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울림, 소울(Soul) 음악 이야기④] 토니 브랙스턴(Toni Braxton)의 결혼 소식을 접하며
[영혼의 울림, 소울(Soul) 음악 이야기④] 토니 브랙스턴(Toni Braxton)의 결혼 소식을 접하며
  • 정휴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18.12.0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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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브랙스턴 ⓒ뉴시스
토니 브랙스턴 ⓒ뉴시스

Babyface

한때 미국 알엔비(R&B) 음악 시장을 흔들었던 토니 브랙스턴(Toni Braxton)의 재혼 소식이 세간에 떠들썩하다. 나는 상대가 베이비페이스(Babyface)가 아니라는 게 못내 아쉬웠다. 근래의 듀엣 활동이 제법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비친 탓이겠다. 그녀가 듀엣 음반 [Love, Marriage & Divorce (2014)]의 부클릿(Booklet)에 그를 ‘음악적 남편(Musical Husband)’이라고 기록했는데, 실제 예비 신랑은 래퍼 버드맨(Birdman)이란다. 덕분에 한동안 고래등만 하게 키운 헛된 망상을 일말의 배신감과 함께 삼키느라 애를 먹었다.

베이비페이스는 토니 브랙스턴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일 것이다. 데뷔를 도왔고, 유명세를 떨칠 수 있도록 좋은 음반을 제작해주었기 때문이다. 베이비페이스의 손을 거친 곡 대부분이 큰 인기를 얻었고 여러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결실을 맺었다. 사실 그에 대한 찬사는 도처에 깔려 있다.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작곡가 대릴 시몬스(Daryl Simmons)는 매체 인터뷰에서 영화 <사랑을 기다리며 (원제 ‘Waiting To Exhale’, 1995)> 사운드트랙 작업을 상기하며 그와의 관계를 능력자 베트맨과 조력자 로빈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토니 브랙스턴(Toni Braxton) ⓒ뉴시스/AP
토니 브랙스턴(Toni Braxton) ⓒ뉴시스/AP

Behind Story

토니 브랙스턴은 데뷔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베이비페이스가 대릴 시몬스와 더불어 밴드 딜(The Deele)’의 구성원으로 함께했던 엘에이 리드(L.A. Reid)와 함께 에디 머피(Eddie Murphy)가 출연한 영화 <부메랑 (1992)> 사운드트랙을 작업하던 때였다. 당시 셋은 매력적인 중저음의 애니타 베이커(Anita Baker)를 염두에 두고 몇 곡을 완성한다. 마침 자매 그룹 브랙스턴즈(The Braxtons)로 활동 중인 토니 브랙스턴을 눈여겨봐 왔던 차에, 애니타 베이커와 음색이 비슷한 그녀에게 시연용 곡을 불러줄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그들의 계획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애니타 베이커가 곡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는 애니타 베이커의 임신 탓이지만, 대릴 시몬스가 매체에서 밝힌 바로는 그녀가 곡의 비트를 무서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추측하건대, 깊은 동굴 속에 고립된 듯 저음이 강하게 울리는 “Another Sad Love Song”의 도입부 탓인 듯하다. 애니타 베이커는 새로운 적임자에 관해 묻는 엘에이 리드에게 “시연 곡을 부른 그 친구는 어때요? 그녀가 부르게 하시죠.”라고 답변한다.

“토니, 당신은 앨범에 담을 네 곡을 얻었어요.”

엘에이 리드는 애니타 베이커의 조언을 따랐다. 결국, 그녀는 영화 <부메랑>에 담긴 베이비페이스와의 듀엣 “Give U My Heart”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고, 곡의 성공과 함께 베이비페이스와 엘에이 리드가 대표로 있는 회사 ‘LaFace’와 계약하게 된다.

실제로 데뷔 음반에서 몇 곡은 애니타 베이커를 연상케 한다. “Love Shoulda Brought You Home”, “You Mean The World To Me”가 그러한데, 분위기나 멜로디가 그간 애니타 베이커가 활동하며 들려준 음악과 매우 비슷해서 관련 비화를 알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가늠해볼 만하다.

Breathe Again

나 역시 토니 브랙스턴을 상징하는 앨범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데뷔 음반 [Toni Braxton (1993)]이라고 할 것이다. 가시적인 성과도 물론 대단했지만, 수록된 곡들이 단 한 곡도 빼놓지 않고 달곰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백미는 “Breathe Again”이다.

“If I never feel you in my arms again

(다시는 널 느낄 수 없다면)

If I never feel your tender kiss again

(다시는 네 다정한 키스를 느낄 수 없다면)

If I never hear "I love you" now and then

(다시는 이따금씩 사랑한단 말을 들을 수 없다면)

Will I never make love to you once again

(너와 다시는 한 번 더 사랑을 나눌 수 없게 된다면)

Please understand, If love ends

(이해해주세요. 사랑이 끝나면)

Then I promise you, I promise you that shall never breathe again

(약속해요. 다시는 숨도 쉬지 않겠다고 약속해요.)”

“Breathe Again”의 가사 中

베이비페이스의 편곡이 일품이다. 율동적인 리듬 위에서 단순한 멜로디가 유려하게 흐른다. 눅눅한 토니 브랙스턴의 음성은 숨 가쁜 연출을 위해 연대하는 모든 구성의 정점이다. 베이비페이스는 본 곡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 곡은 애틀랜타(Atlanta)에 있는 엘에이 리드의 집에서 썼어요. 코드를 연주하니 자연스레 멜로디와 가사가 나왔죠. 정말 빨리 썼어요. 아마 두 시간가량 걸렸을 거예요.”

Sex & Cigarettes

올해 새 앨범 [Sex & Cigarettes (2018)]의 발표 소식을 접했을 때, 문득 지나치게 베이비페이스를 필요조건으로 두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감상에 앞서 그가 얼마나 참여했는가를 먼저 살폈으니 말이다. 본 앨범은 그러한 집착을 향한 그녀의 항거였다. 장판교의 장비처럼 회고의 세계로 통하는 문 앞에 우뚝 서서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이쯤 되니 수록된 “Long As I Live”의 노랫말이 켕긴다. 마치 내게 풍자로써 간하는 듯해서 말이다.

“Can't you tell by the look on my face

(내 얼굴 보고도 몰라?)

I still like you that way

(나는 아직도 그 방식으로 널 좋아해.)

Now I can hardly remember why we ever lost ties

(나는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기억도 안 나.)

But I can tell that I love you, and I still love you

(하지만, 난 아직도 널 사랑하고 있어.)

Long as I live, I’ll never get over

(내가 사는 동안에 널 잊지 못할 거야.)”

“Long As I Live”의 가사 中

▲ 정휴 음악칼럼니스트
▲ 정휴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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