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8억원→1조5551억원으로 2.6배나 증가
도요타, 닛산, 고마쓰, 동일본철도 등 포함

국민연금공단의 일본 전범기업 투자 현황 및 평가금액 상위 5개 기업 명단 ⓒ 남인순 의원
국민연금공단의 일본 전범기업 투자 현황 및 평가금액 상위 5개 기업 명단 ⓒ 남인순 의원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강제노역 기업을 포함한 일본전범기업에 투자를 늘려온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정서를 고려해 투자 대상을 조심스럽게 선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2017년 12월 기준 전범기업에 1조5551억원을 투자했다. 2013년 기준 6008억원과 비교하면 2.6배나 증가한 것이다. 
 
투자 기업도 같은 기간 51개에서 75개로 1.5배나 늘어났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대표적인 전범기업은 도요타자동차, 고마쓰 제작소, 신에츠 화학, 동일본여객철도, 닛산자동차 등이다. 

국민연금은 도요타자동차에 3604억원, 고마쓰 제작소에 1580억원, 신에츠 화학에 1229억원, 동일본여객철도에 860억원, 닛산자동차에 792억원 씩 투자했다. 

2014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지원위원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강제노역 기업 명단에 도요타자동차와 닛산 자회사의 작업장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연금은 이밖에도 조선인 10만명을 강제징용해 군수사업을 성장시킨 미쓰비시의 계열사와 태평양전쟁 당시 전투기‧잠수함 등을 생산한 가와사키중공업, 야스쿠니신사 참배 논란을 빚은 신일철주금 등에도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전범기업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저조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국민연금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전범기업 투자에서 매년 손실이 발생하는 기업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손해발생기업은 2013년 31.4%, 2014년 45.9%, 2015년 55.8%, 2016년 38.0%, 2017년 17.3%나 됐다. 

이외에도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해외투자기업 1곳당 평균평가손익은 42억8000만원인데 반해 일본전범기업 1곳당 평균 평가손익은 36억원에 그쳐 투자의 효용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 의원은 “국민 연금이 자생적으로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며 “사회책임투자 원칙에 기반해 보다 엄격한 투자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전범 기업에는 투자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이 문제에 대해 국회 의견을 반영하고 기금운용위원회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특정기업에 대한 투자 배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뜻도 함께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공단 김성주 이사장은 국정감사 현장에서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자 책임위 만들고 전범기업 배제 안건 토론했다”며 “여러 의견들이 제출되면서 아직 명확한 결론은 내지 못했지만 추가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기업 투자 배제는 기본적으로 연금의 투자 원칙 큰 틀에서 정해져야 한다”며 “기존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는데 새로운 기금운용이사를 중심으로 토론과 국회 의견 반영해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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