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로 물든 온라인 커뮤니티, 이대로 괜찮나
혐오로 물든 온라인 커뮤니티, 이대로 괜찮나
  • 전소영 기자
  • 승인 2018.08.20 0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혐오담론 난무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혐오 커뮤니티 폐지 목소리 빗발쳐
갈등 고조…“표현의 자유 인정해야”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한 제재 필요”
<사진 출처 = 각 사이트 캡처>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최근 몇 년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 관련 논란이 우리 사회 뜨거운 이슈로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박카스남’, ‘홍대 몰카’, ‘성체 훼손’, ‘노란리본 훼손’ 등 그 논란의 중심에는 모두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본래 ‘소통의 창구’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혐오 댓글·발언을 비롯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만한 자극적인 게시물들이 연일 논란을 빚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들은 ‘사회 악’, ‘혐오 커뮤니티’라는 오명을 안았다.

사회 정서와 분위기를 어지럽히고 때로는 목숨까지 위협하는 일부 커뮤니티들의 혐오표현과 도 넘은 만행에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들의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극소수의 커뮤니티에서 형성된 문화만을 가지고 표현의 자유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며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현재 ‘혐오표현’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그런데 최근 연이은 온라인 커뮤니티 논란과 국민의 여론을 반영해 국가 차원에서도 문제시되는 커뮤니티들을 규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온라인 커뮤니티’, 그 시초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비슷한 관심사 또는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임이나 팬 사이트. 동문회, 소모임 등이 정보교환, 친목다짐 등 활동을 하는 인터넷상의 공간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PC(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의 대중화로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 PC통신망을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가 최초로 형성됐으며, 1990년대 초반 다양한 PC통신망이 등장과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는 더욱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PC통신보다 빠르고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는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웹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강세를 보였고 지금까지 그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최근까지 커뮤니티 서비스 제공 웹사이트가 대거 생겨났는데, 이 시기에 등장한 커뮤니티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디시인사이드(이하 디시),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메갈리아, 워마드, 오늘의 유머, 여성시대 등이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의 모임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주된 역할이었다면 최근에는 사회적 여론 형성을 주도하는 등 역할의 범위와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이택광 교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활동 영역의 구분이 사라지면서 그 기능과 역할과 영향력이 확대됐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2002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며 정치 여론을 움직이는 역할을 온라인 커뮤니티(인터넷 카페)가 하게 됐다. 당시 ‘온라인 정치’와 ‘온라인 참여’라는 개념이 등장해 여론을 형성하는 등 정치적으로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소비자주의가 유입돼 상품의 퀄리티를 논하는, 문화적 측면에서는 취미생활이나 고민을 공유하는 상담 커뮤니티 등이 생겨났다. 이는 기술의 발달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이처럼 커뮤니티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다 보니 그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014년 9월 세월호특별법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단식농성장에서 일베 일부 회원들이 벌인 식사 퍼포먼스 ⓒ뉴시스
​2014년 9월 세월호특별법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단식농성장에서 일베 일부 회원들이 벌인 식사 퍼포먼스 ⓒ뉴시스

온라인 커뮤니티의 ‘혐오담론’

그런데 최근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상식적·비윤리적·비도덕적인 혐오표현과 행위로 우리 사회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일베와 워마드다.

2010년 개설된 일베는 디시로부터 파생돼 생겨난 커뮤니티다. 당시 디시의 ‘코미디 프로그램 갤러리’에는 도를 지나친 혐오 게시물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논란이 잇따르자 디시 운영진은 해당 게시물들을 예고 없이 삭제하기 시작했고 이에 반발한 누리꾼들이 게시물을 따로 저장할 곳을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게시판이 ‘일간베스트’다.

2011년 디시에서 벗어나 독립된 커뮤니티를 꾸린 일베는 짙은 극우주의 성향을 바탕으로 최근까지도 특정 지역을 조롱하거나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을 포함해 최근 서거한 정의당 노회찬 전 원내대표까지 진보성향의 특정 정치인들을 타깃으로 비난을 일삼는다.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도 마다하지 않는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당시에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애도의 마음을 담아 매달아 놓은 노란리본을 가위로 잘라 버리는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 인증샷을 올리거나, 희생자들을 어묵이라고 조롱하는 등 만행을 저질러 공분을 샀다.

지난달 22일에는 일베 회원 가운데 한 남성은 “32살 일게이 용돈 아껴서 74살 박카스 할미(종로와 영등포 등지에서 바카스를 이용해 남성에게 접근해 성을 파는 노인 여성) XX 왔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노인 여성의 나체 사진을 게시해 도마 위에 올랐다.

일베가 남성 중심 커뮤니티로 평가된다면, 비슷한 성향의 여성중심 커뮤니티가 워마드다. 현재는 폐지된 페미니즘 사이트 메갈리아에서 파생된 워마드는 2015년 미러링을 통해 남성 중심 사회를 비판한다는 뜻을 계승해 만들어졌다. 초창기에는 여성혐오에 적극 대항해왔지만 최근 그 설립 목적을 상실하고 비상식적인 행위와 혐오로 도마 위에 올랐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 1일에는 한 회원이 홍익대학교 회화과 인체 누드 크로키 전공수업에 모델 자격으로 참여해 휴식시간에 남성모델 A씨의 나체사진을 몰래 촬영해 올려 논란이 됐다.

지난 13일에는 한 여성이 ‘낙태인증’이라는 제목의 숨진 태아가 심각하게 훼손돼 있는 모습과 옆에 수술용 가위가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이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 자체가 익명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혐오담론이 기본적으로 형성돼 있으며, 일베나 워마드는 그 특징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혐오담론이 기본이다. 익명성을 바탕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모든 커뮤니티가 혐오담론을 형성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금지된 행위를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상에서는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게 (혐오담론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의 가해자도 한 애니메이션 커뮤니티 회원으로 밝혀졌다. 혐오담론이 굳이 일베나 워마드와 같은 커뮤니티만의 특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시스
2016년 6월에 열린  여성혐오에 저항하는 모두의 1차 공동행동 집회 ⓒ뉴시스

“차별금지법으로 제재해야”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거듭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국가 차원에서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일베와 워마드 등의 커뮤니티 폐지를 촉구하는 청원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최근 사회문제가 되는 차별·비하·혐오 정보를 대거 게시하는 일베, 워마드 등 혐오 사이트에 대해 온라인 도박이나 음란물 사이트처럼 청소년 접근을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방통위는 지난 13일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장(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여성가족부 등 협의해 차별·비하·혐오 사이트를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청소년보호법령에 따르면 방심위는 사이트 전체 게시글의 70% 이상이 청소년 유해 정보에 해당할 경우 해당 사이트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할 수 있다.

만약 청소년유해매체물 사이트가 청소년 유해표시 의무를 위반하거나 청소년의 접속을 허용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차별·비하·혐오 게시물은 청소년 유해 게시글 심의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혐오 사이트는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이 불가하다.

방심위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방심위의 차별, 비하 등 유해정보 심의 건수는 849건으로 지난해만 1356건의 63%에 달했으며, 시정요구 건수도 723건으로 지난해 1166건의 절반을 크게 웃돌았다.

이처럼 최근 워마드의 성체훼손, 일베의 노년여성 성매매 인증사진 게시 등 혐오 사이트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의 커짐에 따라 방통위는 방심위, 여가부와 청소년보호법령 수정을 논의할 방침이다.

차별·비하·혐오 사이트가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 대상에 포함될 경우, 방심위와 협의해 해당 사이트들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조사를 벌여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그동안 개인에 대한 차별, 비하 글 게시자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고발하지 않으면 ‘표현의 자유’ 등 이유 때문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곤란했다”며 “유해정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어 해당 사이트의 청소년 접근 차단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온라인 커뮤니티의 혐오 발언이나 행위 등을 법적으로 제재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 교수는 “현재 청소년들이 혐오표현에 많이 노출돼 있고 실제로 직접 사용하기도 하고 있다.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이)실질적인 규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올바른 온라인 커뮤니티 형성을 위해서는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 제공 기반인) 인터넷을 없애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혐오표현을 제재해야 한다. 실제 미국에서는 그렇게 실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중들이 혐오표현을 오해하곤 하는데 예컨대, 국민이 특정 정치인을 동물에 빗대 욕하는 건 혐오표현이라고 볼 수 없다. 권력의 관계에서 강자가 약자를 비난하는 게 혐오표현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힘의 불균형에서 발생하는 혐오표현에 대한 정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혐오표현 남발은 우리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원래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기기사
최신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