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종전 논의 발언, 한반도 중대 변화 예고
남북회담에서 ‘평화협정’, 북미회담에서 ‘종전선언’
개헌·국방백서·남북교류 등 복잡한 사안 산적
안보의 보수야당, 상당히 고민스런 상황 직면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지난 2007년 이후 11년만의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7일 열린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 경색됐던 남북관계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유화 무드로 바뀌었고 정상회담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이후 북미정상회담이 5월말로 예정된 상황에서 앞선 2번의 정상회담과는 다른 무게감을 갖고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결과가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의제 등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이번 회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1~2차 남북정상회담의 의의와 한계를 살펴봄으로써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와 향후 전망에 대해 4회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남북한이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자신은 이를 축복한다고 발언했다. 유엔군과 중공군이 참전하면서 6.25 전쟁은 장기화됐고, 완전한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양측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했다. 정전협정은 전쟁을 중단한다는 의미로, 이후 65년간 정전상태가 유지됐다. 195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6.25 전쟁 교전국들이 만나 종전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결렬됐다. 이후 6.25 전쟁은 실질적으로 끝났지만, 법적으로는 종전 상태가 아니게 됐다. 정전 상황에서 남북은 법적으로 선전포고 없이 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 법적으로 전쟁을 잠깐 멈췄을 뿐, 전쟁을 끝마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은 지난 65년 동안 계속해서 도발을 해왔다. 북핵 실험 및 미사일 도발 역시 정전 상태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폭침도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종전 선언 이뤄지나

이에 그동안 계속해서 한반도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남북이 만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고 해도, 정작 6.25 전쟁 정전협정에 서명한 사람은 마크 W.클라크 국제연합군 총사령관과 김일성 북한군 최고사령관, 펑더화이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이기 때문이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정전에 반대해 정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는 6.25 전쟁 당사국이지만, 정전협정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주변국과의 논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남북 간의 종전 논의가 이뤄진 때는 지난 2007년 10.4 선언 때다. 당시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3자 혹은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 선언을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6차에 걸친 핵실험이 이어지고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서 현재 사문화됐다. 이와 함께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는 경색됐고, 북한도 김정일 위원장에 이어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종전 논의는 사실상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종전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종전 논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은 힘들다고 예측하고 있다. 종전 선언은 정전협정을 체결한 당사자들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전 선언 대신 ‘종전 선언을 위해 남북이 하나로 힘을 모은다’는 식의 합의문 발표 정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가 종전선언이라는 용어 대신 ‘평화협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해석된다. 평화협정과 종전선언은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평화협정은 남북 당사자들끼리 전쟁을 일으키지 말자고 협정을 맺으면 되는 것이지만, 종전선언은 말 그대로 전쟁이 끝났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다. 종전선언을 위해서는 정전협정 당사자들 간의 합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는 북미정상회담 안팎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당시 판문점에서 열린 휴전협정 조인식 모습 ⓒ뉴시스
지난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당시 판문점에서 열린 휴전협정 조인식 모습 ⓒ뉴시스

종전선언 이후 한반도는

향후 종전선언이 이뤄진다면 한반도에는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몰려올 것으로 전망된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의미가 강하고, 평화협정은 법적 의미가 강하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이후 정전협정 당사자들이 종전선언을 한다면 한반도는 본격적으로 평화 상태로 돌입하게 된다.

물론 평화협정에 대해서는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 때문에 여야의 정쟁 수단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보수야당들이 평화협정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에 나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리비아식 핵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핵을 한꺼번에 폐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미국이나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도 북한이 핵을 한꺼번에 폐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단계적 핵 폐기를 생각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보수야당들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체결한 평화협정을 두고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협정이라며 반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협정의 국회 비준 통과 가능성 역시도 높다.

이렇게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종전선언이 이뤄진다면 그때부터 여러 가지 걸림돌도 발생한다. 종전선언 이후 미국과 북한은 국교 수립 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수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북미수교가 이뤄진다는 것은 미국이 북한을 ‘정상국가’로 인정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는 곧 우리나라 헌법을 고쳐야 하는 상황에 돌입하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3조에는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돼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은 우리나라 영토에 세워진 ‘괴뢰정부’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헌법을 고치거나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을 끝까지 반대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기 시작하면 결국 이를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1991년 9월 17일 제46차 유엔총회에서 남북한은 동시에, 그리고 각각 유엔에 가입했다. 이는 서로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인정한 꼴이 됐다. 당시 분단을 고착화시킨다는 이유로 반대도 있었지만 결국 서로 현실을 인정했다. 그렇게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은 이뤄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게 되면 분단은 더욱 고착화될 수밖에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국제사회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게 되면 우리나라 역시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또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게 된다면 유엔사령부는 해체해야 한다. 아울러 주한미군 철수 문제도 걸려있다. 물론 주한미군의 경우, 우리나라와 미국 간에 체결된 한미동맹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하지만 유엔사령부는 이야기가 다르다. 유엔사령부가 해체되면 우리나라는 주한미군의 주둔 성격에 대한 고민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만약 미국과 북한이 수교를 맺는다면 주한미군의 성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북한의 공격 및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주둔한 군대가 바로 주한미군이다. 그런데 북미 간에 수교를 맺게 된다면 주한미군은 더 이상 주둔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북미수교가 되더라도 주한미군은 계속 한반도에 주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왜냐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동북아 확장을 경계해야 하기 때문에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북아 평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실질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가능성이 높다.

국방백서의 ‘주적’ 문제도 남아있다. 국방백서에는 북한에 대해 주적이란 개념 대신 ‘우리의 적’이라고 적혀있다. 그런데 만약 북미수교 등으로 인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게 된다면 이런 문구 역시 국방백서에서 빠져야 한다.

또 국가보안법도 문제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북한을 실질적인 주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이 존치돼왔다. 하지만 주적 개념이 사라지면서 국가보안법을 과연 존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들어가게 된다. 물론 보수야당들은 평화협정을 체결했다고 해서 북한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며 국가보안법 존치를 강력하게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국내 정치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안보를 내세운 보수야당들에게는 종전선언과 북미수교에 따른 위기감이 상당히 형성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보수야당들이 유지돼 왔던 가치는 ‘안보’와 ‘시장경제’였다. 그런데 종전선언을 계기로 남북 화해 모드가 본격화되면 더 이상 안보를 이슈로 내세울 수 없게 된다. 보수야당들로서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당장 화해 모드로 바뀐다고 해서 안보 불안이 즉각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 유권자들을 상대로 안보 이슈를 부각시켜 어필하는 시대는 끝을 맺게 된다. 이런 이유로 보수야당들은 앞으로 새로운 이슈를 발굴할 필요가 생긴다. 더 이상 ‘색깔론’이 먹히지 않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이 경우 보수야당들은 나머지 한 축인 ‘시장경제’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화해 시대가 열리면 국가주도의 대북 교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보수야당들은 ‘시장경제’를 앞세우면서 대북 교류도 민간기업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북한에도 시장경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9월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9월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장밋빛 미래 오나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게 된다면 우리나라와 북한은 자유롭게 왕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왜냐면 기존 적대국이었던 양측의 관계가 완전히 탈피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경제적 교류는 물론 이산가족 상봉도 이제는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 금강산 관광은 물론 개성공단 재개 등도 한번에 해결된다. 아울러 우리 기업인들이 북한에서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와 동시에 북한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유라시아 대륙횡단 철도의 끝은 ‘블라디보스토크’이 아니라 ‘부산’이 된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국민이 열차를 타고 유럽 여행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시베리아의 무한한 천연자원과 중국 동북 3성의 천연자원 등이 북한을 통과해 우리나라로 자유롭게 흘러들어오게 된다.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북한과의 경제교류를 주목하는 이유는 값싸면서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우리 기업인들은 값싼 노동력 확보를 위해 인도나 베트남 등지에 공장을 많이 세우고 있다. 그런데 만약 북한과의 경제 교류가 활발해지면 우리 기업인들은 인도나 베트남이 아닌 북한에 공장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 공장을 세우게 된다면 중국이라는 커다란 배후 시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시베리아를 통과해 유럽까지 열차로 화물을 운송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동해와 태평양을 통해 일본과 미국 시장도 노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북한과의 경제교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한반도의 위기 상황이 사라지게 되면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이 걷히게 돼 외국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외국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한국의 자본과 기술력이 북한의 노동력과 만나게 되면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때문에 한국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정상회담 위한 교두보

물론 지금까지 너무 장밋빛 전망만 내놓았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다고 해도 북한의 도발이 쉽게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비핵화까지는 10년은 걸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한 그동안에도 남북 화해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결국 깨진 경우도 다반사다. 이런 이유로 너무 장밋빛으로 대북 관계를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어쨌든 남북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날 한반도의 정세를 완전히 뒤바꿀 정도의 합의문 발표는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한반도 정세를 완전히 뒤바꿀 정도의 합의문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하고, 북미수교를 함으로써 오는 11월 있을 미국 중간선거를 통과하는 것은 물론, 올해 노벨평화상도 노리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남북 관계 회복의 중간자 역할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이어질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교두보 역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교두보는 남북한 변화의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 정상이 만나 이제 본격적인 한반도의 새 시대를 준비하는 셈이다. 물론 걸림돌도 많다. 하지만 남북이 머리를 맞댄다면 충분히 넘을 수 있다. 한반도를 넘어 새로운 세계질서를 우리는 현재 눈앞에 두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그 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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