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위 국감서 성희롱 발언 등 비위행위 도마
과도한 활동비, 혈액백 녹십자 납품 담합 의혹 조명
활동비·담합의혹 적십자와 사뭇 다른 답변 논란 예고

대한적십자사 박경서 회장ⓒ뉴시스
대한적십자사 박경서 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 박경서 회장이 취임 후 두 번째 맞이한 국감에서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번 국감에서는 재점화된 녹십자와의 혈액백 입찰 밀어주기 의혹은 물론 박 회장의 과도한 활동비와 성희롱 추문 등 비위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게다가 국감서 제기된 주요 지적에 대한 일부 답변이 적십자 해명과 엇갈려 업무파악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예상된다. 

박 회장, 성희롱부터 황제의전까지...두 번째 국감서 집중포화

지난 22일 적십자, 국립암센터 등 4개 기관에 대해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의 주인공은 단연 박경서 대한적십자 회장이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박 회장에 대한 각종 의혹에 대한 질의와 질타가 쏟아졌다.

지난 6월 불거진 박 회장의 성희롱 발언도 국감장 도마에 올랐다. 앞서 박 회장은 6월 초 박 회장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여성 직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여성 3명이 모이 것을 두글자로 뭐라고 하는지 아느냐”며 “육X”이라고 성적인 농담을 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날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당시 발생한 성희롱 발언과 관련해 적십자사 내부에서 징계 절차가 이뤄지지 않는 등 미흡한 후속조치에 대해 지적했다. 김 의원은 “회장이 성희롱 사건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십자사 내부에서 징계위언회가 열리지 않았다”면서 “성희롱 사건 이후 후속 조치로 직원 대상 성희롱 예방 특별교육, 서약서 제출 등을 했다는데 성희롱은 회장이 하고 왜 교육은 밑에 직원이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박 회장이 성희롱 발언 후 팀장들에게 사과 문자를 보내고 답장을 안 보낸 사람들을 따로 불러 ‘언론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라며 공포 분위기를 띄우고, ‘분위기를 위해 농담했던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내부 제보를 받았다”며 "박 회장의 사과에 진정성이 매우 의심된다. 회장 직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박 회장은 “성차별 발언은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그 발언이 누구에게든지 한사람이라도 상처를 줬으면 공인으로서 즉각 사죄를 해야 한다”며 “내가 소통을 위해 한 언어가 성차별일 수도 있겠구나 해서 사죄를 했다”고 밝혔다.

‘황제의전’ 논란도 불거졌다. 김 의원에 따르면 적십자가 박 회장의 취임에 맞춰 신형 제네시스G80을 의전차량으로 마련하고 지난 6월에는 국내 신차 중 가장 비싼 제네시스 EQ900 모델로 의전차량을 교체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내부 고발자에 따르면 박 회장이 더 큰 차로 바꾸라고 사무총장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적십자는 위약금 300만원까지 내며 의전 차량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회장은 “그게(EQ900) 뭔지도 모른다”며 교체 지시 의혹을 부인했다.

활동비 의혹도 제기됐다. 적십자사 회장은 급여가 없는 대신 연간 2900만원의 업무추진비와 차량 등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김 의원은 적십자사가 박 회장에게 연간 2900만원 상당의 업무추진비를 지급하고 별도로 활동비 명목으로 취임 초 4개월 동안 매월 720만 원가량의 현금을 지급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완전 근거 없는 잘못된 뉴스로, 저는 제 봉급이라며 은행으로 582만원을 받는 것 외에는 전혀 돈을 받은 게 없다”고 반박했다. 적십자사가 같은 날 내놓은 해명자료에 따르면 “임원활동지원비는 임원에게 매월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인건비성 비용으로 근로소득세 공제 후 개별 계좌로 지급된다”며 “최근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임원활동지원비는 월 820만원이었으나, 현재는 월 720만원으로 세금 공제 후(582만원)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무추진비는 공무수행경비로 개인에게 직접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법인카드 등을 통해 지출증빙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장에게 직접 지급된 임원 활동지원비 또한 내부 규정에 따라 집행, 기획재정부 임원 연봉 경영공시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재점화된 녹십자와 밀애설, 조직과 엇갈린 답변 ‘혼란’

수년간 제기돼 왔던 직십자와 녹십자간의 혈액백 담합 의혹도 다시 재점화 됐다. 올해 초 적십자사가 진행한 올해 100억원대 규모의 혈액백 사업 입찰에서 사실상 혈액백 납품을 독점하다시피 해온 녹십자MS가 외국계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지난 4월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면서 밀어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적십자가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의 입찰의사를 인지한 상황에서 입찰조건을 자꾸 바꿔, 국내 기업만 낙찰 받는 결과를 낳았다”며 “적십자-녹십자는 동맹 이상의 담합관계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적십자는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가 혈액백 입찰에 참여하려 한다는 사실을 늦어도 2013년에는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후 입찰공고때마다 입찰 조건이 자꾸 변동돼 결국에는 녹십자MS 등 국내 기업만 낙찰됐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 공개한 적십자사 감사실에서 작성한 ‘민원조사 보고서: 혈액관리본부 혈액백 구매계약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적십자는 혈액백 입찰을 준비할 때마다 ▲납품 실적 연간 13만 유니트 이상으로 제한 ▲국내제조시설 생산제품으로 제한 등의 요건을 신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설된 규정이 녹십자MS 등 국내기업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사실상 경쟁 상대였던 외국계 기업에 대한 입찰을 제한한 셈이다. 이와 관련 신 의원은 “최근 10년간 혈액백 계약 현황을 보면 녹십자MS가 계약 때마다 약 100억원 규모로 낙찰을 받는데, 이것 역시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경서 회장은 “전혀 죄가 없다고 해도 이걸(질의 내용을) 보면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신 의원의 지적에 동의하는 듯 한 답변을 내놓았다. 신 의원은 “혈액백 품질논란이 더 이상 없도록 감사를 실시해 대국민 공표하고, 특정기업에 대한 배제의혹이 없도록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투명성 강화방안을 보고하라”고 요구하자 박 회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또한 적십자사가 내놓은 공식입장과 달랐다. 적십자사는 25일 본지에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입찰과정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청구에 따른 조사가 실시됐으나 지적사항 없이 종결처리 됐으며 시민단체의 검찰고발에 따른 경찰 조사 결과 ‘각하의견’으로 검찰송치 됐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국회 및 시민단체 등의 지적사항을 겸허히 수용해 향후 입찰에서는 더욱 철저한 업무처리를 통해 공정성에 대한 의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것으로 추가 감사 추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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