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발달장애인 자녀 이야기를 담은 <예지맘의 괜찮아> 저자 오민주씨

▲ 오민주씨 ⓒ투데이신문

딸 예지, 생후 36개월에 자폐성발달장애 판정
힘든 일도 있었지만 보람된 순간들도 많아

발달장애아동 부모 위한 팟캐스트 방송 시작
단 한 사람에게라도 위로가 되는 존재 되고파

발달장애 드러낼 통로 많아야 편견 해소 가능
이해가 아닌 인정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 됐으면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어느날 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천사가 그에게 찾아왔다. 한없이 예쁜 딸 예지, 예지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그에게는 행복이었다. 하지만 영원할 줄 알았던 행복이 깨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예지는 생후 10개월부터 눈을 마주치지 못했고 34개월이 되도록 말을 하지 못했다. 엄마는 그저 예지가 다른 아이들보다 늦된 줄만 알았다. 하지만 36개월 째 예지는 자폐성발달장애 판정을 받았다. 장애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 그에게 예지의 장애는 청천병력과도 같았다. 예지를 고치겠다는 일념 하나로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기 바빴다. 기대 이상의 성장을 보이지 않으면 화를 내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며 그가 느낀 분노와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는 엄마의 욕심이었다. 본인의 감정이 우선이었던 그는 딸의 마음을 미처 돌아보지 못했다. 그 어떤 것보다 예지의 감정과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지금, 그는 더 이상 예지의 장애가 절망적이지 않다. 오히려 예지를 통해 더 많은 희망을 보고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9살 예지의 엄마 오민주씨다. 오씨는 자신처럼 발달장애인 자녀를 기르고 있는 부모들을 위한 프로그램 팟캐스트 <맘스라디오 - 예지맘의 괜찮아> 진행자로 많은 엄마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방송 내용을 토대로 책 <예지맘의 괜찮아>를 출간했다.

오씨는 자신을 ‘발달 지연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평범한 일상을 조금 더 가치있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같은 처지의 다른 엄마들이 자신처럼 아이에게 알맞은 좋은 길을 서로 나누며 사는 삶, 그 삶이 아이와 노는 엄마의 삶이고 참 괜찮을 수 있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지난달 30일 <투데이신문>은 인천 계양구 작전동의 한 카페에서 오씨를 만나 평범한 엄마에서 발달장애 아이를 둔 세상의 많은 엄마들의 희망의 되기까지의 과정, 우리 사회 속 장애인의 현주소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오민주씨 ⓒ투데이신문

맘스라디오, 발달장애아동 부모들에 위로 되는 존재

Q. 책 <예지맘의 괜찮아>에 대한 간단히 소개 바란다.

책 <예지맘의 괜찮아>는 예지하고 함께한 시간을 스토리로 풀어낸 것이다. 예지를 낳아 기르면서 겪은 에피소드들이 들어가 있다. 더불어 팟캐스트 방송 <맘스라디오 - 예지맘의 괜찮아>(이하 맘스라디오) 를 진행하면서 알게 된 내용도 담았다.

Q. 책을 출간하게 된 배경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맘스라디오 방송을 진행을 시작한지 1년 정도 됐을 때 쯤 출판사 대표님이 찾아왔다. 발달장애 아이를 둔 부모가 그 사실을 공개하고 방송하기까지가 쉽지 않았을 텐데 감동받았다며 그 스토리를 책에 담자고 제안하셨다. 최근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는 분위기지만 겉보기에 불과하다. 때문에 책을 통해 발달장애인과 그런 아이를 둔 부모들의 현주소를 가감없이 드러내고자 했다.

Q. 책의 바탕이 된 팟캐스트 <맘스라디오>는 어떤 방송이며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맘스라디오는 엄마들이 하는, 엄마들을 위한 그런 방송이다. 방송의 대표, 진행자, 작가 구성원들이 모두 엄마다. ‘예지맘의 괜찮아’는 그 중의 한 코너다. 처음에 방송 제안이 왔을 때는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아이를 기르며 굉장히 절망스러워하는 엄마 단 한명이라도 나로 인해 기쁨을 느끼고 위로받을 수 있다면 그 모든 부담을 감당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Q. 발달장애 아이가 있는 전국의 수많은 엄마들에게 <맘스라디오>가 큰 위로가 된다고 평가되는데.

그렇다. 방송에 출연하신 패널분 가운데는 이미 고등학생, 성인이 된 큰 아이를 기르시는 분도 있고 아직 초등학교도 가지 못한 어린 아이를 기르는 분도 있다. 후자의 입장에서는 전자의 입장에서 해주는 말들이 굉장한 위로가 될 수 있다.

Q. 방송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나.

특별한 사연이 있다기 보다는 “존재가 위로입니다”라는 말이 마음에 크게 와 닿았다. 일부는 ‘아직 아이가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인데 엄마가 너무 나선다’라고 안 좋게 보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존재가 위로다”라는 말은 제가 방송을 통해 그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아 굉장히 기뻤다.

▲ 오민주씨와 딸 예지 <사진 제공 = 출판사 젤리판다>

장애아동 성장, 부모 역할 가장 중요

Q. 본인도 자폐성발달장애가 있는 딸 예지를 키우고 있다.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예지의 장애 사실을 알고는 길바닥에 쓰러졌다. 예지가 다른 아이들보다 늦되다라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발달장애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장애는 나와 전혀 상관 없는 일이라 생각했고 관심도 없었다. 그러니 내 아이가 발달장애라는 사실을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 나를 가족들이 잘 잡아줬고 아직까지도 그게 제일 감사하다.

Q. 예지를 키우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성격상 예지의 장애를 받아들인 이후로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타인의 시선 때문에 위축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예지의 장애를 빨리 고쳐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놓치고 간 일들이 참 많았다. 아이가 특정 행동을 해서라기보다는 부모의 시선에 만족하지 않는 행동을 억지로 고치려 하는 게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 내 감정에 충실하느라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지 못한게 가장 미안한 일이다.

Q. 힘든 시간만큼이나 보람된 시간도 많았을 것 같다.

그렇다. 얼마 전 아침에 찬양을 들으며 마음이 울컥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예지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엄마 울지마”라며 눈물을 닦아주고 함께 울더라. 자폐판정을 받은 아이가 공감능력이 생겼다는 건 엄청난 것이다. 나에게는 기적같은 일이었다. 아이가 변화하는 모습에서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이는 일반적인 부모들이 아이를 기르며 느끼는 성취감, 기쁨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Q. 장애 아이에게 있어 부모의 역할이 얼마만큼 중요한가.

아주 중요하다. 발달장애를 포함해 장애 아이를 둔 많은 부모들이 내 아이보다 단 하루만 더 살 수 있길 바라는데 나는 그런 생각은 버려야한다고 본다. 그런 생각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 아이를 막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기준에서 자조능력을 길러주는 역할을 해야한다. 예를 들어 양말을 신는다고 가정해보자. 아이는 혼자서 양말을 신을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되는데 엄마는 시간에 쫓겨 본인이 신기고 만다. 아이가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 오민주씨 ⓒ투데이신문

장애인·비장애인 더불어 사는 세상 오길

Q. 발달장애인의 행동이 비장애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위험하다’는 편견을 가진 이들이 많은 듯한데.

그렇다. 때문에 발달장애에 대해 드러낼 수 있는 통로가 많이 필요하다. 장애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갈 필요가 있다.

Q. 최근 강서구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을 놓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데, 특수학교 뿐만 아니라 장애인 시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님비현상 어떻게 생각하나.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나 역시 발달장애 아이를 기르는 부모이긴 하지만 그들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장애에 대해 편견을 가지신 분들이 장애인의 입장에서 ‘나도 언제 장애인이 될 지 모른다’라는 생각을 해봐줬으면 좋겠다.

Q. 이처럼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장애인으로 살아가기에는 쉽지 않다.

맞다. 하지만 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생각이 우선적으로 변화한다면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앞서 언급했듯이 앞으로 장애인도 도움받아야하는 존재가 아니라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로 그려지지 않을까.

Q. 장애 아이를 기르며 혼란스럽고 힘들어하는 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아프고 힘든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나니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더라. 지금 우리가 걷는 이 힘든 길이 앞으로는 괜찮은 길이 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존재만으로도 귀한 내 아이와 함께 어제보다 오늘이 더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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