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미약하게 끝나고
김경수 불구속 기소 가닥…노회찬의 죽음
김성태는 왜 단식투쟁하며 특검 도입을 외쳤나
특검 무용론 불거지면 결국 공수처 신설로 불똥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박상융 특검보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박상융 특검보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22일 수사기간 연장을 포기하고 오는 25일 수사를 종료하기로 했다. 지난 6월 27일 허익범 특검팀은 창대하게 시작했지만, 그 끝은 미약하게 끝난 상황이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불구속 기소로 가닥을 잡았고,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죽음만 남겼다. 그렇게 허익범 특검팀은 오는 25일 수사를 종료하지만, 앞으로의 정치적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박상융 특별검사보는 22일 브리핑을 통해 “특검은 굳이 더 이상의 조사나 수사가 적절할 정도는 아니라고 봐 수사기한 연장 승인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야당들은 계속해서 수사기간 연장을 요구했지만, 특검은 더 이상 수사기간 연장이 무의미하다고 판단, 연장 신청을 포기한 것이다. 수사의 핵심이었던 김경수 경남지사의 구속영장 신청이 기각되면서 사실상 특검은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특검의 시작

지난 1월 19일, 댓글조작이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한 네이버 측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같은 달 31일 더불어민주당이 네이버 기사 댓글 조작과 관련해 매크로 사용이 의심되는 정황들을 수집해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하면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 3월 22일 드루킹 일당이 체포 및 구속되면서 해당 사건은 세간의 관심을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드루킹 일당이 체포된 사실이 언론보도에 오르지 않았다가 4월 13일 보도가 나왔고, 다음날인 14일 TV조선에서 드루킹 김씨와 김경수 경남지사가 텔레그램을 통해 수백건의 메시지를 교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김 지사는 댓글 조작 배후로 지목됐다. 이에 김 지사는 당일 기자회견을 열어 드루킹 김씨는 수많은 지지자 중 한 명일 뿐이라면서 관련성을 부인했다. 김 지사는 이틀 후인 16일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 확인도 없이 보도되고, 의혹이 부풀려지는 것에 대해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면서 거듭 관련성을 부인했다. 이어 5월 4일 김 지사는 서울지방경찰청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서 관련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야당들은 특검 도입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5월 3일 드루킹 특검 도입을 요구하면서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했고, 단식 투쟁 도중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의 9일간의 단식 투쟁 이후, 여야는 5월 21일 본회의를 열어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6월 7일 야3당 교섭단체가 특검법에 따라 추천한 2명의 후보 중 허익범 변호사가 특검으로 임명했다. 이후 박상융, 김대호, 최득신 변호사 등이 합류하며 특검팀이 꾸려졌고, 6월 27일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기한은 60일이며, 1차례에 한해 30일 더 연장할 수 있었다.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 ⓒ뉴시스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 ⓒ뉴시스

별다른 성과 못낸 특검

수사는 드루킹 일당의 불법 여론조작 행위, 불법행위, 불법자금 및 그 외 인지 사건 등이었다. 언론에서는 매일 수십건의 의혹이 쏟아졌다. 드루킹 일당의 자금 출처가 어디인지에 대한 수사가 첫번째로 이뤄졌고,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수사가 뒤를 이었다. 결국 고 노회찬 전 의원이 해당 정치인으로 지목됐고, 그는 미국 출장에서 귀국하자마자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시인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에 대한 수사는 막혀버렸다.

그러자 특검팀은 김경수 지사가 여론조작의 공범이었는지에 대한 수사에 초점을 맞췄다. 핵심은 김 지사가 지난 2016년 11월 킹크랩(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 시연회를 참관했고, 드루킹 일당과 공모 관계에 있었느냐였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의 ‘산채’로 불리는 느릅나무출판사를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킹크랩 시연회는 못 봤다고 진술했고, 이에 특검은 결정적인 증거가 있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두 차례의 소환조사 이후 지난 15일 특검은 김 지사를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공모자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증거인멸의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 피의자의 주거·직업 등을 종합해 보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영장청구를 기각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기각이 통상적인 기각과는 다르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한 다툼 여지가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 때문이다. 다른 사건의 경우에는 재판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기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김 지사의 구속영장 청구 기각은 ‘범행 가담 여부의 다툼’에 방점이 찍혔다. 이는 사실상 특검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관련 핵심 증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날 김 지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특검은 사실상 끝났다는 표현이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특검은 수사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특검 무용론과 그 후폭풍

이렇듯 빈손으로 끝난 특검에 대한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에서는 계속해 수사기간 연장을 요구했지만, 특검은 이를 포기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살아 있는 권력’이었기 때문에 특검이 손을 뗀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으로서는 왜 특검 도입을 요구했는지, 또 무엇을 얻었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시선은 특검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했던 자유한국당에게로 돌려지게 된다. 자유한국당이 결정적인 증거도 없이 특검 도입을 요구해 정치적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특검 자체도 난감한 상황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친문 지지층은 이번 특검을 ‘정치 특검’으로 규정하고 ‘특검을 특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여기에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는 드루킹 김씨의 진술이 나오면서 자유한국당은 또다시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 당시 대략 30여억원을 들여 중국 출신 조직들에게 매크로 프로그램 가동을 맡기고 조직적인 여론조작을 했다는 드루킹 김씨의 진술로 인해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의 댓글조작에 대한 특검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댓글 조작은 현재 경찰 수사 중에 있다. 만약 이 수사에서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 자유한국당은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힘을 얻고 있는 특검 무용론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 사안 때마다 특검이 만들어졌지만, 실질적인 결실을 맺은 특검은 박영수 특검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 허익범 특검도 아무런 결실도 없이 끝내게 되면서 특검 무용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공수처 신설에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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