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이크아웃잔에 담긴 음료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아이스 아메리카노 진하게 한 잔이요. ‘테이크아웃’ 컵에 주세요.”

눈도 똑바로 뜨고 말도 또박또박 하지만 뭔가 몽롱한 상태다. 차디찬 카페인이 식도를 타고 흐르는 것을 느끼고서야 비로소 정신이 드는 것 같다.

힙합듀오 다이나믹 듀오가 <고백>이라는 곡에서 “위통약은 내 생활 필수품”이라고 가사를 쓴 것처럼 기자에겐 ‘커피’가 생활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커피를 몇 모금 넘기고서야 비로소 맑아진 눈으로 카페에 앉아 있는 다른 사람들을 한 번 바라본다. 그들도 기자처럼 커피에 영혼을 맡긴 듯 무언의 의식처럼 음료를 마시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대다수가 종이컵이나 투명한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고 있다.

카운터 쪽으로 눈을 돌리니 때마침 아르바이트생이 주문을 받고 있다.

▲ 모 카페 전경 ⓒ투데이신문

“음료 주문 받았습니다. 테이크아웃 맞으세요?”
“네. 테이크아웃 컵에 주세요.”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시고 가는 고객이더라도 머그잔이 아닌 테이크아웃, 즉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애초에 이렇게 묻는 것.

진동벨이 울리고, 픽업대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카페에서 음료를 주고받는 모습은 항상 동일하지만 그 끝은 조금씩 다르다. 어떤 이는 매장 한편에 마련된 쓰레기통 앞에서 재활용과 일반쓰레기, 얼음 등의 음료 잔여물 등을 성실히 분리수거 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트레이채로 아르바이트생에게 다시 돌려준다. 각기 모습은 다르지만, 카페인을 섭취한 뒤 컵을 처리하고 매장을 나서는 모든 이의 발걸음이 경쾌하다.

매장 안이 한산해졌다. 그러나 쓰레기통은 일회용 컵과 리드(뚜껑), 컵홀더와 빨대, 일반 쓰레기로 북적인다. 아르바이트생이 꽉 찬 쓰레기통을 비운다. 그가 든 비닐봉투 안에는 수많은 컵들이 음료의 잔해로 더러워진 모습을 한 채 몸을 포개고 있다. 쓰레기통에 깨끗한 새 비닐봉투를 끼운 아르바이트생은 사용한 컵들로 꽉 찬 봉투를 가지고 시야에서 사라진다.

기자는 궁금증이 생겼다. 지금 들고 있는 이 컵은 어디서 태어나 어떤 모습으로 종말을 맞을까. 기자는 컵의 탄생부터 죽음과 그 사후처리까지 컵과의 동행을 하려 한다.

▲ ⓒ투데이신문

“나는 일회용 종이컵이로소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손에 쥐어진 제 모습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죠. 안녕하세요. 저는 ‘일회용 컵’입니다.”

MBN ‘뉴스8’ 김주하 앵커의 멘트가 구설에 올랐다. 김 앵커는 지난달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커피를 마시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특정 누리꾼들의 댓글을 소개했다. 그는 아래처럼 클로징 멘트를 했다.

“우리나라의 새 대통령은 유난히 커피를 사랑한다고 하죠. 그런데 이 사진을 보고 올라온 댓글도 참 다양합니다. 커피 대신 국산차를 사랑했으면 하는 바람부터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의견까지…국민들이 대통령을 사랑하면 할수록 기대하고 바라는 건 더 많아지나 봅니다.”

일회용 컵이 환경 문제를 야기하기에 ‘텀블러’를 사용하란 비판인 것.

그런데 이 멘트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문 대통령이 일회용 컵을 손에 쥔 모습을 보고 오히려 친근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댓글이 적지 않았기 때문. 그런데도 일회용 컵 사용은 문제라고 비판한 일부 누리꾼의 댓글만 조명해 ‘공평하지 못한 보도였다’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요즘은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일회용 컵을 찾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하루에 수백, 수천잔의 음료가 일회용 컵에 담겨 ‘테이크아웃’되고 있다.

누군가에겐 피로를 풀게 도와줄, 누군가에겐 휴식이 될 만한 음료를 품고 있던 일회용 컵.

일회용 컵이 품고 있던 음료가 바닥이 나면 사람들의 태도는 순식간에 변한다. 일회용 컵을 쓰레기통에 패대기치거나 악력으로 구기고, 구둣발로 밟는 등 따뜻했던 손길은 온데간데없다.

▲ 일회용 컵 ⓒ투데이신문

“쓰레기로 전락한 일회용 컵은 어디로 가게 될까”

일회용 컵의 탄생 과정부터 만들어지게 된 계기, 그리고 사용된 이후 처참하게 버려진 일회용 컵의 장렬한 죽음까지. 일회용 컵의 일대기를 소개한다.

※ 본 기사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콘텐츠 크라우드 펀딩플랫폼 <스토리펀딩>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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