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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노동자 22%, 월 80시간 ‘과로사라인’ 이상 초과 근무
연장 근로 상한제·근무간 인터벌제 등 노동 방식 개혁

과거 부흥기 이끈 ‘맹렬사원’과 작별 시도하는 일본
日, 과로사 관리·예방하려는 노력 제도적 보완해”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매일 다음날이 오는 게 무서워서 잘 수 없다.”, “산책할 때 죽을 수 있을 것 같은 다리를 자주 찾게 됐다.”, “죽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이런 스트레스 가득한 나날을 버티면 앞에 뭐가 남아있을까?”

지난 2015년 크리스마스 새벽, 입사 9개월 만에 투신해 숨진 다카하시 마쓰리(高橋まつり·여·사망 당시 만 24세)씨는 생전 자신의 트위터에 이 같은 심정을 지속적으로 남겼다.

입사 1년차였던 다카하시씨의 월 초과 근무시간은 105시간에 달했다. 53시간 연속 근무한 적도 있었다.

그의 죽음은 일본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일본은 다카하시씨의 과로자살 사건 이후 일본사회는 대대적인 노동 방식 개혁에 돌입했다.

지난 2002년 과로사라는 뜻의 일본어 카로시(過勞死, karoshi)는 이미 고유명사화돼 옥스포드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과로사는 일본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돼왔다. 이제 일본은 과로자살을 의미하는 카로지사츠(過勞自殺, karo-jisatsu) 역시 용어화하며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과로자살 연재 두 번째로, 과로자살에 대한 일본정부의 대책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찾아봤다.

죽는 게 더 행복한 게 아닐까”

다카하시씨는 사망 일주일전 트위터에 “죽는 쪽이 더 행복한 게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죽기 전에 보낼 ‘유서 메일’의 수신자를 누구로 할지 생각했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2015년 12월 25일 새벽, 어머니에게 “사랑하고 소중한 엄마, 잘 있어요. 고마워요. 인생도 일도 전부 괴로워요. 자책 말아요. 최고의 엄마였으니까”라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 입사 9개월차 20대 직원의 죽음은 일본 사회를 뒤흔들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즉시 덴츠의 노동실태에 대한 전면 조사에 착수했고 지난해 12월 28일 다카하시씨에게 노사협정에서 정한 초과 근무 상한을 넘긴 불법 초과근무를 시키고 이를 축소 신고하게 했다며 덴츠 법인과 다카하시씨의 상사 1명을 노동기준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후생노동성의 조사결과, 다카하시씨는 사망 두 달 전인 2015년 10~11월, 각각 130시간, 99시간에 달하는 초과 근무를 했다. 일본 정부가 이른바 ‘과로사 라인’으로 규정한 월 초과 근무 80시간을 훌쩍 넘긴 수치다.

그러나 다카하시씨는 초과근무 시간을 노사 합의로 정한 한도인 월 70시간 이내로 맞추도록 10월과 11월 근무상황보고표에 각각 69.9시간, 65.5시간으로 축소해 적으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관행적인 불법 초과 근무는 덴츠의 사훈으로 여겨지던 ‘귀십칙(鬼十則)’과도 관계가 깊다는 게 일본 현지의 반응이다.

귀십칙에는 △일을 붙잡았으면 놓지 마라. 죽어도 놓지 마라. 목적을 완수할 때까지 △머리를 항상 회전시키고, 사방팔방으로 생각을 뻗게 하라. 1분의 틈도 보이지 마라. 서비스란 그런 것이다 등 과도한 업무를 당연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이처럼 과도한 업무를 당연시하는 덴츠의 기업문화가 이번 다카하시씨의 과로자살 사건을 불러왔다는 것.

이후 덴츠는 사망한 다카하시씨가 산재 판정을 받은 후 지난해 10월 24일부터 본사 건물에 오후 10시부터 일제 소등을 실시했다. 또 오후 10시~새벽 5시까지 야근 전면 금지를 통보했다. 더불어 사무실 내 직원들이 설치한 책상 스탠드 조명을 켜는 것도 금지했다.

뿐만 아니라 후생노동성의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덴츠의 이시이 타다시(石井直) 사장은 “장시간 노동의 근본적인 개혁을 끝내지 못해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과로자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지난 1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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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 방지 속도 내는 일본

앞서 지난 2014년 11월 과로사 등 방지대책추진법(과로사방지법) 제정한 바 있는 일본 정부는 덴츠 사건이 이후인 지난 2016년 5월, 과로사의 실태와 방지책 등을 보고하는 ‘과로사 등 방지대책백서’를 첫 발표했다.

이 백서는 지난 2014년부터 실행된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에 따라 작성됐다. 총 280페이지 분량의 백서에는 과로사나 과로자살 현상이나 방지책, 직장인의 초과근무가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백서에 따르면 일본 노동자 22.7%가 산업재해 인정기준인 ‘과로사라인’ 월 80시간 이상을 초과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외근무시간(연장근로) 사유는 ‘고객의 불규칙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44.5%), 업무량이 많아서(43.4%) 순이었다.

나아가 2017년 1월, 노동자의 연장근로 상한선을 낮추는 노동기준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노사협정을 통해 연장근로를 월평균 45시간, 연간 360시간으로 정하고 위반한 기업은 벌금을 물릴 계획이다.

연장근로 상한선을 월 60시간, 연 720시간으로 제시해 성수기에 노동자가 한 달에 100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항도 연 720시간을 넘지 못하게 된다. 성수기가 2개월간일 경우는 월 80시간을 넘길 수 없다.

더불어 일본 정부는 지난 2016년 5월 과로자살을 비롯한 과로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근무간 인터벌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근로자가 퇴근 후 최소 8~11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것으로, 법적 강제사항은 아니다.

일본 정부는 제도 확산을 위해 해당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에게 최대 100만엔(약 992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근무간 인터벌제는 지난 1993년 유럽연합(EU)이 처음으로 도입했다. EU가맹국 내 기업들은 퇴근 후 근로자에게 11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나아가 일본 정부는 ‘주휴 3일제’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주휴 3일제는 주 4일제의 다른 표현으로, 주 40시간 근무의 경우 5일간 8시간씩 근무하던 것을 4일간 10시간씩 근무하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주 40시간 근무는 유지하면서 휴일을 하루 더 확보하는 게 주휴 3일제의 핵심이다.

지난 1월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주휴 3일제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의 비율은 2015년 기준 전체의 8%로 나타났다.

노동문제에 정통한 일본 주오(中央)대 와시타니 데쓰(鷲谷徹) 교수는 “주휴 3일제는 대기업이 중심이었지만, 최근 구인난으로 고전하고 있는 지방 기업이 인력 부족 대책으로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1일 노동시간을 최대한 늘리지 않고 주휴 3일제를 도입한다면 업무 효율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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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성공과 결별 택한 일본

이처럼 일본의 노동방식 개혁은 일본 정부의 강력한 의지 아래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일하는 방식 개혁실현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맹렬사원’이라는 개념 자체가 부정되는 일본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맹렬사원(モーレツ社員)이란 1970년대 일본 사회에서 탄생한 말로, 사생활 등을 포기하고 회사에 모든 것을 바치는 직장인을 뜻하는 말이다. 이들은 일본 특유의 종신고용제와 시너지를 발휘, 전후 일본의 고도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근로 방식 개혁을 통해 일본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과거의 노동 개념과의 과감한 작별을 꾀하고 있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목표는 과로자살이나 과로사 대책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 정부의 과로자살을 포괄한 과로사 대책은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1억 총활약사회’ 플랜 추진과 더불어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를 위해 아베 총리는 1억 총활약 사회 플랜을 전담하는 장관까지 임명했다. 해당 장관은 ‘일하는 방식 개혁’ 담당 장관도 겸임한다.

이처럼 일본 정부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가시간을 늘려 산재를 줄이고 소비를 활성화 시킨다로 설명할 수 있는 일하는 방식 개혁에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소속 정병욱 변호사는 “일본의 과로사방지법은 과로를 관리·예방하려는 노력들을 법률을 통해 제도적으로 보완했다는 게 시사점이 크다”며 “거기(일본 과로사방지법)에 처벌조항 등은 없이 단지 ‘국가는 뭘 해야 한다’, ‘지자체는 뭘 해야 한다’ 정도의 선언 선에 그치고 있긴 하지만 그런 법을 도입했다는 것과 도입도 안 했다는 것은 매우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은 장시간 노동과 관련해서만 많이 이슈가 제기될 뿐이지, 업무상 스트레스라던가 직장 내 왕따, 괴롭힘, 직장에서 근로자, 노동자들이 받고 있는 억압, 심리적인 스트레스까지도 아우르는 차원에서 과로의 정의나 과로에 대한 업무상 재해 개념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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