들어놓은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즐겨야 할 먹거리가 GMO인지 모르게 하였다. 허점이 많은 식약처 고지는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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