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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거래 활성화…은행들 ATM 줄이기 속도
불편 겪는 노령층…금융취약계층 위한 노력 필요
VAN사업자 운영 ATM 활용·스마트형 ATM 도입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 # 기자는 지난주 은행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평소 웬만한 거래는 모바일 뱅킹으로 처리하지만 결혼식장에 갈일이 있어 현금을 인출하려 했으나 거래은행의 ATM이 근처에 없었다. 끝내 거래은행의 ATM을 찾지 못했고 급한 마음에 수수료를 물고 편의점에 설치된 ATM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비해 요즘은 길거리에서 은행 ATM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ATM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면서 ATM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점차 뜸해지자 국내 은행들은 수수료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ATM 줄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ATM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탓에 금융소비자의 편의가 줄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비대면 거래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의 금융거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해마다 줄어드는 ATM…1년 새 1896대 사라져

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ATM 설치 수는 올해 6월 말 기준 2만5300대로 집계됐다. 이는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보다 2만6275대보다 975대 줄어든 수치다. 1년 전에 비해서는 1896대나 급감했다.

▲ 2015~2017년 ATM 설치현황<사진=금융통계정보시스템>

4대 시중은행의 ATM 수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7년 12월 말 1만9097대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5년 12월 말 2만7659대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해마다 적게는 수백 대, 많게는 수천 대씩 큰 폭으로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내 은행의 ATM 감축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이는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금융거래 활성화로 인해 자동화기기의 필요성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말 16개 국내은행 및 우정사업본부(우체국예금) 고객 기준(동일인이 여러 은행에 가입한 경우 중복 합산) 국내 금융기간에 등록된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 고객 수는 1억2254만명으로 전년 말 대비 4.9% 증가했다.

특히 2016년 중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 일평균 이용건수는 8750만건, 이용금액은 42조4247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2.2%, 5.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이같이 디지털 뱅킹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증가함에 따라 ATM을 유지하면 할수록 적자를 내는 상황이 된 만큼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국내은행의 자동화기기 한 대당 연간 손실액은 166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ATM기 감소는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는 사람들보다 디지털 뱅킹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동화기기 이용률을 점차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동화기기를 통환 거래 비중은 2012년 말 39.8%에서 지난해 6월 36.2%로 감소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다 보니 ATM의 이용률이 낮은 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업점을 방문하는 고객들도 줄어들고 각종 페이나 신용카드가 워낙 잘돼있다 보니 현금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이용률이 낮은 여러 대의 ATM을 운영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용자 편의를 위해서 ATM 대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이용률이 계속 낮아지는데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거래 확대…금융소외계층 생겨난다

문제는 이로 인해 불편을 겪는 금융소비자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디지털 뱅킹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노령층은 금융소외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6월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시중 은행장들과의 금융협의회에서 금융부문의 혁신이 오히려 금융소외 계층을 만들 수 있어 이를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이날 자리에서 “핀테크 상품의 출시와 비대면 거래 확대 등 새로운 금융서비스 트렌드는 고령층이 적응하기 어려운 변화”라며 “디지털 기술의 확산이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으나 그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금융소외계층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노령층은 디지털 뱅킹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6년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0대와 70대 이상의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각각 14%, 4.3%에 불과했다. 20대와 30대가 각각 79.8%, 88.1%의 이용률에 달한 것과는 달리 매우 큰 격차를 보였다.

또한 주변에 ATM이 없어 비싼 수수료를 물고 편의점에 설치된 기기를 이용하거나 먼 곳에 있는 은행 자동화기기를 일부러 찾아가 이용할 경우가 생겨나는 등 금융소비자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응 나선 금융권…스마트형 ATM 도입

그렇다면 피해를 보는 금융소외계층이 생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기관들은 어떤 대응에 나서고 있을까.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은행들은 구형 ATM기를 폐기하고 디지털 혁신에 따른 신기술이 구비된 스마트형 ATM 등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앞으로도 비현금거래 확대, 영업점 통폐합 등으로 금융기관이 운영하는 ATM 설치대수는 기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점포 운영체제인 인터넷 전문은행이 설립되더라도 CD공동망 참가를 통해 고객들은 타행이 설치한 ATM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ATM 설치대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기관들은 ATM의 활용성을 제고해 기기운영비용 부담을 축소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VAN사업자에 위탁 운영하거나 VAN사업자가 운영하는 ATM 기기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전국 곳곳에 진출한 편의점 내에 설치된 ATM 이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기관이 직접 운영하는 ATM의 경우에는 입출금 계좌이체 등 기존의 처리업무 이외에 통장개설, 외화송금, 간편결제서비스 입출금 등의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추가하는 경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인증 등 디지털혁신 기술을 반영한 셀프뱅킹 자동화기기 등 스마트형 ATM기 설치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디지털 키오스크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디지컬 키오스크는 기존 ATM에서 안되던 OTP(일회용 비밀번호)·보안카드 발급, 체크카드신규·재발급, 부채증명원과 같은 증명서 발급뿐만 아니라 예·적금 및 펀드 신규 등 업무까지 해준다. 은행권은 디지털 키오스크를 시범 운영하고 앞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ATM기기 등 자동화기기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대수를 중요하게 여길 게 아니라 불편을 겪는 고객이 생기지 않도록 자동화기기 기술의 고도화에 대해 고민하고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은 고객 모두에게 보편적 서비스여야 한다. 보편적 서비스란 국민 모두가 지역이나 계층에 구애받지 않고 모두 동일하게 공공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고 ATM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거스를 수는 없는 만큼 금융사각지대에 방치되는 금융소외계층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꾸준히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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