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법 없다③] 이대목동병원 사태로 본 사각지대 놓인 병원 내 신고체계

▲ 신생아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이 잠정 폐쇄되어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16일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연달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일어났으며 숨진 신생아들은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를 받던 중 오후 9시 31분~10시 53분까지 차례로 숨졌다.

병원 측은 이 과정에서 17일 오전 1시경 양천구보건소에 해당 사망사건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병원 측은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없고, 사고 유족 측의 신고로 경찰이 보건소에 신고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처럼 병원 측의 허위, 늑장대응으로 환자들의 불안과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현행법상 집단 사망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병원 측이 감염병이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보건당국에 보고할 의무가 없다는 점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음날 낮 돼서야 대응나선 질본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이대목동병원이나 양천구보건소로부터 관련 사실을 신고 또는 보고받은 바 없이 양천경찰서와 서울경찰청에서 질본에 사건 접수여부를 문의해 뒤늦게 사건발생을 인지했다.

남 의원이 질본으로부터 제출받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사망사고 경과 및 조치내역 현황’에 따르면 16일 오후 5시 44분 신생아 4명에게 심정지가 발생했다.

이에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오후 9시 31분~10시 53분까지 심정지 발생 신생아 4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이같은 신생아 사망 사건은 오후 11시 7분 사망 신생아의 보호자가 112에 신고 접수해 17일 새벽 1시 경찰로부터 상황보고를 받은 보건소가 병원에 문의하면서 신생아 사망관련 구두보고를 접수했다.

또한 새벽 5시 29분 양천경찰서에서 질본 1339 콜센터로 신생아 사망관련 신고 접수를 문의, 감염병 신고절차 등에 대해 안내받았다.

질본은 아침 9시 40분 서울경찰청에서 사건 접수여부를 문의 받아 사건발생을 인지하고 경위파악에 나서 낮 12시 20분에서야 즉각대응팀을 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염병 아니면 보건당국 신고 의무 없어

현행법상 이번 사건과 같이 병원 내에서 집단 사망이 발생하더라도 병원과 의료진이 감염병에 의한 사망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경우 보건당국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1조에는 제1~4군감염병까지는 지체 없이 즉시, 제5군감염병 및 지정감염병의 경우에는 7일 이내에 보건부장관 또는 관할 보건소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환자안전법’ 제14조에는 환자안전사고를 발생시킨 보건의료인은 보건부장관에 그 사실을 보고할 수 있다는 ‘자율보고’에 대해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 역시도 해당 환자안전사고를 발생시킨 사람이 자율보고를 한 경우 ‘의료법’ 등 보건의료 관계 법령에 따른 행정처분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사망사고 신고 의무화해야

이번 신생아 사망 사고와 관련해 남 의원은 유사 사건에서 사망사고 신고를 의무화해야한다고 밝혔다.

남 의원은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생아가 한 명이 사망했을 경우 의료사고나 환자안전사고라고 판단할 수 있겠지만, 신생아 4명이 동시다발 사망한 사건의 경우 의료사고 뿐만아니라 감염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에도 즉각적인 신고와 대응체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행법상 해당 병원과 의료진이 감염병에 의한 사망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경우 보건당국에 신고의무가 없으며, 의료과실 등 환자안전사고의 경우도 신고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돼 있다”며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였을 경우 보건당국에 즉각적으로 신고를 의무화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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