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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 처벌하는 것 자체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지만 대체복무제 도입을 통해 위헌 요소를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다. 헌재는 늦어도 내년 12월 31일까지 병역법을 개정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28일 병역법 제5조 1항 등에 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과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6(헌법불합치)대 3(각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판단하고 오는 2019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나 법적 공백이 발생할 경우 사회적 혼란이 예상되므로 개정 시한을 두는 것이다.

병역법 제5조 1항은 병역의 종류를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 등 5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해당 법조항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아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또 지난 2004년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할 대안이 있는지 검토할 것을 권고했으나 14년이 지난 현재까지 입법적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현행법상 병역의 종류는 모두 군사훈련을 받는 것을 전제하고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수가 병역자원의 감소를 논할 정도는 아니며 이들을 처벌한다 해도 교도소에 수감될 뿐 병역자원으로는 활용할 수 없어 대체복무제 도입이 국방력에 의미 있는 수준의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전심사절차와 엄격한 사후관리절차를 갖추고 난이도와 기간 등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간 형평성을 확보해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한다면 병역의무 형평 유지는 충분히 가능하다”며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이유로 대체복무제 도입을 미루거나 도입하지 않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가안보 및 공평한 병역의무 부담이라는 공익은 매우 중요하나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이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반면 이를 규정하지 않을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최후 1년 6개월 이상의 징역형과 전과자에 대한 냉대 등 막대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며 “국가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해 병역종류 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상황을 제거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안창호·조용호·김창종 재판관은 “대체복무는 일체의 군 관련 복무를 배제하는 것이므로 국방의무 및 병역의무의 범주에 포섭할 수 없다”며 “대체복무를 규정하라는 것은 병역법 및 병역종류조항과 아무 관련이 없는 조항을 신설하라는 것”이라고 반대의견을 냈다.

헌재는 이와 함께 병역법 제88조 1항 등에 관해서는 재판관 4(합헌)대 4(일부위헌)대 1(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병역법 제88조 1항 1호는 현역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않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일원·서기석·안창호·조용호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통해 “처벌조항은 병역자원 확보와 병역부담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며 “병역기피행위에 대한 강제수단으로서 형사처벌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일부위헌 의견을 낸 이진성·김이수·이선애·유남석 재판관은 “병역종류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이상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처벌조항도 위헌 결정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공익 달성에 기여하는 정도는 크다고 하기 어렵고 형서처벌로 인한 불이익은 매우 커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한편 헌재는 앞서 지난 2004년과 2011년 세 차례에 걸쳐 병역법 88조 1항 1호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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