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총선 앞두고 벌어진 류경식당 北 여종업원 집단 탈북
유엔 북한인권특별보좌관, 여종업원 기획탈북 희생자일 수도
정부의 딜레마, 인정하면 납치국가·인정 안 하면 진실 은폐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함께 문재인 정부 정치적 부담으로

ⓒ뉴시스
ⓒ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국가정보원의 북한 여종업원 기획탈북 의혹과 관련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2년 전 중국 저장성의 한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여종업원들이 집단으로 탈북한 사건은 올해 들어 기획탈북 논란에 휩싸였다. 유엔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면서 국제적 문제로 점차 부각되고 있다. 해당 논란은 박근혜 정부 당시 발생한 일이지만, 문재인 정부에게 상당한 딜레마가 될 수밖에 없다. 기획 탈북을 인정하면 납치국가의 오명을 쓰게 되고, 인정하지 않으면 ‘진실을 은폐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지난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중국 저장성의 북한 식당인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북한 여종업원들이 집단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이들은 자진 탈북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이를 발표한 주체가 국정원이라는 점에서 세간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마치 1987년 대선 직전 KAL기 폭파사건의 주범 김현희씨를 한국으로 송환한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현희씨 송환 때도 정부가 대선에 관여하기 위해 김씨를 송환한 것 아니냐부터 시작해 KAL기 폭파는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 당시 안기부 작품이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그런데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북한 여종업원들이 집단 탈북했다는 사실이 국정원을 통해 드러나자 세간에서는 국정원이 기획탈북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2년 전 도대체 무슨 일이

이후 시간이 흘러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정원의 기획탈북 논란은 계속 이어졌다. 집단 탈북 사건 당시 여종업원들과 함께 한국으로 온 류경식당 지배인 허모씨는 각종 인터뷰를 통해 국정원이 ‘동남아시아에 식당을 차려주겠다’며 종업원과 함께 탈북하라고 회유했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그동안 국정원에 협력한 사실을 북한에 알리겠다고 협박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 폭로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그간 제기되던 국정원 기획탈북 의혹이 사실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좌관은 탈북 종업원이 기획탈북의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유엔에서도 국정원의 기획탈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아직까지는 류경식당 지배인 허모씨의 일방적 주장이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을 파헤쳐봐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그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생각이다. 해당 사건이 정치적으로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져 있고, 북한 종업원의 인권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만약 국정원의 기획 탈북이 사실로 인정될 경우, 아무리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가 사실상 ‘납치국가’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꼴이 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획탈북이 아니라고 주장하게 된다면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문재인 정부로서는 국정원 기획탈북 의혹이 정치적으로나 국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해당 사건에 대해 시민단체의 계속된 문제제기에도 정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침묵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류경식당 홈페이지 소개란에 올라온 북한 종업원들의 공연 모습 ⓒ뉴시스
류경식당 홈페이지 소개란에 올라온 북한 종업원들의 공연 모습 ⓒ뉴시스

기획탈북 의혹의 진실은

아울러 기획탈북을 인정할 경우,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반도 운전자론’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정착의 주도권을 쥐고 움직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하지만 국정원 기획탈북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북한은 한반도의 주도권을 쥐고 흔들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반대급부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상당히 약화될 수도 있다. 당장 북한은 해당 사건에 대해 납치라면서 탈북 여종업원들의 송환 문제를 꺼내 들고 있다. 하지만 송환 문제 역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문제다.

현재 여종업원들 중 일부는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을 돌려보내면 되는 간단한 일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을 돌려보낼 경우, 남아있는 탈북 종업원들은 가족들의 안전이 걱정되는 불안한 세월을 보내야 한다. 북한에 돌아가지 않고 남아있을 사람들의 경우, 이들에 대한 괘씸죄 때문에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북한으로 돌아가겠느냐는 의사를 탈북 종업원들에게 물을 경우, 우리 땅에 남고 싶어도 돌아가겠다고 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탈북 종업원들의 인권 문제가 걸리게 된다. 남고 싶어 하는 탈북 종업원들을 억지로 북한에 돌려보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는 문제다. 그렇다고 탈북 종업원들을 돌려보내지 않고 계속 침묵한다면 그 역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文 정부의 정치적 부담은

이와 더불어 국정원 기획탈북 문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정원에는 또다시 개혁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상황에서 국정원 기획탈북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권력기관이 박근혜 정부의 수호를 위해 움직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고, 이는 향후 상당한 정치적 파장이 예고된다. 가뜩이나 기무사 해체 요구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 기획탈북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국정원 해체 요구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