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헌법개정안 3차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헌법개정안 3차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 개헌안 26일 발의…5월 24일 의결
야권 반발 속 의결 가능성은 ‘제로’ 확실

친문 지지층의 결집, 촛불집회로 이어지나
야권, 부결 가능성에 역풍까지 고려해야

청와대가 정부 개헌안을 발표했다. 지난 20~22일까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정부 개헌안을 국민에게 내놓았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야권으로서는 정부 개헌안을 반드시 부결시켜야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그 후폭풍이 상당히 거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야권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개헌안은 오는 6.13 지방선거의 가장 큰 핵심 변수 중 하나가 됐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이 바로 개헌이다. 당시 모든 후보들은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부터 야권은 개헌에 대해 압박을 시작했다. 그때마다 문 대통령은 개헌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야권을 비롯한 국회에서는 개헌특위를 설치하고 개헌에 대한 논의를 해왔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국회의 개헌 논의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급기야 정부 개헌안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정해구 위원장으로부터 자문안을 전달 받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정해구 위원장으로부터 자문안을 전달 받고 있다. ⓒ뉴시스

정부 개헌안 내용은

정부 개헌안 발의는 예고된 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가 개헌안을 만들어 발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그리고 올해 초에도 문 대통령은 국회가 합의된 개헌안을 내놓지 않으면 정부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이야기해왔다. 때문에 국회는 합의된 개헌안을 내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워낙 뜻이 맞지 않았기 때문에 개헌안 도출은 힘들었고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개헌안 국민투표와 지방선거 동시 실시는 야권을 말살시키는 일이라며 반발하면서 개헌안 논의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개헌안을 내놓았다.

이번 개헌안은 ‘4년 연임제’를 바탕으로 한 개헌안이다. 오랫동안 쳇바퀴를 돌던 개헌 논의는 이제 정부 개헌안이 발표되면서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조국 수석은 주권자인 국민의 뜻에 따라 대통령이 제안한 헌법개정안을 충분히 검토하고 토론해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하지만 야권은 국회의 총리추천제 등을 통한 권력분산을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자유한국당은 개헌안 국민투표와 지방선거 동시 실시는 안 된다면서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 개헌안 도출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개헌안 합의 도출이 사실상 실패로 끝나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정부 개헌안 논의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정부는 26일 개헌안을 예정대로 발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무래도 국무회의를 거치고 나면 곧바로 개헌안을 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 제130조에 따르면 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여기에는 공고기간 20일이 포함된다. 즉, 26일 개헌안이 발의되면 오는 5월 24일에는 의결해야 한다. 개헌안이 통과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만약 이날 정부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다음 날인 25일 국민투표일을 공고한다. 국민투표법은 국민투표일 및 국민투표안 공고를 투표일 전 18일까지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안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오는 26일까지 개헌안을 발의해야만 한다. 이 기간 문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인 관계로 전자결제를 통해 개헌안 발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헌안이 발의되면 정치권에서는 정부 개헌안을 놓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 시작부터 여야의 팽팽한 싸움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야말로 개헌 전쟁이 벌어지는 셈이다.

개헌 시계는 돌아가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부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을 ‘제로’라고 규정하고 있다. 개헌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현재 자유한국당 의석수만 해도 116석으로,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지도 않을뿐더러 만약 들어가는 의원이 있다면 제명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116명의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들어가지도 않는다면 개헌안의 국회 통과는 불가능하다.

정부 개헌안 논의 과정에서도 상당한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개헌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야당들은 일제히 정부 개헌안에 대해 비판여론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추천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국회에서 정부 개헌안 통과는 사실상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것이 지방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5월 24일까지 개헌안의 국회 의결을 완성해야 한다. 만약 개헌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 친문 지지층은 야당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정부 개헌안을 지키기 위한 촛불집회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다. 실제로 민심은 정부 개헌안에 대한 찬성 여론이 상당하다.

현재 국민 10명 중 6명은 정부 개헌안 발의에 찬성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회의 개헌 의지가 약하고 개헌을 조속히 추진해야 하므로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찬성한다’는 답변이 59.6%를 차지했다. 반면 ‘야당에 개헌 무산의 책임을 지우려는 정략적 시도이므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28.7%에 그쳤고, ‘잘 모름’이라는 답변은 11.7%로 나타났다. 이념 성향별로는 진보층에서는 찬성 의견이 84.7%이었다. 반대 의견은 8.2%에 그쳤다. 중도층에서도 찬성 의견이 63.6%로 반대 의견(26.1%)을 크게 앞질렀다. 보수층의 반대 의견이 63.7%로 찬성 의견은 26.2%보다 2배 반 가까이 높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21일 전국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5.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정해구(왼쪽) 위원장이 지난 13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초청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정해구(왼쪽) 위원장이 지난 13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초청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뉴시스

어쨌거나 후폭풍은 분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야당들이 정부 개헌안을 부결 처리한다면 그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지방선거에서의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친문 지지층의 결집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을 보면 부결로 이어질 경우 지방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친문 지지층이 정부 개헌안을 지키겠다면서 촛불집회라도 실제로 연다면 지방선거는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간다. 물론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촛불집회는 정치적 행사라는 이유로 경찰과 선관위에서는 불허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그만큼 친문 지지층이 결집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야권에 상당히 불리한 요소로 작용될 수밖에 없다. 야권은 지방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을 꺼내 들고 나와야 하는데, 정부 개헌안이 부결되면 친문 지지층은 ‘야권심판론’을 꺼내 들 가능성이 높다. 친문 지지층끼리만 ‘야권심판론’을 제기한다면 야권으로서는 해볼 만하겠지만, 친문 지지층의 특성 중 하나가 바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온라인에서 성토하는 글들이 보인다면 그것을 곧바로 현실에서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촛불을 들자고 하면 실제로 촛불을 들고, 야당 의원들을 비판하자고 하면 ‘문자 행동’을 한다. 그만큼 친문 지지층의 행동력은 상당하다.

이런 이유로 야권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부결시켜도, 그렇다고 의결해도 야권으로서는 불리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 개헌안 발의는 26일 이뤄지지만 그때부터 본격적인 지방선거 전쟁이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싸움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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