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플라스틱 제품 ⓒ투데이신문

매년 늘어가는 플라스틱 소비량
한국, 쌀 
소비량플라스틱 소비량

환경호르몬 배출해 인체에 유해
품질 저조해 소비자 비판 이어져

다이소·미니소·버터 대안 마련 고민
3사 “플라스틱 최소화, 노력하겠다”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플라스틱 공화국. 저가 생활용품 시장을 일컫는데 이보다 좋은 설명이 있을까.

최근 기자는 저가 생활용품을 전면에 내세운 다이소, 미니소, 버터 등의 매장을 둘러보다 깜짝 놀랐다. 텀블러, 컵, 쓰레기통, 바구니, 샴푸나 손 세정제를 담는 용기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제품뿐 아니라 아기자기한 소품 다수가 플라스틱으로 된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법. 장기적인 불황에 따라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선호하고 있고, 플라스틱은 그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제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품질 및 안전성 문제, 환경오염 문제 등이 늘 꼬리표처럼 뒤따르기에 플라스틱 제품이 소비자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따져볼 문제다.

한국서 쌀보다 2배 이상 사용되는 ‘플라스틱’
미니소, 플라스틱 제품 비율 1위…전체의 40%

미국 산타바버라 대학과 조지아대 공동 연구팀이 지난 7월 사이언스 어드밴스 저널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류는 플라스틱이 최초로 대량 생산된 1950년부터 지금까지 플라스틱 83억 톤을 생산했다. 이는 최대 6톤에 달하는 아프리카코끼리 13억마리의 무게와 맞먹는 수치지만, 정작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은 단 9%에 그치고 있다. 그리고 79%는 매립되거나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으며, 12%는 소각된 상황이다.

플라스틱의 편리성 때문인지 생산량의 증가 속도 또한 몹시 빠른 편이다. 특히 플라스틱은 자연 분해가 되지 않아 분명 어딘가에 그대로 존재하고 있을 테지만, 매년 늘어가는 플라스틱 수요량에 오늘도 어떤 공장에서는 플라스틱으로 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사용한 플라스틱 소비량은 135.4kg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보다 많은 수치다. 통계청 ‘1인당 연간 양곡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전가구 기준)은 61.9kg로 집계됐다. 쌀 소비량보다 플라스틱 소비량이 무려 2배 이상인 것이다. 한국에서 플라스틱이 쉽게 생산되고, 쉽게 소비된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플라스틱’ 하면 떠오르는 장소가 있는가. 소비자들에게 플라스틱이 연상되는 장소를 떠올려보라고 질문하면 상당수가 저가 생활용품 브랜드를 떠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저가 생활용품 브랜드는 매장 곳곳에 플라스틱으로 된 제품이 다수 분포해 있기 때문이다.

▲ 미니소에서 판매하는 플라스틱 제품 ⓒ투데이신문

이에 본지가 다이소, 미니소, 버터 등 각 업체에 확인해 본 결과 젊은 여성층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미니소가 플라스틱 제품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니소 전체 카테고리에서 플라스틱 제품 비율은 30%지만, 실제 상품 패키지(포장재)로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PVC(Poly Vinyl Chloride, 폴리염화비닐)가 많이 사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플라스틱의 비율이 약 40%로 증가할 것이라는 게 미니소 측의 설명이다.

다이소는 전체 카테고리에서 100% 플라스틱으로 된 제품 비율이 13%라고 밝혔다. 버터도 플라스틱으로 된 제품의 비율은 5%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다만, 버터나 다이소에서도 상품 패키지라 불리는 포장재로 PVC를 많이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 업체의 플라스틱 제품 비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니소, 다이소, 버터 등 저가 생활용품 전문점에서 플라스틱 제품 비율이 적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플라스틱이 금속이나 나무 등 다른 재질에 비해 단가가 비교적 저렴하며, 대량 생산이 용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각 매장에서 판매되는 플라스틱 제품은 가격까지 저렴한 편이었다. 바구니와 컵은 평균 2000~3000원 선이었고, 텀블러는 디자인에 따라 가격이 상이했지만 평균 7000~8000원, 쓰레기통은 5000원 선이었다.

이렇듯 저가 생활용품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플라스틱 제품의 대부분은 가격이 저렴해 소비자가 지갑을 열기에 부담이 적은 편이다. 때문에 제조 업체는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도 가격 경쟁력 있으며, 편리하기까지 한 플라스틱을 당장에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PVC, 화학물질 배출해 암‧불임 야기
플라스틱, 분해 안 돼 환경오염 초래

그런데 문제는 재질이 유연하면서도 부드러워 제품 패키지, 투명랩, 요가매트 등 널리 사용되는 PVC가 호르몬 교란, 암, 불임을 야기하는 화학물질 프탈레이트(phthalate)나 비스페놀 A(bisphenol A)를 배출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시민단체에서는 환경호르몬 등의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주범으로 플라스틱을 지목하며 그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하대병원 작업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PVC나 PC(Polycarbonate, 폴리카보네이트)는 비스페놀 A나 프탈레이트의 노출이 많아 특별히 조심해야 할 플라스틱”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플라스틱 생활용품은)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특히 PVC나 PC, PET 종류의 제품이 유해물질 배출이 많다. 그다음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하는 제품이 PP나 PE 제품이다”라고 플라스틱 유해성에 대해 설명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화학 첨가제의 일종인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 A는 여성에게는 유방암, 자궁내막증, 생리 이상을 유발하며 남성에게는 정자 수 감소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나 청소년의 성장발달에도 영향을 미치며, 암이나 불임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은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경우가 무려 91%에 달할정도로 재활용률이 저조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으로도 지목되는 상황이다.

미국 산타바버라 대학과 조지아대 공동 연구팀은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0년에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양은 400만~12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임 교수는 “플라스틱 제품은 분해가 잘 안 된다. 그 상태에서 바다에 버려지면 파도에 휩쓸리면서 작게 쪼개져 마이크로 플라스틱이 된다. 분해도 안 되는 이 플라스틱으로 해양 생태계가 오염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플라스틱 제품 ⓒ투데이신문

비판 나오는 저가 생활용품 품질
소비자 다치는 민원까지 이어져

더 큰 문제는 저가 생활용품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제품 품질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미 온라인상에서는 “싼 게 비지떡”이라며 저가 생활용품 브랜드의 품질을 비판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다이소에서 구매한 플라스틱 사각의자의 상판이 부서져 소비자가 다리를 다쳤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이에 소비자원은 다이소 측에 자발적 시정조치를 요청, 다이소 측은 플라스틱 사각의자 4만905개 제품에 대해 환급 또는 무상교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또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조리도구(국자, 뒤집개) 증발잔류물 용출시험 결과 기준값을 초과하는 잔류물이 검출돼 리콜 조치 되기도 했다.

소비자로서는 가격이 저렴한 탓에 플라스틱 제품을 부담 없이 구매하지만, 실상은 내구성이 약하거나 품질이 나빠 비슷한 제품을 새로 구입하는 상황에 놓인다. 결국,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심화, 유해물질 배출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 버터에서 판매하는 플라스틱 제품 ⓒ투데이신문

대안 마련에 고심 중인 업체
PVC 사용 최소화에 노력 중

그렇다면 생활용품 전문점에서는 플라스틱 유해성 및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을까.

생활용품 위주의 약 2만여 개의 제품을 판매하는 다이소는 “당사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국가에서 지정한 시험 및 규격에 통과한 안전한 제품”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플라스틱 상품의 유사 상품으로 철재, 도기, 유리 등 다양한 재질을 사용한 유사 상품을 개발, 소비자가 플라스틱 상품의 대체 상품을 선택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 2200여 가지의 상품을 판매하는 미니소 또한 “식기류, 어린이 제품 등의 제품 모두 품질검사를 거치고 있다”며 “자연주의라는 브랜드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가소제가 사용된 PVC의 사용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터도 자사 제품은 안전하며, 플라스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3000여 개의 제품을 판매하는 버터는 “소재, 패키지 등 이런 게 다 플라스틱이다. 대부분 업체가 마찬가지일 테지만 정부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내고 있다”라며 “상품의 소재를 바꾸는 게 제일 좋지만 힘들기에, 매년 자체적으로 품평회를 열어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최소화하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우리 일상속에 깊숙이 침투한 플라스틱은 쉽게 사용되는 만큼 쉽게 버려지고 재활용도 잘 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생활 속 플라스틱 사용범위는 빠르게 늘어가고만 있다. 현재 각 업체는 판매되는 제품들이 검증을 거친 안전한 제품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플라스틱 제품은 자주 유해성 문제가 불거지기에 과연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환경단체 환경정의 이경석 활동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플라스틱 사용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대안이 없기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이는 데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바뀌어야 하는 것은 기업과 정부의 의지일 텐데 계속 (이익 등의) 경제 논리에만 치중하고 있어 결국 소비자는 선택조차 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현재 저가 생활용품 시장은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현재 시장의 규모는 2조원. 업계 관계자들은 저가 생활용품 시장의 규모가 오는 2019년에는 4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시장에서 플라스틱과 관련해 업체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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