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소비②] 상상한 대로 향수 제작 가능한 공방

   
▲ ⓒ투데이신문

100가지 향 원액 중 취향대로 조합
머릿속 상상한 향 그대로 재현 가능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내 개성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줄 향수는 없을까?”

칼바람이 두툼한 코트 속을 파고드는 매서운 겨울이 지나고 어느새 따뜻한 온기가 서려 있는 바람이 부는 완연한 봄이다. 아직 4월 중순경이지만 서울의 한낮기온이 20도에 이르며 날이 점점 풀리다 보니 길거리를 거니는 시민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졌고, 겨울보다 다양한 향기로 거리가 물들고 있다.

봄바람을 타고 날아온 누군가의 매혹적인 향수 냄새는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등 괜스레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처럼 향기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곤 한다. 그래서 기자는 바뀐 계절을 맞이해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흔한 향기가 아니라 독특하면서 특별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아이템이 될 만한 향수를 찾아봤지만, 원하는 향을 찾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기자의 고민을 단번에 해소해 줄 공방을 찾았다. 머릿속에서 그린 향 조합을 토대로 향수를 제작할 수 있는 ‘로매지크’였다. 향수, 캔들, 디퓨저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로매지크(L'EAUMAGIQUE)는 따로 공방을 운영해 사용자가 원하는 이른바 ‘나만의 향수’를 제작할 수 있는 곳으로, 본점인 서촌점과 분점인 이태원점 총 2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18일 종로구 누하동에 위치한 로매지크 서촌점을 방문해 향수를 제작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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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향을 찾아서

서촌점에 들어서니 향수매장답게 상큼한 시트러스 향부터 은은한 꽃냄새, 시원한 허브 냄새 등 기분 좋을 정도의 다양한 향기가 기자의 코를 즐겁게 만들었다. 유니크한 매장 분위기도 돋보였다. 후각을 담당하는 신체 부위인 코를 형상화한 로고조명도 감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한몫했다. 유니크한 분위기 때문에 20·30세대가 주로 매장을 방문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인근 주민인 4~50대도 많이 찾으며, 재구매율도 굉장히 높다고.

총 2층으로 된 매장 전체를 꼼꼼하게 둘러봤으나 공방 손님은 기자밖에 없었다. 브레이크 타임(평일 오후 4시~5시)을 앞두고 있는 데다가 공방이 예약제(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시간 단위)로 운영되기 때문이었다. 예약시간인 3시쯤 맞춤 향수를 제작해 줄 매니저와 함께 2층 공방으로 올라가 구체적인 향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선 매니저에게 제작하고자 하는 향의 느낌을 설명했다. 기자는 모링가 향을 베이스로 하되 달콤한 향이 아닌 시원하고 상큼하며 오래 지속되는 향수를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매니저는 다양한 향을 품고 있는 100가지 향료원액 중에서 해당 답변을 토대로 향수의 방향을 잡아줄 메인이 될 기조제와 서브 메인이 될 변조제 후보를 선별했다. 기자는 향이 은은한 순으로 여러 개의 향료를 시향한 뒤 가장 마음에 드는 향 2가지를 선택하기만 하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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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고른 향료원액은 모링가 느낌과 가장 비슷한 24번과 94번이었다. 로매지크에서 미리 제작해둔 향수 베이스에 스포이트로 각각 0.6g과 0.4g을 첨가해 1차로 향을 제작했다. 1차로 제작된 향은 농도가 낮은 편이라 은은한 향이었다. 시향 후 기자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밝혀줄 상큼한 향이 더 추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매니저는 무게감을 맞춰줄 조화제로 허브향이 나는 96번 향료를 추천해줬는데 이게 제대로 기자의 취향을 저격했다. ‘취향저격’ 당한 96번 원액을 1차 제작된 향수에 여섯 방울(0.1g)가량 추가했다. “96번을 선택하신 건 후회 없는 선택이실 것”이라는 매니저의 말처럼 2차 시향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2차 느낌이 좋다고 말하자 매니저는 허브향을 올렸으면 좋겠는지 이대로 유지했으면 좋겠는지를 물었다. 기자는 향이 조금 더 산뜻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달했다. 이를 토대로 2차 제작된 향수에 96번 향료원액을 여섯 방울 추가해 3차 향수 제작을 마쳤다. 차수가 진행될수록 깊은 향이 풍겼다. 마음에 들었다.

긍정적인 의사 표현을 하자 매니저는 “이 느낌을 그대로 유지할까요? 아니면 향을 더 추가할까요”라고 질문했다. 기자는 “지금 향의 이미지가 좋다”고 답했다. 그러자 매니저는 3차 느낌대로 농도조절을 시작했다. 앞서 기자가 ‘오 드 뚜왈렛(향 원액 6~8%. 지속시간 3~4시간)’이 아닌 ‘오 드 퍼퓸(향 원액 8~15%. 지속시간 7시간 전후)’을 원했기 때문.

매니저는 최종작업으로 3차에 24번을 2.4g, 94번을 1.6g, 96번을 0.8g 추가하라고 했다. 오더대로 원액을 추가하는 동안 매니저는 “향수를 다 쓴 뒤 레시피를 가지고 공방으로 오시면 제조하기 수월할 것”이라고 말하며 기자가 만든 향수 레시피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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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향수 ‘올여름은 너와 함께’를 만들다

향료원액 추가 작업이 끝나자 매니저는 자체 제작한 50mL 보틀에 향수를 옮겨 담았다. 향수 양이 조금 모자라자 매니저는 합성 착향료나 방부제가 들어있지 않은 향수베이스를 추가한 다음 마개로 잠그고 향수를 흔들었다. 향료원액과 향수 베이스를 제대로 섞기 위해서다.

약 40분에 걸쳐 향수 제조가 끝났다. 제작한 향수에 이름을 부여하는 일만 남았다. 여름을 생각하고 제작했기에 ‘올여름은 너와 함께’라고 라벨링 했다. 직접 향수를 제조했다고 생각하니 뿌듯함이 올라왔다. 들뜬 마음으로 향수를 시향 하고자 했지만, 매니저가 이를 저지했다. 방금 제조한 터라 원액이 바닥에 깔려있어 펌프질하면 펌프 스프레이를 타고 향료원액만 쭉 올라올 수 있으므로 이틀 정도의 숙성기간이 필요하며 사용기한은 1년에서 1년 6개월이라고.

아쉬운 대로 최종 향수가 뿌려진 시향 종이를 흔들며 향기를 맡았다. 여름이라는 계절과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향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구상했던 향을 재현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사전예약으로 진행되다 보니 편안한 분위기에서 매니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상상한 대로 향수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50mL 향수 제작하는데 약 3만원이 들었다. 바뀐 계절을 맞이해 새로운 향을 찾고 있다면 친한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 해당 매장을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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