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울림, 소울(Soul) 음악 이야기①] 마빈 게이(Marvin Gaye)와의 해후가 빚은 명반 회상
[영혼의 울림, 소울(Soul) 음악 이야기①] 마빈 게이(Marvin Gaye)와의 해후가 빚은 명반 회상
  • 정휴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1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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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빈 게이(Marvin Gaye) ⓒAP/뉴시스
마빈 게이(Marvin Gaye) ⓒAP/뉴시스

Intro

몇 해 전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BJ the Chicago Kid, 이하 비제이)의 “Turnin’ Me Up” 뮤직비디오를 보며 쏠쏠한 재미를 맛본 기억이 있다. 소파에 누워 노래하는 비제이의 모습은, 과거 마빈 게이(Marvin Gaye)의 “I Want You” 리허설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분명히 이것은 위대한 음악인 마빈 게이를 향한 헌정이었다. 결국, 청각으로만 느꼈던 쾌감이 시각으로 번져 들불처럼 타오르고 말았다.

비제이는 그해에 데뷔 앨범 [In My Mind (2016)]으로 ‘그래미 시상식(The Grammy Awards)’에 여러 분야 후보로 지명되자, 자축하는 의미로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마빈 게이를 향한 또 다른 헌정 곡 “Uncle Marvin”을 공개한다. 실제 마빈 게이의 곡 “Cleo's Apartment”를 차용(샘플링)하고 마치 듀엣인 것처럼 ‘그와 함께했다고(ft. Marvin Gaye)’ 알린다. 내털리 콜(Natalie Cole)이 그래미 시상식에서 아버지인 고(故) 냇 킹 콜(Nat King Cole)과 시공을 초월한 듀엣 “Unforgettable”을 불러 세상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한 것처럼, 영상은 각 시대의 아이콘들이 한 무대에 서는 판타지를 경험하게 해준다.

현재의 참신함도 언젠가는 물리기 마련이다. 세월을 초월한다는 건 그만큼 숙연해진다. 마빈 게이는 감히 세월을 초월했다고 말할 수 있다. 비제이처럼 많은 음악인이 영향을 받아 존경을 표했으니, 그들의 본향이라고도 해야겠다. 그는 ‘섹슈얼(Sexual)’이라는 수식을 원조 격으로 적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평론가부터 대중에 이르기까지 고루 사랑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의 음반사 모타운(Motown) 설립자 베리 고디 주니어(Berry Gordy, Jr.)는 이렇게 말했다.

“마빈은 끝내 모두를 정신 차리게 했습니다. 마빈은 천재일 뿐만 아니라 타고난 히트 본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What’s Going On

프랭크 시내트라(Frank Sinatra)처럼 저음의 나긋나긋한 ‘크루닝(Crooning)’ 창법에 영향을 받은 마빈 게이는, 활동 초반엔 부드럽거나 밝고 경쾌한 음악 위주로 활동하면서 대중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태미 터렐(Tammi Terrell)과 함께한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1967)”가 대표적인 예. 그러나 그를 상징하는 작품은 대개 ‘70년대를 가리키고 있다. 나 역시 마빈 게이의 황금기를 꼽으라면 히트곡 “I Heard It Through The Grapevine (1968)”을 필두로 ‘70년대라고 하겠다. 그의 음악적 행보에 극적인 전환을 일으키게 한 작품들이 나온 시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황금기의 신호탄 격인 [What’s Going On (1971)]은 매우 중요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마빈 게이는 파트너 태미 터렐이 세상을 떠나면서 큰 상처를 받게 되는데, 동생의 베트남 전쟁 참전까지 더해지면서 사회를 향한 시각을 새롭게 형성하게 된다. 당시 사회는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학생들에게 군대가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울울한 형국이었다. 마침 한바탕 투쟁 끝에 모타운으로부터 개인 전용 스튜디오를 쟁취한 마빈 게이가, 같은 소속사의 보컬 그룹 포 탑스(The Four Tops)로 활동하던 르날로 벤슨(Renaldo Benson)으로부터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담은 곡 “What’s Going On”을 제공받는다. 

“Mother, mother. There's too many of you crying

(어머니, 어머니. 너무 많은 어머니가 울고 있어요.)

Brother, brother, brother. There's far too many of you dying

(형제여, 형제여, 형제여. 너무 많은 형제가 죽고 있어요.)

You know we've got to find a way to bring some lovin' here today

(오늘 여기서 우리는 사랑 받는 법을 찾아야 해요.)”

- “What’s Going On”의 가사 中

모타운은 이미 에드윈 스타(Edwin Starr), 템테이션즈(The Temptations) 등 다른 소속 음악인들이 사회 주류 정서인 반전(反戰)과 흑인들의 응집력을 강조하는 작품을 조금씩 시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위 ‘선택과 집중’이라는 운영 방침에 반하는 마빈 게이의 변화가 탐탁지 않았을 게 당연했다. 앞서 얘기했지만, 마빈 게이는 밝은 이미지로 각인된 보컬리스트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강행되어 발표된 앨범은 개인 스튜디오에 투자한 비용을 갚고도 당시 모타운에서 손꼽히는 판매 성적을 올릴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 정휴 음악칼럼니스트
▲ 정휴 음악칼럼니스트

[What’s Going On]은 참여한 모든 음악인을 기록한 모타운 최초의 앨범이다. 지금은 전설로 회자하는 밴드 훵크 브러더스(The Funk Brothers)가 세상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빈곤과 사회적 약자, 사랑과 전쟁, 마약, 환경 문제 등 사회적 메시지로 일관하는 노랫말과 다양한 세션, 마빈 게이의 환상적인 팔세토(Falseto) 창법의 조화로 평단의 호평을 끌어내기도 한다.

불교의 「법구경」에서 인간의 마음은 바람 앞에 흔들리는 등불과 같다고 했는데, [What’s Going On]은 발표 이래로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현재까지 인간의 마음을 굳건하게 하고 있다. 변치 않는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이제 작품을 경험하고 견해를 덧입혀보자. 마빈 게이의 [What’s Going On]은 당신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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