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유해 송환 시작…다음주 중반쯤 마무리
북한은 종전선언에 매달리지만 미국은 시큰둥
보다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
다음주 종전선언에 대한 구체적 내용 나오나

지난 6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직후, 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6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직후, 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미군 유해 송환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전사 또는 실종된 미군 유해를 이송할 미군 수송기가 27일 오산 미군 공군기지에서 출발해 원산을 향했다. 이에 종전선언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원하지만, 미국이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정전협정 65주년을 맞이한 27일 오산 미군 공군기지에 있던 미군 수송기가 북한 원산을 향해 출발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6.12 북미정상회담 당시 체결했던 협정문의 첫번째 이행이기 때문이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단계로 북한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전사 또는 실종된 미군 유해를 송환하기로 했다. 이는 곧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조만간 종전선언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해 송환은 시발점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은 종전선언, 나아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베트남이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할 때, 미군 유해 송환이 첫 번째 작업이었다는 점을 살펴보면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첫 작업 역시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살펴보면 곧 종전선언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은 계속해서 종전선언을 촉구하고 있다. 이틀에 한번 꼴로 미국을 향해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언론보도를 내고 있다. 또한 우리 정부를 향해서도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최근 북한은 미사일 발사장과 조립시설을 해체하며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계속 알리고 있다.

이처럼 북한이 연일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이유는 북한이 노력하는 만큼 미국도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아있다. 때문에 북한은 자신들이 비핵화를 위한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과 발맞춰 미국도 체제 안전 보장의 단계를 진행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자신들이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갔으니 미국도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최종적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해 체제 안전 보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북한은 현재 상당히 초조한 상황으로, 연일 미국을 향해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업무오찬을 마친 뒤 함께 산책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6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업무오찬을 마친 뒤 함께 산책하고 있다. ⓒ뉴시스

실질적 비핵화 실천 요구하는 美

반면 미국으로서는 종전선언은 시일을 두고 풀어야 할 문제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이 과연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미사일 발사장과 조립시설을 해체했다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개발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발사장과 조립시설을 해체하는 것과 비핵화는 별개라는 생각이다. 미군 유해 송환을 했다고 하지만 이 역시 비핵화와는 별개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은 여전히 핵분열 물질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미국 내 여론으로 인해 북한을 더욱 압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의 비핵화 조치가 아니라 더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말까지 완수한다는 목표를 유지한다고 답했다. 또한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직전, 브리핑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미국은 시간을 갖고 비핵화 추진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으로서는 당장 체제 안전 보장을 받아야 하는데 미국은 오히려 시간을 더욱 느긋하게 갖겠다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비핵화 실천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미사일 발사장 및 조립시설 해체 혹은 미군 유해 송환과 같은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비핵화 실천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다. 실질적 비핵화 실천에는 대량살상무기 폐기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처럼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실천을 보여줘야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종전선언, 언제 이뤄질까

이처럼 미국의 시큰둥한 반응 때문에 종전선언이 연내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빠른 시일 내에 종전선언이 이뤄질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미국의 시큰둥한 반응이 장기화되면 오히려 북한이 비핵화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현재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보면 연애 과정에서 밀당으로 판단하면 된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만약 너무 밀어버리면 북한은 튕겨 나갈 수도 있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또다시 당겨줄 수밖에 없다. 그 당겨주는 것이 결국 종전선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때문에 조만간 종전선언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은 27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서 다음주 정도에 종전선언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군 유해 송환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다음주 중반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군 유해 송환까지 이뤄진 상황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에 대해 계속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면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만간 미국이 종전선언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8월이나 9월초 종전선언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중국도 포함하는 4자 종전선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4자 종전선언 때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중정상회담을 열어 미중 무역 분쟁에 대해서도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이로 인해 종전선언과 함께 미중 무역 분쟁도 어느 정도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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